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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없는 시장: 제로 슈거가 증명한 자생적 질서

글쓴이
조대형 2026-05-27

오늘날 편의점 음료 매대는 거대한 경제적 실험장이다. 설탕이 듬뿍 든 콜라가 점령했던 자리를 이제는 '제로(Zero)' 라벨이 압도하고 있다. 탄산음료에서 시작된 이 물결은 주류, 과자, 소스류를 넘어 식품 산업 전반으로 번졌다. 많은 이들이 이를 단순한 건강 열풍으로 읽지만, 시장경제의 렌즈로 들여다보면 실체가 선명해진다. 그것은 인위적인 규제나 캠페인이 아닌,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과 기업의 이윤 동기가 빚어낸 자생적 질서의 결과물이다.

소비자 주권이 만든 인센티브
시장경제의 핵심 언어는 '가격 신호'다. 소비자들이 건강과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헬시 플레저' 트렌드에 반응하기 시작하자, 시장은 즉각 신호를 발신했다. 맛과 건강을 모두 잡은 제품에 기꺼이 프리미엄을 지불하겠다는 수요가 생겨났고, 이는 기업들에 강력한 혁신의 유인이 됐다. 아담 스미스가 간파했듯, 우리가 제로 칼로리 음료를 마실 수 있는 것은 식품 기업의 자비심이 아니라 이윤 추구 동기 덕분이다. '선택받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경쟁 원리 아래 기업들은 알룰로스·에리스리톨·스테비아 등 대체 감미료 개발에 막대한 R&D를 투입했다. 제로 슈거 혁신은 소비자 주권이 기업의 기술 진보를 이끌어낸 시장 민주주의의 산물이다.

규제와 혁신, 대립이 아닌 역할 분담
일부는 비만·당뇨라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려면 설탕세(Sugar Tax) 같은 정부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물론 영국·멕시코 사례처럼 설탕세 도입 이후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성분을 개선한 사례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규제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강요할 뿐, '더 나은 것'을 창조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세금은 비용 전가를 유도하고, 낮은 소득층의 소비 선택지를 좁힌다. 반면 한국 시장은 규제 이전에 이미 기술적 대안을 찾아냈다. 식약처의 성분 허가 체계라는 최소한의 안전망 위에서, 기업들은 경쟁을 통해 스스로 혁신의 길을 열었다. 시장과 규제는 대립이 아니라 역할 분담이다. 시장이 창조하고 규제는 안전을 보장할 때 가장 효율적인 결과가 나온다.

정보 공개가 시장을 진화시킨다
제로 슈거 열풍은 정보의 비대칭이 해소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성분표를 분석하고 혈당 지수를 확인하는 '스마트 컨슈머'가 늘면서, 기업은 눈속임보다 실질적 품질 개선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됐다. 다만 여기에는 한계도 있다. 에리스리톨의 심혈관 위험 논란, WHO의 아스파탐 재검토처럼 소비자가 완전한 정보를 갖기 어려운 영역도 존재한다. 그렇기에 투명한 성분 공개와 독립적 연구 지원이라는 공적 기반은 여전히 필요하다.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이 가능하도록 정보의 토대를 마련하는 일, 이것이야말로 시장의 자율성을 가장 잘 보조하는 정책의 역할이다.

자유가 빚어낸 달콤한 진보
달콤함을 탐닉하면서도 건강하고 싶다는 인간의 모순된 욕망은, 시장이라는 용광로를 거쳐 '제로 슈거'라는 혁신적 결과물로 승화됐다. 이 과정은 정부의 강제 없이도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과 기업의 이윤 동기가 사회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고 혁신의 공간을 보장할 때, 우리 사회는 비단 설탕 문제만이 아니라 수많은 난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풀어낼 수 있다. 시장의 자율성이 주는 혜택은 설탕보다 달콤하고, 그 결과는 어떤 규제보다 건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