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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성과급` 요구 봇물... 임금·단체협약 교섭 새 기준 되나

글쓴이
자유기업원 2026-05-22 , 이코리아

[이코리아] 삼성전자 노사가 전면 파업 직전 극적 합의에 도달하면서 산업계 전반에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논쟁이 확산하고 있다. 재계는 “삼성전자의 특수한 상황”이라며 선 긋기에 나섰지만, 노동계에서는 이번 합의를 계기로 ‘이익의 N%’를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하는 흐름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2일 정부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20일 경기 수원 경기지방고용노동청에서 진행된 자율 교섭 끝에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한 특별성과급 지급 등을 담은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총파업 위기를 가까스로 넘기면서 반도체 공급망 차질 우려도 일단 진정됐다.


다만 재계 내부에서는 이번 합의가 향후 임금·단체협약 교섭의 새로운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은 있었지만,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사실상 공식화한 사례가 등장하면서 노동계의 요구 수위가 한층 높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주요 제조업과 IT 업계에서는 이미 ‘영업이익 또는 순이익의 일정 비율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연간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고정 분배하라는 단체협약 개정 요구안을 사측에 공식 제시했다. 현대자동차 노조와 기아 노조 역시 각각 순이익 및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대치 중이다. 기아 노조는 전년도 영업이익의 30% 성과급과 자사주 지급 확대에 더해 직원 자녀 1인당 1억 원의 출산장려금 신설이라는 파격적 안을 추가했다.


IT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카카오 노조는 일반 직원의 성과보상 재원 축소에 불만을 품고 본사를 포함한 5개 계열사 법인의 파업 찬반투표를 동시 가결했다.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 4개 법인은 이미 노동위원회 조정 결렬로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했으며, 본사도 5월 27일 최종 조정절차가 결렬될 경우 창사 이래 첫 전면 파업에 직면할 리스크에 놓여 있다.


자유기업원은 최근 발표한 ‘삼성전자 노조 파업의 파급효과와 제도적 해결방안’ 보고서에서 이번 사태가 단순한 기업 내 분쟁을 넘어 산업계 전반의 노사 갈등 구조를 흔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지난 3월 전면 시행된 노조법 제2조·제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수고용형태 종사자 및 플랫폼 노동자의 법적 지위 확대, 사용자 정의 비대면 확장으로 사내외 하청 노조의 원청 직접 교섭 청구 기반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은 노조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자극해 파업 지속 기간을 연장시키고, 장기 R&D 지출 위축과 생산 기지 해외 도피(Capital Flight)를 가속화한다”고 진단했다.


자유기업원은 해결 방안으로 ROIC(투하자본이익률), TSR(총주주수익률), EVA 지수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대시보드 구축과 함께 상·하방 캡(Cap) 및 클로백(Clawback)을 결합한 구간형 성과공유제 도입을 제안했다. 아울러 쿨링오프(Cooling-off) 제도와 상설 분쟁조정위원회 도입 등을 통해 예측 가능한 노사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규칙 기반의 예측 가능성이 제도화될 때 ‘파레토 효율성(Pareto Efficiency)’이 담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계는 이번 사례의 일반화 가능성에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이번 합의에는 삼성전자의 특수한 상황이 반영된 만큼 노동계가 일반화해 과도한 성과급 요구를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시켜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의 박주근 대표는 22일 <이코리아>와 통화에서 “재계에서 삼성전자는 특수 상황이라고 선을 긋고 싶겠지만, 노동자들은 앞으로 다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을 달라고 할 것”이라며 “두 가지가 혼재돼 있다”고 진단했다.


박 대표는 “이 기회에 한국의 독특한 산업구조 및 지배구조 문제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전자처럼 연간 300조 영업이익이 나는 기업은 없으며, 하이테크 기업과 일반 기업을 분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전자 장비 하나가 수백억 원인데, 그런 장비를 가진 곳은 전 세계 3개뿐”이라며 “업종별·산업별 특수성을 고려한 성과급 체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성과급의 기본 전제는 ‘이걸 줬을 때 지속 가능한 성장의 촉진제가 되느냐’”라며 “그 조건 없이 퍼주기식으로 가면 지속 가능한 성장은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박 대표는 “좋은 기업은 성과를 잘 내는 데다 ‘지속적으로’ 잘 내는 조건이 붙는다”며 “성과급은 그 조건에 부합하도록 촉진 역할을 해야 하며, 산업별로 본질적 목적에 부합하는지를 되묻고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