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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권리 최대한, 파업 수시로, 책임 면제받는 `노조 왕국`--부담은 온 국민

글쓴이
장준호 2026-04-21 , 마켓뉴스

노란봉투법, 사측의 손해배상청구 제한, 기업의 피해 회복 수단 사라져 / 기업, 비용 감당 위해 신규 고용 미루고, 투자보다 자동화와 해외 이전 검토 / 노조, 일부 정규직과 고소득 노동자 위한 철조망, 청년 구직자들에게는 벽


기업 입장에서 손해배상청구는 예측 가능한 경영과 투자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다. 이는 노조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법치주의에 대한 믿음이자, 기업이 고용과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이기도 했다.


3월 10일부터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서 이러한 질서는 크게 바뀌었다. 노란봉투법을 통해 사측의 손해배상청구는 원칙적으로 제한되며, 기업의 피해 회복 수단은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책임 신뢰를 전제로 유지되던 노사 관계의 큰 틀이 흔들리는 셈이다.


이에 더해 사용자 개념의 실질적인 확장도 이뤄진다. 기존에는 근로자성을 가지고 분쟁할 경우 근로자가 이를 입증해야 했지만, 이제는 사용자가 '근로자가 아님’을 증명해야 하는 구조로 바뀐다. 입증 책임의 전환은 노사 분쟁의 시작점부터 기업을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할 것이다.


정부는 작년 양대 노총에 전세자금 지원과 시설 보수 등의 명분으로 총 110억 원 규모의 예산 지원을 확정했다. 이러한 자금 지원을 기반으로 노조는 안정적인 파업에 돌입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발생할 사측의 손해배상청구는 노란봉투법을 통해 방어할 수 있다.


권리는 최대한 누리고, 파업은 수시로 벌어지며, 결과에 대한 책임은 합법적으로 면제받는 '노조 왕국'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특정 집단에 권리의 확대와 행위의 면책이 동시에 주어질 경우,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고스란히 나머지 사회 구성원들이 부담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


진학사 캐치의 '26년 희망 연봉 및 기업 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의 희망 초봉은 전년 대비 약 9% 감소했으며, 응답자 10명 중 6명은 동일한 조건이라면 아르바이트생 신분으로 대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대신 중소기업 취업을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취업 절벽 속에서 눈을 낮추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손해배상청구가 어려워진 환경은 기업의 선택을 바꾼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될 경우, 기업은 파업에 따른 예상 손해액을 기회비용으로 계산하게 되고,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신규 고용을 미루고, 투자보다는 자동화, 해외 이전을 검토하게 된다. 이는 결국 고용 유연성 자체를 약화시키고, 청년 실업률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할 것이다.


노동조합은 노동자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울타리를 명분으로 존재해왔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그 울타리의 의미가 변질되어 일부 정규직과 고소득 노동자를 위한 철조망이 되었고, 청년 구직자들이 이를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끼는 것은 아닐지 우려스럽다.


글로벌 경영 시대를 맞이한 지금, 기업에게 노란봉투법이라는 또 하나의 족쇄를 채우는 행위가 깊이 우려되는 이유이다.


장준호 자유기업원 인턴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