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E Home

잠재성장률 3% 달성의 합리적 해법: ‘시장 통제’에서 ‘시장 확대’로

글쓴이

잠재성장률 3% 목표와 우리나라 성장의 배경

새 정부가 제시한 '잠재성장률 3%’ 목표는 한국 경제가 저성장 고착화를 넘어 다시 도약하기 위한 분명한 나침반이다. 다만 목표가 크고 장기적일수록 정책 수단은 더욱 정교해야 한다. 최근 추진·시행·논의 중인 기업지배구조 규제(상법 개정), 징벌적 성격이 강한 제재(산업안전보건법 과징금), 플랫폼·콘텐츠·보건 영역의 업종별 규제, 그리고 법인세 인상과 상속세 논의가 “정책 취지(공정·안전·주주권익·소상공인 보호)”를 넘어 투자·혁신·기업가정신이 작동하는 환경 자체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누적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성장전략을 통해 “기술주도·공정·지속가능 성장”과 함께 잠재성장률 3% 목표를 내걸었다. IMF 또한 2025년 연례협의에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구조개혁과 규제 정비, 생산성 제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새 정부의 성장전략이 잠재성장률 3%를 지향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정책 메시지의 '방향(성장)’과 정책 수단의 '인상(규제·부담 강화)’이 동시에 커질 경우 기업과 투자자, 창업가, 그리고 노동시장은 상반된 신호를 받게 된다. 하나는 “투자하라”는 메시지이고, 다른 하나는 “리스크가 커졌다”는 신호다.이런 상황에서는 합리적 경제주체일수록 큰 결정을 미루고 보수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이는 성장정책의 의도와 무관하게 투자·혁신·생산성의 엔진을 약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이 글은 “규제 완화만이 답”이라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공정·안전·주주 보호라는 정책 목표를 실질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도 규제·세제 설계를 시장친화적으로 재정렬해야 한다는 '정합성’의 문제를 다룬다.

한국은 산업화와 위기 극복의 과정에서 민간의 투자와 기업가정신, 대외개방을 바탕으로 고도성장을 경험해 왔다. 그러나 지금은 인구구조 변화, 생산성 둔화, 산업구조 전환 압력 속에서 중장기 성장잠재력이 약화되는 국면에 들어서 있다.

IMF는 한국이 직면한 급속한 고령화가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노동과 자본이 생산성 높은 부문으로 이동하도록 제도를 개혁하고 기업 활동의 장벽을 낮춘다면 “경제적 운명”으로 고착되는 것을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지점에서 잠재성장률 3%의 의미가 분명해진다. 잠재성장률은 단기 경기부양만으로는 끌어올리기 어렵다. 총요소생산성(TFP), 노동공급, 자본축적이 동시에 개선될 때 비로소 상승한다. 따라서 목표가 쉽지 않을수록 정책 패키지는 다음 질문에 답해야 한다.

• 투자 수익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가?
• 혁신이 법과 규제의 빈틈이 아니라 제도의 지원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가?
• 노동·안전·플랫폼·지배구조 규율이 '피해 예방’과 '혁신 지속’을 함께 달성하고 있는가?


최근 입법 흐름은 이 질문에 대해 엇갈린 신호를 보내고 있다. 특히 규율 강화가 여러 축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경우, 각 법의 정당한 목적과 무관하게 누적 효과가 성장 엔진을 약화시킬 수 있다.

최근 입법 및 정책 이슈 흐름과 경제적 파급효과 진단

1) 상법 개정  주주권익 강화의 목표와 '법적 불확실성’의 비용

상법은 2025년 7월 22일 일부개정(법률 제20991호)을 통해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뿐 아니라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총주주 이익 보호와 전체 주주에 대한 공평 대우 의무를 명문화했다. 또한 상장회사 감사위원 선임·해임 과정에서 이른바 3% 의결권 제한 규정을 정비해, 감사위원이 사외이사인지 여부에 따라 최대주주·특수관계인 합산 여부 및 3% 제한 적용 방식을 달리하도록 설계했다.

이어 2월 25일에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상법 개정안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변화의 취지는 분명하다. 지배주주 중심 의사결정으로부터 소수주주를 보호하고 자본시장 신뢰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규범이 강화될수록 경제적 비용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첫째, 이사회 재량이 소송 리스크로 전환될 수 있다. 개정 조문의 용어 혼용과 의무의 병렬 구조가 해석상 혼선을 낳고 소송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둘째, 한국은 기업 의사결정이 민사 책임을 넘어 형사 리스크(예: 배임죄 논쟁)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주주보호 강화가 곧바로 의사결정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상법 개정이 목표한 자본시장 신뢰 제고가 실현되려면 책임 강화와 함께 예측 가능한 가이드라인과 과잉소송 방지 장치가 병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투자·M&A·구조조정 등 생산성 개선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

2) 산업안전보건법 과징금  안전 강화의 목적과 '징벌 설계’의 역효과

산업재해 예방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만 “성과를 내는 방식”이 핵심이다. 최근 논란이 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대표발의: 2025. 11. 10. 제2214045호)은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으로 1년간 노동자 3명 이상이 사망한 경우, 형사처벌과 별도로 영업이익의 5% 범위 과징금(반복 시 10% 가중)을 도입하는 취지를 담았다.

2026년 2월 12일 상임위에서 대안반영폐기 형태로 처리된 사실도 확인된다. 이 설계는 세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제재의 '예측가능성’이 떨어진다. 같은 사고라도 기업의 영업이익 규모에 따라 과징금이 크게 달라질 수 있고, 영업이익 산정이 곤란하면 30억 원 한도 내 부과 같은 별도 기준이 논의되고 있다. 둘째, 산업현장의 안전 투자를 늘리기 위한 동기부여라는 취지와 달리, 현금 유출 충격이 투자 여력을 먼저 깎을 위험이 있다. 셋째, 과징금의 정책효과를 주장하려면 “산재 감소”라는 결과지표가 동반돼야 하는데, 제도의 효과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일부 보도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재해자 수 흐름을 근거로 “처벌 강화만으로는 개선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문제제기를 제시한다. 실제 추산의 예로,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기준(연간 3명 이상 사망)에 해당하는 22개 기업에 영업이익 5% 과징금을 적용하면 3년간 약 6,900억 원(연 2,300억원) 규모가 될 수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다. 이 수치는 정책결정의 참고자료일 뿐 “실제 부과액”이 아니며, 기업별·사건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정확한 행정 산정 기준은 미지정). 다만 추산이 보여주는 것은, 징벌적 설계가 '안전’의 목표를 넘어 '투자·고용·공급망’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3) 플랫폼 규제입법  공정 목적과 혁신·후생의 균형

플랫폼 경제는 소상공인·소비자·배달종사자·입점업체의 이해가 교차한다. 따라서 공정한 거래질서 마련은 필요하다. 그러나 규제 방식에 따라 후생이 달라진다.

현재 논의되는 법안 가운데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은 독점규제, 계약서 교부, 사전통지, 판매대금 별도관리, 불공정행위·보복조치 금지, 손해배상(보복조치 시 3배 배상 가능) 등 광범위한 의무와 사전 금지 규제, 집행수단을 담고 있다. 음식 배달 플랫폼 서비스 이용료 관련 법률안(제2215046호, 2025. 12. 9.)은 “우대 수수료율” 도입, 배달수수료 상한제, 배달방식·배달비 분담 선택권 보장, 정보공개 의무화, 불이익 금지, 과징금·이행강제금 등의 제재 근거를 포함한다.

이러한 입법의 정책목표(수수료·불공정·정보비대칭 문제 해결)는 이해된다. 다만 성장정책 관점에서 보면 다음과 같은 파급경로를 점검해야 한다. 가격·수수료 통제 성격이 강할수록 플랫폼은 가격 전가, 서비스 축소, 입점 제한, 광고·정산 구조 변경 등으로 대응할 수 있다(구체적 전가 규모는 미지정). 규제 준수비용과 법적 책임이 커지면 신생기업·중소 플랫폼의 진입은 더 어렵고, 대형 사업자 중심의 시장 구조가 강화될 위험도 있다. 핵심은 “무규제”가 아니라 사후 규율(실제 피해·경쟁제한 발생 시 제재)과 데이터 기반 집행이다. 과도한 사전규제는 혁신 속도를 떨어뜨리고, 소비자 후생을 악화시키는 역설을 만들 수 있다.

4) 업종별 플랫폼 규제의 확산  '닥터나우 방지법’과 '홀드백’ 논의

플랫폼 규제는 공정거래 영역을 넘어 의료·콘텐츠로 확산 중이다. 예컨대 약사법 개정안(제2205513호, 2024. 11. 13.)은 비대면 진료 처방전 전송 플랫폼과 관련해, 중개업자 등이 의약품 도매상 허가를 받지 못하도록 하고, 특정 약국 유인 행위를 금지하는 취지를 담는다. 이 논의는 '의약품 유통질서와 이해충돌 방지’라는 공익 목표가 강하지만, 동시에 혁신서비스의 사업모델을 법률로 세밀하게 제한할 때 발생하는 부작용(투자 위축, 경쟁 제한, 규제우회 유인)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특히 의료·약품은 규율이 강한 영역이므로 더더욱 “허용-실험-평가-확대”의 단계적 접근이 중요하다.

콘텐츠 분야에서도 '홀드백’ 법제화가 논의된다.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법 개정안(제2212929호, 2025. 9. 12.)은 극장 상영 종료 후 최대 6개월이 지나야 온라인 비디오물 등으로 공급·제공 가능하도록 하는 규정 신설을 제안한다. 또 다른 개정안(제2214148호, 2025.2025. 11. 12.)은 기간을 법률에 고정하지 않고 대통령령에 위임하는 방식의 '탄력적 설계’를 제시한다. 두 접근은 같은 목표(영화산업 유통질서·투자 회수)를 공유하지만, 사전규제 강도와 시장 적응력에서 차이가 크다. 이 역시 성장 정책의 기본 원칙(혁신·투자 유인 유지)과 어떻게 조화할지 검토가 필요하다.

5) 부동산시장 통제의 역설, 강남 집값만 올린다

작년부터 최근까지 새 정부는 부동산 대출 규제 강화와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 양도세 중과 재개 등 세 부담 확대 등 고강도 부동산 규제를 잇달아 내놓으며 시장 통제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가 가격을 목표로 삼아 대출을 죄고 세금을 올리며 거래를 제한하면 시장은 안정되는 것이 아니라 얼어붙고, 거래가 사라진 자리에는 왜곡된 가격 신호와 불확실성만 남는다. 특히 강남처럼 대체가 어려운 수요와 제한된 공급이 결합된 지역에서는 규제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기보다 희소성만 강화해 버티는 힘을 키운다. 그 과정에서 대출 규제와 높은 거래세는 현금 여력이 부족한 계층을 먼저 배제해 시장을 '현금 중심 구조’로 바꾸고, 풍선효과와 쏠림을 반복시키며 지역 간·계층 간 격차를 확대한다. 결국 시장을 설계로 다루려는 접근은 가격을 낮추지 못한 채 유동성과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고, 공급 경로까지 막아 장기적 불안정을 키운다. 주거 안정을 원한다면 통제의 강도를 높일 것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규칙과 충분한 주택 공급 확대라는 원칙을 세우는 것이 먼저다.

6) 공공생리대·설탕부담금·교복값 등 가격 통제와 직접 개입 확산

최근 공공생리대 무상지급 확대, 설탕부담금 도입 논의, 교복값 60만 원 논란을 계기로 한 가격 규제 움직임 등 생활밀착형 정책에서도 정부의 직접 개입이 강화되는 흐름이 보인다. 취지는 분명하다. 취약계층 보호, 건강 증진, 교육비 부담 완화라는 사회적 목적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다만 가격과 소비 선택, 생산 구조에 대한 직접 개입이 반복될 경우 시장의 자율적 조정 기능이 약화될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특정 품목을 무상으로 제공하면 재정 의존 구조가 고착될 수 있고, 부담금 형태의 간접 과세는 소비 위축과 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가격을 행정적으로 관리하려는 시도 역시 단기적 체감 안정 효과는 있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품질 저하, 공급 축소, 비용의 다른 형태로의 전가라는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복지와 보호의 필요성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 방식이 시장 기능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지속 확대될 경우 성장 기반과 충돌하지는 않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성장과 복지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가격 신호와 경쟁 질서를 존중하는 정책 설계가 병행되어야 한다.

7) 세제 환경  법인세 인상과 상속세 개편 논의의 '신호 효과’

세제는 투자와 기업가정신에 직접적인 신호를 준다. 2025년 12월 2일 국회 본회의 의결로, 법인세율이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서 1%p씩 일괄 인상되는 법인세법 개정이 확정됐다는 보도가 있다. 정부는 재정 지속가능성과 과세 형평을 근거로 들면서도, 확보 재원을 R&D·창업·인력개발 등 혁신에 재투자하겠다는 취지의 설명자료를 내놓았다.

여기서 쟁점은 “증세의 당위” 자체가 아니라 잠재성장률 3%를 목표로 한 시점에선 '순서’와 '설계’다. OECD는 기업과세가 투자에 부정적 관계를 가질 수 있음을 실증분석으로 제시한다.

즉, 투자·혁신을 끌어올려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국면에서 법인세율이 올라가면 정부가 의도한 혁신투자 확대가 “세 부담 증가”라는 신호에 일부 상쇄될 수 있다.

상속세는 더 복합적이다. 2025년 3월 19일 입법예고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은 과세대상을 “피상속인 총유산”에서 “상속인별 취득재산”으로 전환하는 유산취득세 도입 등 과세체계 합리화를 제시한다. 동시에 최고세율, 최대주주 주식할증평가, 가업상속공제 확대 등과 관련해 다양한 의원입법이 병렬적으로 발의되고 있다. 상속세 개편은 “부자 감세냐”의 정치 프레임으로 쉽게 끌려가지만, 성장정책 관점에서는 다음 질문이 핵심이다. 기업 승계가 '일자리·기술·공급망’의 연속성이라는 공익을 갖는 경우, 제도를 어떻게 설계하면 “재산권과 투자유인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조세형평을 확보”할 수 있는가이다. 이 논쟁이 장기화될수록 기업과 자본은 가장 보수적으로 움직이며(예: 투자 지연, 유동성 축적), 이는 잠재성장률 목표와 충돌할 수 있다.

국제 비교에서 얻는 힌트

국제 사례는 “어느 나라가 정답”이라기보다 성장과 규율을 함께 달성한 정책설계의 공통요소를 보여준다. 첫째, 영국은 규제의 흐름을 관리하고 영향을 이해하기 위한 체계로 “더 나은 규제의 틀(Better Regulation Framework)”을 운영하며, 규제조치가 기업에 미치는 비용·영향을 평가하고 독립적 검증을 받는 절차를 안내한다. 핵심은 규제를 '하지 말자’가 아니라, 규제의 품질관리(영향 평가, 철저한 검토)를 제도화했다는 점이다. 둘째, 일본은 규제 샌드박스·그레이존 해소 같은 장치를 통해 신기술·신사업이 기존 규제와 충돌할 때 “먼저 시험하고, 근거를 축적한 뒤, 제도를 정비”하는 방식을 병행한다. 이는 플랫폼·AI·바이오처럼 변화속도가 빠른 산업에서 특히 유효하다. 셋째, 프랑스는 법인세율을 2022년부터 25%로 적용하는 등(세부 구조는 기업규모·기타 규정에 따라 상이) 경쟁력 제고를 위한 세제조정을 시행해왔다. 넷째, 미국의 2017년 세금감면과 일자리 법(Tax Cuts and Jobs Act)은 연방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인하했다. 다만 이 사례는 “세율 인하=성장”의 단순 도식이 아니라, 세제개편이 가져온 분배·재정·실효세율 논쟁까지 함께 보여준다. 이들 사례가 공통으로 시사하는 바는, 규제와 세금은 '방향’보다 '설계·집행·순서’가 성장성과를 좌우한다는 점이다.

잠재성장률 3% 달성을 위한 정책 전환 제안

이제 “무엇을 바꿀 것인가”를 제안한다. 아래는 시장친화적 전환을 추구하되, 정치·사회적 제약(공정·안전·분배 요구)도 함께 고려한 '현실적 패키지’다.

1) 규제개혁  네거티브 규제와 사후규제, 그리고 규제영향분석 실질화

한국은 이미 행정규제기본법 체계에서 규제 신설·강화 시 규제영향분석서 작성과 자체심사 절차를 운용한다. 또한 OECD는 한국의 규제영향분석 제도 개선을 언급하면서 간접비용·거시경제 영향 등 더 넓은 비용을 반영할 것을 권고한다. 즉, 필요한 것은 “새 제도의 도입”보다 제도의 '내실화’다.

정책 제안은 다음과 같다. 네거티브 규제 전환의 원칙을 법률 문안 수준에서 명확히 한다. “금지 목록”만 정하고, 허용·실험의 범위는 넓혀야 한다. 플랫폼 규제는 행위유형을 '사전 금지’로 포괄하기보다 경쟁제한·소비자피해가 확인되는 경우 사후 제재로 설계한다. 플랫폼 중개거래 법안이 담고 있는 계약서·통지·투명성 의무는 최소 규범으로 두되, 가격·수수료의 직접 통제(상한·우대요율 강제 등)는 단계적·시범사업으로 제한하고, 데이터 기반 평가 후 확대 여부를 결정한다.

직접비용뿐 아니라 간접비용·투자위축·혁신지연의 가능성을 '정성+정량’으로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 규제 시행 후 12~24개월 내 사후평가를 의무화하고, 목표 미달 시 일목 및 재검토를 제도화한다. 유예·예외·단계적 적용을 규제 설계의 기본으로 한다. 상법 개정처럼 광범위한 법체계 변동은 시장이 적응할 시간을 확보해야 하며, 특히 중소·비상장 영역에 대한 파급은 별도 평가가 필요하다.

2) 세제개혁  법인세·상속세·증여세를 '투자친화적 질서’로 재배열

법인세와 상속·증여세는 투자와 기업가정신에 민감하다. OECD는 기업과세와 투자 사이의 음(-)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제시한다. 정부가 법인세 인상을 확정(또는 추진)했다면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장친화적 보완장치와 '순서’다.

첫째, 법인세는 세율 조정이 불가피하다면 투자·R&D·생산성 향상 투자에 대한 정책금융과 세액공제를 강화하고, 중소·혁신기업에는 실효세율 급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제·이월 규정을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 R&D 세제 측면에서는, World Bank는 R&D 조세지원이 기업 R&D를 증가시키는 경향을 정리하면서도, 설계·관리(부정수급 방지, 목표 정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도 “성장전략”에서 R&D 혁신을 전면에 두고 있다. 따라서 법인세 인상으로 생기는 '부담 신호’를 상쇄하려면 R&D 세제의 예측가능성·신속성(심사기간 단축, 사전컨설팅, 표준가이드라인)을 제도화해야 한다.

둘째, 상속·증여세는 유산취득세 전환으로 과세체계를 합리화해야 한다. 다만 시행시기·공제체계·가업승계 요건이 불확실하면 오히려 기업·가계 모두 의사결정을 미루게 된다. 목표는 “부의 대물림 차단”과 “기업 연속성”의 균형이다. 구체적으로는 1)가업승계의 고용·투자 요건을 '형식’이 아닌 '성과’ 중심으로 개편, 2)납부유예·분할납부 등 유동성 문제 완화, 3)최대주주 할증평가 등 쟁점은 경제적 효과와 형평을 함께 평가하는 공개적 규제영향분석(RIA)을 거쳐 결정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3) 노동·안전  처벌 강화를 넘어 '예방 성과’를 만드는 설계

산업안전에서 중요한 것은 “기업을 때리기 쉬운 제도”가 아니라 사고를 줄이는 제도다. 현재 논의되는 영업이익 연동 과징금은 강한 억제 효과를 노리지만, 제재의 예측가능성과 투자 여력 위축이라는 부작용이 동시에 제기된다. 대안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위험기반 감독으로 사고 다발·고위험 공정에 감독자원을 집중하고, 저위험 사업장에는 자율규제·컨설팅 중심(규제 준수비용 최소화)으로 전환한다. 둘째, 안전투자 인센티브로 안전설비·AI 안전관리 등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정책금융을 강화하여 '예방’이 '비용’이 아니라 '투자’가 되도록 만든다. 셋째, 집행의 예측가능성으로 과징금·행정제재는 산정기준을 구체화하고, 영업이익 연동 방식의 형평성 논란을 줄이기 위한 '사업장 단위 기준’, '사고과실·관리수준 반영’ 등 세부기준을 공개해야 한다.

4) 자본시장과 시장 확대  잠재성장률을 '투자-혁신-수출’로 연결하기

IMF는 생산성 제고와 자본배분 개선, 규제 정비가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즉 규제·세제만 손보는 것이 아니라 자본이 혁신기업으로 흐르고, 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넓히며, 서비스업 생산성이 상승해야 3%가 현실이 된다. 이를 위해 다음을 제안한다. 첫째, 벤처캐피탈(VC)–스케일업–기업공개(IPO) 파이프라인으로 정부가 '보조금’ 중심이 아니라 공동투자·매칭·회수시장 개선에 초점을 맞춰 민간 자본의 위험감수 역량을 키울 수 있다. 둘째, 서비스업 생산성 제고를 위해 기업활동과 관련된 규제·공공서비스·운영 효율을 평가하는 새로운 프레임이 필요하다. 한국은 제조 경쟁력에 비해 서비스 생산성 개선이 상대적으로 시급한 과제로 지적돼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허가·데이터·전문직 규제 등 서비스 규제의 정비는 잠재성장률 제고에 직접 기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해외 진출 지원의 '시장확대형’ 전환으로 단기 금융지원보다, 규제·표준·인증·통상 리스크 대응(특히 플랫폼·콘텐츠·헬스케어)에 대한 법률·컴플라이언스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통제와 부담에서 활력과 유인의 강화로 무게 중심 옮겨야

자유로운 시장 질서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은 성장의 토대다. 이는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구호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입증된 경제 발전의 조건이다. 정부의 역할은 이러한 시장 질서가 공정하게 작동하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데 있다. 시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제대로 기능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잠재성장률 3% 달성을 위해서는 규제·세제·노동·금융 정책이 성장 친화적으로 재정렬될 필요가 있다. 규제 체계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 혁신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세제는 장기 투자와 자본 축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합리화해야 한다. 노동시장은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유연성을 확보하고, 자본시장은 모험 자본이 신산업으로 원활히 흘러가도록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내수시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장 확대 전략도 병행되어야 한다.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통상 정책과 산업 정책을 연계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해야 한다. 기업이 국내에서 도전과 혁신을 이어가면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장은 정책적 의지의 산물이 아니라 제도적 환경의 결과물이다. 통제와 부담의 신호가 강화될수록 투자와 혁신은 위축된다. 반대로 예측가능성과 자율성, 공정 경쟁의 원칙이 확립될수록 민간의 역동성은 회복된다. 새 정부가 제시한 3% 성장 목표는 결코 과장된 구호가 아니다. 다만 그 길은 시장의 활력을 회복하는 방향에서 찾을 때 더 현실적일 수 있다.

새 정부에서 추진하는 시장에 대한 통제와 설계를 기반으로 한 법과 정책의 변화로는 근원적 목표인 잠재성장률 3% 실현을 더 어렵게 할 것이다. 정책의 취지나 속도보다 방향과 파급효과를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통제의 유혹을 넘어 활력의 경제로, 부담의 확대를 넘어 유인의 강화로 정책의 무게 중심을 옮길 필요가 있다. 그 균형 위에서만 3% 성장은 선언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