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중동발 추경’과 고유가 피해지원금.. 경제 기초 체력과 시장기능 회복에 집중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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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자유기업원 2026-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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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3월 31일, 국무회의에서 26조 2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정부 설명대로라면 이번 추경은 중동전쟁에 따른 고유가·고물가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긴급 대응이다. 문제는 정부가 또다시 위기 대응의 첫 수단으로 대규모 재정지출과 현금 지원을 꺼내 들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추경안에는 고유가 부담 경감 10.1조원, 저소득층·소상공인·청년 등 지원 2.8조원, 지방정부 투자여력 확충 9.7조원 등이 담겼다. 소득 하위 70%대상 1인당 10만~60만원의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 방안도 포함됐다. 수도권 10만원, 비수도권 15만원, 인구감소 우대/특별지역 20만원/25만원을 받고, 차상위·한부모와 기초수급자는 더 높은 금액을 받도록 설계됐다.
추경은 본래 예외적이고 한시적인 수단이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의 재정정책은 충격이 발생할 때마다 곧바로 추경을 편성하고, 현금성 지원을 통해 소비를 떠받치는 방식으로 굳어지고 있다.
이번에도 정부는 피해지원금을 신용카드·체크카드·지역화폐 방식으로 설계해 저축이 아니라 소비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정부가 돈을 뿌린다고 해서 서민이 살고 경제의 체력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생산과 투자, 공급 능력 개선 없이 소비만 인위적으로 부양하면 일시적 착시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경제의 기초체력은 오히려 약해질 수 있다.
더구나 이번 현금성 지원은 '전 국민 지급’은 아니라고 해도, 여전히 소득 하위 70%라는 매우 넓은 범위를 대상으로 한다. 위기 대응이라면 정말로 타격이 집중된 계층과 업종, 지역에 정밀하게 집중하는 것이 맞다. 이렇게 되면 재정은 절박한 곳을 두텁게 지원하기보다, 많은 사람에게 얇게 나눠주며 정치적 만족을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변질되기 쉽다.
고유가 대응 방식도 문제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류비 경감, K-패스 환급 확대 등으로 부담을 줄이겠다고 한다. 그러나 가격을 행정적으로 누르고 보조금을 더하는 방식은 시장가격이 전달하는 절약과 조정의 신호를 왜곡할 가능성이 크다.
고유가 시대에 필요한 것은 가격통제나 재정투입 보다 세금 구조 점검, 에너지 공급망 안정화, 물류 효율화, 민간의 대체에너지 투자 개선 등 구조적 대응이다.
정부는 이번 추경을 추가 국채 발행 없이 초과세수와 기금 재원으로 충당한다고 설명한다. 국채를 더 발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재정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초과세수 역시 국민경제가 만들어낸 자원이며, 쉽게 써도 되는 쌈짓돈이 아니다.
결국 이번 '중동발 추경’의 본질은 위기 대응이라기보다 재정만능주의의 재확인에 가깝다. 세수가 예상보다 더 들어왔다면, 국가채무 축소나 미래위기 대비 재정여력 확보에 우선 쓰는 것이 더 책임 있는 선택일 수 있다. 위기 때마다 현금 지원이 해답은 되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경제의 기초체력을 회복하는 방향의 정책 전환이다. 기업의 생산과 투자, 물류와 공급망, 에너지 조달과 같은 실물경제 기반이 살아나야 고유가·고물가 충격도 흡수할 수 있다. 재정 의존적 단기 부양보다 시장 기능의 정상화와 민간 활력 회복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할 때이다.
2026.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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