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개혁, "기계적 통폐합 보다 기능중심 재설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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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자유기업원 2026-03-26 , 재외동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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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기관 개혁을 둘러싸고 단순한 기관 수 감축이 아닌 기능 중심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유기업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CFE Report No.29)에서 지난 10년간 공공기관 규모와 인력 팽창의 현황을 분석하고, 공공기관 개혁을 국가 운영의 구조개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공기관 수는 2015년 316개에서 2025년 331개로 증가했다. 단순한 숫자 증가를 넘어 자회사, 부설기관, 위탁조직, 정책사업 확대 등을 통해 공공부문 외연이 크게 확장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2020년에는 350개까지 확대된 뒤 일부 조정을 거쳤지만 여전히 330개 안팎의 대규모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일회성 감축만으로는 구조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인력 측면에서도 공공기관은 이미 거대한 고용 부문으로 자리 잡았다. 2024년 기준 임직원 정원은 42만 3000 명으로 국가행정공무원 정원의 절반을 넘는다. 최근 5년간 정원은 42만 명대에서 고착화되었으며, 신규채용은 감소하는 추세다. 이는 청년 인재 유입을 어렵게 하고 조직의 유연성을 저해하며, 민간과의 인재 경쟁에도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자유기업원은 공공기관 개혁의 기본원칙으로 ▲기능중심 재설계 ▲경쟁 촉진 ▲재무건전성 강화 ▲책임경영 확립을 제안했다. 개혁은 기관 단위가 아니라 기능 단위로 진단되어야 하며, 국가필수성, 민간 대체 가능성, 경쟁도입 가능성, 유사·중복 여부, 재정·부채 위험도, 국민편익 기여도 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존치 및 성과관리 강화, 통폐합, 시장개방, 지분매각, 민간이양·민영화 등 다양한 개혁 수단을 차등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최근 논의되는 주요 통폐합 사례에 대해 구체적 방향을 제시했다. 코레일(KTX)과 SR(SRT), 한전 발전자회사 등은 겉으로는 유사 기능처럼 보이지만, 내부 경쟁과 성과책임 분리 효과가 크기 때문에 전면 통합보다는 분리 유지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공항공사·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한국주택금융공사(HF)·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수출입은행·한국무역보험공사 등은 통폐합 또는 대대적 기능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또한 소규모 공공기관 61곳은 흡수·통합·폐지·민간위탁 등 유형별 정비가 요구된다고 제안했다.
자유기업원의 이번 제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제적 효율성과 국민 편익을 동시에 고려한 현실적 접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실제 정책 반영 과정에서는 지역사회 이해관계, 노동시장 충격, 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단순한 경제 논리만으로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한 행정학 교수는 “공공기관 개혁은 단순한 구조조정이 아니라 국가 운영 방식의 재설계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정치적 리더십과 사회적 합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개혁은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자유기업원은 1997년 SK그룹 최종현 회장이 설립한 보수 성향 싱크탱크로,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확산을 목표로 한다. 원래 전경련 산하 조직으로 출발해 2000년 독립 재단으로 전환했다. 2017년 재정적 독립을 선언했지만 여전히 전경련의 영향력과 유사한 성향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