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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멈춘 등록금에 고등교육 ‘고사 위기’… “비용 아닌 자율성 문제”

글쓴이
자유기업원 2026-03-03 , 한국대학신문

자유기업원 리포트, 등록금 동결이 대학 재정 구조 왜곡·경쟁력 약화 초래
“단순한 학생 부담 경감 아닌 교육 투자 기반 붕괴로 이어져” 지적
등록금 자율화 및 수익자 부담 원칙 재정립 등 전방위적 규제 혁신 촉구


지난 18년간 지속된 대학교 등록금 동결·인상 억제 정책이 대학의 재정 구조를 심각하게 왜곡하고 한국 고등교육의 글로벌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등록금 문제를 단순히 '학생의 경제적 부담’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대학의 재정 자율성과 교육 투자 기반을 결정하는 '구조적 생존’의 문제로 다뤄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27일 자유기업원이 발표한 '등록금 규제 완화 필요성과 정책 대안’ 리포트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장기간 지속된 등록금 동결 기조가 대학의 재정적 자생력을 상실케 하고 연구·교육 환경의 질적 저하를 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기업원은 1997년 설립된 민간 정책 연구기관으로, 기업의 자유와 개인의 창의를 바탕으로 한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다양한 정책 대안을 제시해 왔다. 최근에는 대학의 자율성 회복과 고등교육 시장화 등 교육 개혁 분야에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18년 동결의 그늘…물가 오를 때 대학은 '정체’ = 리포트는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 결정 구조가 실질적으로 대학 자율이 아닌 법적·행정적 규제에 묶여 있음을 꼬집었다. 현행 고등교육법상 인상률 제한(직전 3개년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2배 이내)과 더불어, 등록금을 인상할 경우 국가장학금 II유형의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교육부의 '재정 지원 연계’ 방식이 대학들의 손발을 묶어왔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은 2009년 본격적인 동결 기조가 시작된 이후 사실상 '시간이 멈춘 상태’다. 2024년 기준 전국 사립대학의 평균 등록금은 연간 약 750만 원 수준으로, 2009년 대비 명목상으로는 거의 변화가 없다.

문제는 그사이 급격히 상승한 소비자물가다. 리포트는 지난 18년간 누적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약 40%에 달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를 반영한 '실질 등록금’의 가치는 2009년 대비 약 30% 이상 급락했다고 분석했다. 즉, 대학들이 학생들에게 받는 실질적인 교육 비용은 18년 전보다 3분의 1가량 줄어든 셈이다.

특히 최근 3개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5%대를 기록하며 고등교육법상 등록금 인상 한도가 5% 내외까지 높아졌음에도, 교육부가 국가장학금 II유형 지원 대상에서 인상 대학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강력히 억제하면서 대학들의 실질 재정 규모는 '재난 수준'의 축소를 경험하고 있다.

이는 교원 확보율 저하, 노후 시설 방치, 연구 기자재 도입 지연 등으로 이어져 결국 고등교육의 하향 평준화를 초래했다는 것이 리포트의 핵심 진단이다.

■ “등록금은 대학 자율성의 지표”…구조적 사안으로 봐야 = 리포트는 등록금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을 촉구했다. 등록금은 단순한 '납부금’이 아니라 대학이 자율적으로 재정을 설계하고, 대학만의 특성화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핵심 자율 재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대학의 정부 재정 지원 사업 의존율은 급격히 높아졌다. 등록금을 올릴 수 없는 대학들이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교육부의 각종 평가와 사업에 매달리게 되면서, 대학이 교육 철학에 따라 자율적으로 인재를 양성하는 기능이 마비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학 전체 수입 중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70%대에서 최근 50%대 이하로 급감한 반면, 정부 지원금의 비중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대학들이 자체 수입으로 혁신을 꾀하기보다 정부가 정해준 가이드라인에 맞춰 학과를 구조조정하고 정원을 조정하는 '관치 교육’의 장이 됐다는 비판이다.

자유기업원은 “대학 재정의 자립도가 낮아질수록 대학은 정부의 정책 통제 아래 놓이게 되며, 이는 곧 대학 고유의 창의적 발전 동력이 상실됨을 의미한다”며 “등록금 자율화는 대학이 정부로부터 독립하여 고유의 정체성을 실현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재정 위기는 곧 교육의 질적 저하로 이어졌다. 리포트가 제시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의 학생 1인당 교육비 지출은 OECD 평균의 60% 수준에 머물러 있다. 동결 기간 교원 확보율은 정체됐고, 공학 계열 등 고가의 실험 장비가 필요한 분야의 기자재 도입은 지연되고 있다.

건물 및 시설 보수 비용도 턱없이 부족하다. 전국 대학 건물 중 30년 이상 된 노후 건물의 비중이 급증하고 있지만, 적립금마저 소진한 대학들은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인프라 붕괴는 결국 세계 대학 평가 순위의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우수 학생들의 해외 유출을 가속화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 대학 경쟁력 회복 위한 정책 대안…“수익자 부담 원칙으로 회귀해야” = 자유기업원은 고등교육의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등록금 결정의 실질적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법적 인상 한도 내에서의 결정을 대학의 정당한 권리로 인정하고, 국가장학금 지원 체계와 연계해 대학의 손발을 묶는 변칙적인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는 고등교육이 개인의 인적 자본을 형성하는 사적 재화의 성격을 띠는 만큼, 교육 서비스의 질에 따른 수익자 부담 원칙을 재정립하여 대학 간 건전한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특히 대학별 교육 환경의 차이를 고려한 차등 등록금제와 장학 제도의 정밀한 개편도 주요 과제로 꼽혔다. 인문·사회 계열에 비해 실험·실습 비용이 월등히 높은 이공 계열의 등록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소득층 수험생에 대한 보호는 등록금 규제가 아닌, 국가장학금 I유형의 확대나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ICL) 제도의 내실화를 통해 정밀하게 대응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대안도 덧붙였다.

나아가 등록금뿐만 아니라 학사 운영, 정원 조정 등 대학을 옥죄는 포괄적인 규제 패키지를 함께 완화함으로써 대학이 시장의 변화와 산업계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의 생존이 위협받는 현시점에서 등록금 동결 정책은 대학의 고사를 가속화할 뿐”이라며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인프라 투자를 위해 등록금 규제에 대한 전향적인 논의가 시작되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