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13년 만에 대형마트의 온라인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다.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이어졌던 경직된 영업제한으로 대형마트는 온라인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된 유통시장에서 출발선조차 서지 못했다. 이번 조치는 최소한 왜곡된 경쟁 조건을 일부 정상화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 새벽배송 허용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유통산업발전법의 핵심 규제인 '의무휴업일 제도’가 그대로 유지되는 한, 이번 조치는 반쪽짜리 개혁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대형마트 규제는 2012년 전통시장 보호 명분으로 월2회 의무휴업, 심야 영업 제한, 출점 규제 등이 골자였다.
당시 정책 설계의 전제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직접적 대체 관계에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10여 년이 지난 지금, 유통 시장의 경쟁 구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경쟁의 축은 '대형마트 대 전통시장’이 아니라 '오프라인 대 온라인’으로 이동했다. 온라인 유통 비중은 2010년대 중반 이후 가파르게 상승해 현재는 전체 소매시장의 절반을 넘어섰다. 반면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시장점유율은 동반 하락하거나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번 새벽배송 허용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새벽배송의 본질은 '매일 장보기’다.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한 생활밀착형 소비는 연속성과 편의성이 핵심이다. 그러나 한 달에 두 번, 그것도 주말에 서비스가 중단된다면 소비 흐름은 끊길 수밖에 없다. 소비자는 결국 365일 주문과 배송이 가능한 이커머스로 돌아간다. 의무휴업일이 존치되는 한,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은 구조적으로 보조적 서비스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10년이 넘는 정책 경험은 '영업 규제’가 전통시장의 구조적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전통시장의 생존과 활성화는 경쟁자의 영업을 묶는 방식이 아니라, 디지털화·현대화·브랜딩 강화 등 자구적 경쟁력 제고와 맞춤형 지원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더욱이 현행 제도는 공정 경쟁이라는 측면에서도 문제를 안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은 24시간 영업이 가능하지만, 오프라인 대형마트만 주말과 심야에 묶여 있다. 동일한 소비를 두고 경쟁하면서도 한쪽만 시간 규제를 받는 구조는 형평성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규제가 특정 업태만을 과도하게 제한할 경우, 의도와 달리 시장 왜곡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정책 당국은 직시해야 한다.
소비자선택권 관점에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맞벌이 가구 증가와 생활패턴 변화 속에서 주말과 야간은 오히려 소비자에게 가장 중요한 쇼핑 시간대다. 국가가 일률적으로 '이 날은 영업하지 말라’고 정하는 방식이 과연 오늘날의 소비 현실에 부합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새벽배송 허용은 분명 의미 있는 출발점이나 종착점이 되어서도 안 된다. 국회에 계류 중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논의는 온라인 영업 허용을 넘어 의무휴업일 제도의 전면 재검토로 확장되어야 한다. 지자체 단위 부분적 완화에 그치기 보다 유통규제 체계 전반의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는 보호 중심의 규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경쟁과 혁신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대형마트가 언제 열고 닫을지 결정하는 주체는 행정이 아니라 소비자와 시장이어야 한다. 새벽배송 허용이 '상식의 회복’이라면, 의무휴업 폐지는 '원칙의 회복’이다. 유통 산업의 경쟁을 정상화하고 소비자의 시간을 돌려줄 것인지는 이제 정책 결정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고광용 자유기업원 정책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