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도서정가제, 독서문화 저변 확대에 방해 요인으로 작용

김한슬 / 2025-01-08 / 조회: 49       마켓뉴스

도서정가제,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부정적인 결과 초래
전면 재검토로 한국 출판 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독서문화 저변확대 추구해야


도서정가제가 한국 사회에 긍정적 역할을 할 거라는 원래 기대와 다른 결과를 낳고 있다. 책값을 일정 수준에서 유지해 저자와 출판사의 수익을 보호하려는 취지로 도입된 이 제도는 오히려 독자, 출판사, 서점 모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경제적 접근성을 높이고, 책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던 도입 취지와 달리 도서정가제는 시장을 왜곡시키고 소비자 부담을 증가시키며 출판 산업 전반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도서정가제는 기존 독자에게 가격 부담을 전가해 사회적 효용의 감소를 불러온다. 본래 시장에서 수요가 줄어들면 가격이 하락하면서 자연스럽게 균형가격이 형성된다. 이는 기본적인 시장 원리로 수요와 공급이 조화를 이루어 소비자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물건을 구입하는 구조를 이룬다. 

그러나 도서정가제는 균형가격 형성을 가로막고 있다. 책값의 고정으로 소비자가 원래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하게 되면 구매 의사가 줄어들기 마련이다. 책을 통해 얻는 효용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지만, 반드시 일정 가격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는 규제는 독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일이다. 이는 단순한 개인적 문제를 넘어서서 독서문화 저변 확대를 방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가격이 고정되면 구매 결정에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이로인해 독서 생태계의 안정화 목적에서 시행된 도서정가제가 외려 책을 통한 사회적 효용의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출판사와 서점의 경우, 과잉 공급 문제를 겪으며 재정 안정성이 저해된다. 

기본적으로 높은 가격은 공급을 늘리고 수요는 낮춘다. 그렇게 초과공급이 발생하면 판매자들은 할인 등의 가격 인하 조치를 통해 재고를 처분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할인율을 일괄적으로 제한함에 따라 출판사는 이러한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마저 차단당한 상황이다. 

판매되지 않은 재고는 고스란히 출판사의 부담이 되며, 이러한 장기 재고는 출판업계의 재정 안정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도서정가제로 시장의 자정 작용이 차단하어 출판사들은 수익성이 악화되어 출판 생태계가 역동성을 잃게 됐다. 

자금력이 부족한 소규모 출판사나 독립 서점은 위험에 대비하기가 상대적으로 더욱 어렵다. 이로인해 출판사의 신간 출간이나 독특한 콘텐츠 제작이 제약을 받고 있다. 재고를 남기지 않기 위해 인기 있는 책들만 출간하다 보니 비주류 문학이나 학술적 가치를 지닌 책은 출간이 어려워졌다. 저자와 출판사를 보호해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도록 해야 하는데 왜곡된 결과를 낳고 있는 실정이다.

소비자의 진입장벽을 높여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점 역시 문제다. 도서정가제의 가격 고정은 수요와 공급의 적정선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책 구매 자체를 제한하는 일종의 허들이 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선택권을 누릴 권리가 있다. 그러나 지불 의사에 미치지 못하는 콘텐츠에 높은 가격이 매겨지는 상황은 책 소비자들을 다른 시장으로 가게 만든다. 영화, 음악, 디지털 미디어 등 여러 문화 콘텐츠들이 경쟁하는 시대에 책값만이 고정된다는 것은 도서 시장에 불리한 요건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디지털 시대의 소비자들은 가격 비교와 할인 혜택을 통한 소비에 익숙하다. 반면 가격 유연성을 잃은 도서의 경우, 소비자들에게 더욱 접근하기 어려운 콘텐츠로 인식되어 신규 독자층의 유입에 제한을 받게 된다. 

기존 독자층 가운데서도 대학생, 청소년과 같은 경제적 여유가 없는 이들은 서적 구매를 포기하거나 대여 또는 중고 서비스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책에 대해서만 가격 타협의 여지를 없앤 규제는 도서문화산업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다. 이는 현재 소비자는 물론 잠재적 소비자의 자유까지도 제한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결론적으로 도서정가제는 본래 추구했던 사회적 가치와 달리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적정 가격보다 높은 수준으로 책값을 고정하는 정부 규제는 독자들의 구매 의사를 감소시켜 다양한 신간의 출간을 어렵게 하고 출판업계 전반의 활력을 저해한다. 

소비자는 합리적인 선택권을, 출판사와 서점은 자생력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도서정가제가 당초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음을 방증한다. 출판문화의 다양성 제공, 생산자와 소비자의 권익 보호는 가격 제한과 같은 일률적인 규제로 이뤄지지 않는다. 시대적 요구에 비추어 도서정가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일은 한국 출판 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독서문화의 저변 확대를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김한슬 자유기업원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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