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7월 16일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안전상비의약품을 최대 20개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약국과 24시간 판매점이 없는 지역에서는 판매점의 24시간 운영 요건도 완화할 방침이다. 이에 서울시약사회는 7월 25일 결의대회를 열고 품목 확대와 판매점 지정기준 완화의 철회를 요구했다.
편의점 상비약 제도는 2012년 도입됐다. 약국이 문을 닫는 야간이나 휴일에도 기본적인 의약품을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당시 13개 품목이 지정됐지만 두 품목의 생산이 중단되면서 현재 실제 판매되는 품목은 11개다. 현행 약사법은 안전상비의약품을 20개 이내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고시하도록 하고 있다.
의약품은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안전성을 충분히 따져야 한다. 그렇다고 14년 가까이 품목을 사실상 그대로 둘 이유는 없다. 안전성이 검증된 의약품이라면 약국이 문을 닫는 야간이나 휴일에도 가까운 곳에서 살 수 있어야 한다.
물론 편의점이 약국을 대신할 수는 없다. 증상이 계속되거나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하면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찾아야 한다. 복약지도가 필요한 의약품도 약사의 관리 아래 두는 것이 맞다. 하지만 가벼운 두통이나 발열, 소화불량까지 다음 날 약국이 문을 열 때까지 기다리게 할 필요는 없다.
소비자의 이용도 이미 적지 않다. 의약품정책연구소의 2019년 조사에서는 최근 1년간 편의점 상비약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68.9%였다. 구매 이유로는 휴일이나 심야에 약국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편의점 상비약이 약국의 빈자리를 특정 시간대에 보완하고 있다는 뜻이다.
오남용 우려도 품목 확대를 막는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 현재도 품목별 1회 판매량은 하나의 포장단위로 제한되고, 12세 미만 아동과 초등학교 재학생에게는 판매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품목 수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판매기준을 제대로 지키는 일이다. 문제가 있다면 해당 품목이나 판매방식을 조정하면 된다.
편의점에서 판매할 의약품은 안전성과 소비자 수요를 기준으로 정하면 된다. 위험성이 높거나 복약지도가 필요한 의약품은 약국에서 판매해야 한다. 반대로 소비자가 스스로 사용할 수 있고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된 품목은 접근성을 넓힐 수 있다. 정부도 품목 선정과 안전성 심사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편의점 상비약 확대의 핵심은 약국의 역할을 줄이는 데 있지 않다. 야간과 휴일에 생기는 의약품 접근의 빈틈을 줄이는 데 있다. 안전성이 검증된 품목의 선택권은 넓히고, 필요한 관리와 규제는 제대로 하면 된다.
정부는 약사단체의 반발을 이유로 상비약 확대를 다시 미뤄서는 안 된다. 안전성은 엄격히 심사하고 현행 판매기준은 충실히 적용해야 한다. 그 위에서 안전성이 확인된 의약품은 소비자가 필요할 때 가까운 곳에서 선택해 구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편의점 상비약 확대를 더 미룰 이유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