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용노동부는 제4차 사회적기업 기본계획('23~’27)에서 2007년 사회적기업법 제정 이후 지난 16년간 정부의 직접지원 중심의 획일적 육성정책의 부작용을 지적하며 사회적기업의 정체성 회복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혁신방안을 수립하여 발표하고,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직접지원 예산이 삭감된 2024년도 사회적기업육성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제4차 사회적기업 기본계획의 진단내용을 살펴보면, 사회적기업에 대한 정부의 막대한 재정지원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고용창출 효과는 미미하고 기업의 성장성과 자생력이 낮으며 지원금 부정수급 사례도 지속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회적기업 인증요건만으로 사회적가치 창출 정도와 관계없이 동일한 지원을 받는 구조여서 사회적 가치 제고 유인이 부족하고 사회적기업에 대한 과도한 재정지원과 각종 정책지원이 일반 중소기업에 대한 역차별을 유발한다고 지적하였다.
사회적기업 기본계획의 혁신방안은 인건비 등의 사회적기업에 대한 직접지원을 일반 중소기업과 동일한 수준에서 각종 유사 지원제도를 통합하여 운영하고, 사회적기업에 대한 일률적 지원에서 사회적가치와 경제적 성과를 평가하여 차등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였다. 이에 더해 사회적기업진흥원이 민간위탁하던 인·지정, 교육·컨설팅 등 공공행정 업무를 진흥원이 직접 수행하도록 하였다.
이번 제4차 사회적기업 기본계획의 혁신방안은 사회적경제기업과 비사회적경제기업 간의 형평성과 예산 집행의 효율을 강화하고 지원기관인 사회적기업진흥원의 운영 효율성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에 지원 예산 삭감에 따른 사회적경제기업들의 반발이 거세다.
사회적기업을 필두로 기존에 지원받던 예산을 삭감당한 직접 이해당사자인 사회적경제기업들의 반발도 이해는 가지만 지원 예산의 삭감을 논하기 전에 막대한 국민의 세금으로 각종 지원을 받는 수혜기업으로서 책임을 다했는지 기업 스스로 자성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각 기업은 사회적경제기업으로서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기업의 정체성은 유지되고 있는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가 지원을 받으면서 유지될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지 등을 먼저 점검하고 사회적기업으로서의 정체성 확립과 기업으로서의 자생력 강화 방안을 스스로 강구해야 한다.
오늘날 사회적기업과 사회적경제의 영역은 고용, 지역 활성화, 복지, 환경, 인구, 창업지원, 문화·예술 지원 등 거의 모든 문제에 걸쳐있고 '사회적’이라는 표현의 구체성이 부족하여 개념과 역할에 모호성이 존재하며, 그 역할에 대한 이해가 달라 혼란과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사회적기업을 포함한 사회적경제기업이 정부의 인·지정과 관리의 대상이라면 학계나 정부가 나서서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 사회적기업과 영리기업, 사회적기업과 비영리기업 사이의 개념과 변화된 역할을 따져보고, 현시점에서 우리 사회에 부합하는 사회적기업과 사회적경제의 정명(正名)을 바르게 할 필요가 있다. 20여 년 전 우리 사회에서 요구되던 사회적기업의 역할과 2023년 사회와 환경에 대한 책임 활동이 기업의 보편적 가치가 된 현시점에서 오늘날 사회적기업에 요구되는 역할이 동일한 기준으로 통용될 수는 없다.
또한, 사회적경제기업을 지원하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모호한 성격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기업이나 사회적경제의 모호성만큼이나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지원하는 대상과 역할도 불명확할 수밖에 없다. 고용을 우선하는지, 복지를 우선하는지, 환경을 우선하는지, 지역발전을 우선하는지, 벤처 창업을 우선하는지, 아니면 모두에 관여하는지 사회적기업진흥원의 성격이 분명하지 않다. 이러한 모호성으로 사회적기업진흥원의 업무는 타 부처와 중복되는 성격이 많고 조직이 전문성을 가지기에도 한계가 있다.
사회적기업과 사회적경제의 역할 재정의에 따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역할 조정이나 발전적 해체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이야말로 사회적기업과 사회적경제의 역할과 정체성에 대한 논의를 촉발하고 정명(正名)을 바르게 하여 좀비 사회적기업이 아닌 전문성과 경쟁력을 갖춘 지속가능한 성장기업으로서의 사회적기업을 육성할 타이밍이다.
조한준 자유기업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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