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빠진 아파트라? 어느 먼 후진국에서 해외토픽에 나올 만한 이야기이거나 우리나라 삼풍아파트 붕괴 이전 과거 시절에나 들었을 법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21세기 대한민국에 바로 지금, 뉴스를 장식하는 내용이다.
LH가 시공한 15개 단지의 철근이 누락되어 있었다. 내용은 더 가관이다. 심지어 양주회천A15단지 지하주차장의 경우 아예 무량판에 들어갈 전단보강근(보강 철근) 전부가 빠져나갔다. 애초에 전단보강근을 얼마나 넣어야 할지 계산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계, 시공, 감리 등에 걸친 총체적인 부실이다. 도대체 2023년 대한민국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윤석열 대통령은 8월 1일 국무회의에서 건설업 이권 '카르텔’을 반드시 깨부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윤 정부는 반카르텔 정부라고 다시 선언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정체성을 명확히 했다.
카르텔(Kartell)은 독일에서 온 단어로, 동일 업종의 기업이 경쟁의 제한 또는 완화를 목적으로 가격, 생산량, 판로 따위에 대하여 협정을 맺는 것으로 형성하는 독점형태나 그 협정 자체를 지칭한다. 각 기업의 독립성이 유지된다는 점에서 트러스트(Trust)와는 성격이 다르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권 카르텔 공격은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니다. 지난해 9월 태양광 카르텔을 시작으로, 화물연대파업 당시 절대 협상은 없다는 원칙을 내세우며 노조 카르텔에 대한 혁파에 나섰다. 그 이후 시민단체에 대한 보조금을 정치보조금이라고 하면서 중단하면서 시민단체 카르텔을 원천 봉쇄했고, 최근에는 '킬러 문항’ 수능 모의고사 출제를 기점으로 사교육 카르텔을 전면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이미 일부 교사들과 학원 간에 거액의 자금이 오간 유착관계가 밝혀졌고, 여전히 그 전모를 밝히는 추가적인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권 카르텔, 우리 사회 여러 곳곳에 만연한 병폐
윤석열 대통령의 선언대로 윤석열 정부는 반카르텔의 노선을 명확히 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카르텔에 대한 공격은 대통령 취임 이후에 시작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오래 전부터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그 시작은 바로 조국 사태, 교수 카르텔이었다.
교수들은 사회가 자신들에게 준 신뢰를 동료들의 자식 입학 품앗이로 악용했다. 동양대 교수인 정경심은 표창장을 위조했고, 부산대 의전원은 당시 서울대 교수였던 조국의 딸 조민에게 장학금을 수여했다. 사실은 아들 조원이 더 가관이다. 연세대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서울대 인권법센터의 인턴십 활동증명서를 제출했으나, 실제 인턴 활동 내역은 없었다.
당시 서울대 인권법센터장은 조국과 같은 서울대 법대 교수였던 한인섭이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신욱희 교수를 통해 연세대 교수들을 상대로 조원의 합격을 위한 청탁이 이뤄진 사실이 밝혀졌다. 4년간 보존해야 할 조원에 대한 입시채점표는 때마침(?) 분실되어 연세대 교수들이 청탁에 의해 부정 채점을 했는지 여부는 미궁에 빠졌고, 관련하여 75명의 교직원에 대해 징계가 진행 중이다. 586 운동권 경력을 자랑스럽게 내세웠던 조국은 그렇게 교수 카르텔의 하나의 부서진 파편이 되었다.
취임 이후인 지난해 9월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비리가 적발되자,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카르텔’로 지목했다. 그런데 여기서 586 운동권 대부 허인회가 등장한다. 허인회는 1985년 고려대 총학생회장으로 대표적인 학생운동 단체인 민족통일·민주쟁취·민중해방투쟁위원회 이른바 '삼민투’ 위원장을 지낸 운동권의 대부다.
허인회는 태양광업체인 녹색드림협동조합을 통해 태양광 사업 보조금을 받았고, 일감을 받는 등 특혜를 받았으며, 이는 감사원 감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 허인회가 허울 좋은 운동권 활동으로 민주주의를 쟁취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보조금과 특혜를 쟁취한 것은 명백했다. 태양광 사업에 얼마나 더 많은 586 운동권이 개입했는지는 모를 일이다.
또한 노조는 586 운동권들의 대표적인 활동무대다. 건설노조를 '건폭’으로 부르며 맹렬히 싸우고 있는 원희룡 장관도 서울대 법대 82학번 열성 운동권으로서 당시 노동운동에 투신했었다. 원 장관은 구로에서 여성 노동자를 대상으로 야학을 했고, 인천의 금속공장에 노동자로 위장 취업하기도 했다.
최근 민노총 조직국장은 북한 공작원에게 민노총 내부 통신망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제공했고, 민노총 금속노조 부위원장 출신 모씨는 북한의 지령을 받아 금속노조 본부 등에 하부조직을 설립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노조는 586 운동권 뿐만 아니라 주사파들의 무대가 되어 버렸다.
사교육 학원가도 잘 알려지지 않은 586 운동권의 무대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이 인정했듯, 586 운동권들은 사교육 시장으로 진출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전대협 산하 서총련에서 활동했고, 보습학원을 만들어 초등학생 중학생을 가르쳤다.
대표적인 586 운동권인 유시민은 '유시민의 논술 특강’, '거꾸로 읽는 세계사’ 등 꾸준히 학생들을 위한 책을 펴내고 있다. 한때 NL 주사파 활동가이자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사무처장이었던, 지금은 전향한 운동권 민경우 대표도 2012년부터 수학학원을 운영했었다. 지금 사교육 카르텔은 단순히 공부를 더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현직 교사들에게 거액의 금액을 제공하면서 킬러 문제를 받는 이권 카르텔로 변질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부수고자 하는 이권 카르텔을 쫓아가다 보면 어느새 하나같이 586 운동권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과거 산업화세대를 기득권이라고 부르며 기득권 철폐를 외쳤던 사람들이다.
민주주의, 독재 타도는 산업화세대 기득권 철폐를 위한 구호였다. 그러나 그들은 사회 곳곳에 '카르텔’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되어 그들이 비판했던 기득권으로서 기생하고 있었다.
이 기생하던 그림자들이 숙주의 주인 자리를 차지하게 된 사건이 바로 문재인 정부 출범이다. 지난 30일 문재인 전 대통령은 문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단 한 건도 금품과 관련한 부정비리가 없었다고 자랑했다. 지금 각 게이트와 카르텔이 드러나고 있는 것을 볼 때,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저 발언은 황당하기 그지 없다.
문재인 정부 때 비리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는 비리를 발본색원하지 않고 애써 외면한 것이다. 아니 자기 편인 586 운동권의 범죄는 범죄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회, 더 이상 기생하던 그림자들이 숨어 있지 않아도 되는 사회, 숙주인 대한민국이 죽어나가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운동권이라는 멋들어진 가면을 쓴 채 그 그림자에 숨어 자신의 욕심을 채워 나간 사회. 그렇게 586 운동권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들은 스스로 숙주의 주인이 되어 버렸다.
계속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중요 키워드 '카르텔’ 이 단어는 이제 의심의 여지 없이 윤석열 대통령이 바라보는 '현실 인식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관통하는 한 발의 화살이 되고 있다. 그림자를 칼로 베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있을까. 그러나 그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었으면, 대통령이 꼭 해내야 할 일에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60년생이다. (학번은 하나 빠른 79학번으로 586이 되지 못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며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를 부른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였다. 586 운동권과 동시대를 살았기에 그들의 시작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임금 체불로 구속된 586 운동권 대부 허인회와 간첩 활동을 해온 민주노총 간부 등의 비루한 모습도 지켜봤다. 그 윤석열 대통령에게 남은 건 대통령인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 즉 586 운동권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이제는 종결시켜야 한다는 시대정신의 자각이다.
원영섭 미래한국 편집위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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