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하는 통화정책, 미봉책으로 市場 속일 수 없다

최승노 / 2022-10-05 / 조회: 7,034       자유일보

물가상승과 불황이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30년 만의 인플레이션을 맞아 연방준비위원회가 금리를 급격히 올렸다. 우리나라 통화당국도 잇달아 금리를 올리는 중이다. 당연한 대처 방식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플레이션의 원인 제공자가 다시 문제를 풀겠다며 나서는 꼴이다. 왜 이런 혼란이 야기됐는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봐야 올바른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코로나 상황을 인플레이션과 불황으로 이끈 것은 미국 금융당국의 통화정책 실패 때문이다. 과도한 돈 풀기를 장기간 지속한 결과다. 돈이 많이 풀린 만큼 인플레이션 압력은 크다. 대부분의 나라가 이를 좇아 돈을 풀고 재정 지출을 늘린 것도 문제를 악화시킨 요인이다. 단기간에 해소돼야 할 문제를 장기적 위기로 만든 셈이다.


돈을 장기간 무한정 풀게 되면 그 부작용이 심각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돈이 흔하다보니 사람들은 착각에 빠진다. 수요가 일어났다고 판단하거나 새로운 투자를 해야 할 상황으로 오판한다. 그런 결과로 기업은 투자를 과도하게 할 수도 있고, 수요가 부실함에도 시장에서는 붐이 발생한다. 주식시장의 과열이나 부동산 가격 상승을 초래하기도 한다.


정부가 화폐의 양을 늘린 결과로 만들어진 붐이 클수록, 거품이 꺼지는 과정에서 초래되는 부작용도 크다. 돈을 다시 환수하는 과정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잘못된 투자는 실패로 드러나고, 붐이 꺼지는 과정에서 투자자의 손실이 늘어나 경기침체와 실업을 일으키기도 한다. 불황의 깊이가 커지고 장기화된다. 돈을 풀다가 다시 급격히 조이는 갈팡질팡 통화정책은 그 자체로 실패임을 드러낸다. 정책의 실패가 반복될수록 경제가 감내해야 하는 충격과 부작용은 클 수밖에 없다.


양적 완화로 돈을 푸는 방식은 2000년대 들어서 반복되고 있다. 통화당국이 금리를 급격히 내려 제로금리 상태를 장기간 유지하며 시장을 교란한 것에 더해, 양적 완화라는 방식으로 화폐량을 늘리기도 한다. 2009년 국제금융위기 상황에서 늘어난 화폐량이 코로나를 겪으며 다시 크게 늘어나 결국 인플레이션 사태를 만든 것이다.


인플레이션 해법은 과도하게 풀린 돈을 환수하는 게 기본이다. 사실 다른 방도가 마땅히 없다. 통화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금리 상승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잡겠다고 호들갑을 떠는 통화당국이 바로 인플레이션의 주범이다. 경기침체 현상이 발생하면, 정부가 돈을 풀겠다고 나서는 일은 흔하다. 그러나 통화당국이 돈을 풀어 사람들을 속이면서 위기를 넘기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임시로 통증을 못 느끼게 만든다고 해서 문제의 본질이 사라지지도 않으며, 오히려 장기적 부작용만 크기 때문이다.


보다 분명한 사실은, 정부는 늘 인플레이션을 조장해왔다는 점이다.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화폐 양을 임의적으로 늘렸고, 인플레이션을 통해 보이지 않는 세금을 거두었다.


건전한 화폐를 갖는 나라가 선진국이며 경제적으로 번성을 누리고 안정된다. 정부의 자의적인 통화정책, 금리정책은 인플레이션이라는 후유증과 위기의 장기화를 초래한다. 통화의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럼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손 놓고 있어야 하느냐며 극단적으로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 정치적으로 보면, 정부가 돈을 풀면서 마치 위기가 금방 사라진 것처럼 사람들을 속여 잘 대응하고 있다는 인식을 줘야 하겠지만, 시장은 정직해서 그 결과까지 속일 수 없다. 순간적인 진정효과에 비해 장기적 후유증이 더 크기 때문이다.


경기를 살리겠다고 나서는 돈 풀기, 금리정책은 후유증을 만든다. 정부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금리정책의 올바른 운용방식을 세워야 한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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