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한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올해 1인당 GDP가 3만 6000달러를 넘겨 19년만에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금 대만의 자랑거리는 비메모리 반도체 회사인 TSMC이다. TSMC가 삼성의 기업가치를 앞지른 2019년 11월 이후 대만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TSMC는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 회사로, 회사 이름은 ‘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대만반도체제조회사’다. 지금 세계 반도체 시장을 이끌고 있는 두 기업이 TSMC와 삼성전자다. 투자의 규모가 점차 커지는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경우 앞으로 두 기업이 모두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나의 기업만이 우월성을 확보한다면, 어느 기업이 될까. 해외에서는 TSMC가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투자경쟁에서 TSMC가 앞서 가고 있다. TSMC는 미국에 이어 일본에도 대규모 공장을 세우고 있다. 한국이 중국과의 우호관계를 높여가는 과정에서 대만은 미국, 일본과의 긴밀한 관계로 나아갔다. 이러한 차이가 TSMC의 발빠른 투자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과거 대만은 한국을 부러워했다. 삼성, 현대, LG, SK 같은 글로벌 기업으로 인해 한국의 경제력은 탄탄했고 세계시장에서 쉽게 뒤처지지 않는 경쟁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대만인들은 대기업을 키워내지 못한 자신들의 사업방식에 대해 스스로를 재평가했다. 대기업을 키워내기 위한 정책적 배려에 나섰고 드디어 그 과실을 얻었다.
반면 한국 내부에서 대기업들은 좌파 경제학자들로부터 재벌, 오너경영이라며 비판을 받았다. 그런 대기업이 있었기에 세계는 한국을 성공한 나라로 부러워했지만, 대기업 비판론자들은 스스로의 자랑거리를 허물어뜨리기 시작했다. 좌파 지식인들은 대기업이 많은 한국의 경제구조를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하며 대만처럼 중소기업만 많은 나라가 좋은 경제구조라며 재벌해체론을 주장했었다.
그들의 주장은 공정거래법 등 무수히 많은 대기업 규제를 만들어냈다. 반기업정서를 조장하는 잘못된 주장들이 입법화되면서 우리 기업경제는 정체하기 시작했다. 결국 한국에서 새로운 대기업이 나오지 못하는 규제 지옥의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대만이 한국을 추월한 이유는 과거 대만이 한국에 뒤처졌던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답은 기업경제에 있다. 기업경제가 활성화된 나라는 경제성장을 이루고 국민은 풍요를 누린다. 반면 기업을 성장하도록 만드는 제도를 외면한 나라는 국민 생활수준이 뒤처진다.
다시 한국이 대만을 따라가야 하는 처지로 몰리고 있다. 그 책임은 정치에 있다. 1980년대 후반부터 누적되어온 반(反)기업 정책을 양산해온 정치권의 반성이 요구된다. 기업에 비우호적인 정치로 자신들의 권력을 누리려는 정치로는 미래가 없다. 정치권이 다시 기업경제를 살리는 정책을 내놓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 반기업, 친노조, 편가르기에서 벗어나 잘못된 규제들을 걷어내야 한다.
정부는 시장경제의 확장을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경제의 핵심 경쟁력은 기업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기업경제를 살리는 환경을 제공하는 나라가 흥한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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