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칼럼] 배급제도의 한계, 개인의 권리 불인정
시장경제 원리는 자발적 거래 ... 이를통해 우리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져
2017년, 북한에서 남한으로 도망쳐 나온 한 북한군 병사는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도망치면서 입은 총상을 치료하기 위해 수술대로 올려 진 그의 몸에서 수십여 마리의 기생충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그 중에는 무려 30cm에 달하는 큰 기생충도 있어 담당 의료진들을 경악하게 했다. 장기 안이 기생충으로 가득한 이 질병은 심각한 영양부족과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나타나는 질환이다. 얼마나 오랜 기간 식량난에 시달렸는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 이 병사의 참혹한 상태는 다시 한 번 우리에게 그 심각성을 알려주고 있다. 약 70년 전만해도 우리와 같은 역사 속에 있던 북한 주민들, 도대체 무엇이 이들을 식량난의 고통 속으로 밀어 넣은 것일까?
북한은 공산주의 경제체제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이 체제에서 가장 대표적인 제도가 바로 배급제이다. 배급제란 농산물을 저렴한 국정가격으로 책정하여 주민들에게 일괄적으로 배급해주는 제도이다. 언뜻 들으면 값싼 농산물을 편하게 배급받을 수 있는 제도로 보이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 농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열심히 일궈낸 농산물을 정당한 시장가격이 아니라 국가에서 정한 헐값에 팔아야만 하는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농사를 지어봤자 제대로 자신의 몫을 받지 못하니, 농민들은 굳이 고생해서 많은 농작물을 생산하려고 하지 않게 된다. 점점 줄고 있는 농작물을 같은 인원만큼 배급하려고 하니, 배급할 수 있는 양이 턱없이 모자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식량난에 몰리게 된 북한은 농업생산량을 높이려고 꾸준하게 농업개혁 정책을 펼쳐왔다. 그러나 끝까지 근본적으로 농민들이 스스로 일궈낸 몫을 자율적으로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 결과 모든 농업개혁 정책은 실패의 악순환 고리를 벗어나지 못했고, 주민들은 여전히 식량난 속에서 허덕여야만 했다.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배급제도의 가장 큰 한계는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인간은 소위 ‘이기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자신이 생산한 만큼의 결과물을 정당하게 취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생산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물론 자신이 정당하게 취한 결과물을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어주는 이타심을 가질 수는 있다. 하지만 애초부터 자신의 생산물에 대하여 자신이 갖거나 나눌 수 있는 권리조차 없다면, 인간은 더 이상 열심히 생산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인간의 이기심을 없앨 수 있다는 기대로 수많은 사회주의 실험이 시도되었고, 그 결과는 수천만 명이 굶어죽게 됨으로서 완전한 실패로 돌아갔다.
반대로 농민들이 노력한 만큼 정당한 몫을 보장해준다면 어떻게 될까? 이제 농민들은 자신의 몫을 늘리기 위해 열심히 일하게 될 것이다. 누구나 풍족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원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제도가 사유재산제도이다. 사유재산제도는 쉽게 말해서 자신의 것을 자신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제도이다. 열심히 일한 자신의 몫이 타인의 침해를 받지 않고 온전히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 제도 아래에서 타인의 몫을 사용하거나 소유하고자 할 때에는 반드시 그 주인의 동의를 구해야 하며, 이 과정을 자발적 거래라고 한다. 오늘날 모든 시장경제의 원리가 이 자발적 거래를 기초로 하고 있으며, 사유재산제도는 자발적 거래의 기반이다.
요약하자면 사유재산제도는 인간 본연의 이기심을 생산적인 방향으로 발휘하게 하는 효율적인 제도이다. 비단 농산물뿐만 아니라 집, 옷, 물 등 사는 데에 꼭 필요한 많은 것들도 사유재산을 보호받는 누군가로부터 꾸준히 생산되어 자발적 거래를 통해 우리에게 제공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음악, 스마트폰의 디자인 등 무형의 아이디어까지도 사유재산제도 아래 계속 보호될 때, 우리 사회는 더욱 다양하고 풍요로워지게 된다.
유시연 자유기업원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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