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독일의 자유주의 경제학자인 뢰프케(Roepke, 1899~1966)는 집단주의자가 되는 사람들의 유형을 여러 가지로 분류하면서, 집단주의자가 되는 동기가 무엇이 되었든 집단주의는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의 분류에 따르면, 집단주의 사회가 되어 재산과 소득이 강제로 재분배될 때 잃을 것은 없고 얻을 것만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집단주의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고, 포퓰리즘 정치꾼처럼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집단주의자가 되는 사람들도 있으며, 그리고 인본주의와 평등, 정의에서 출발하여 현실사회에서 나타나는 불평등, 불의를 제거해야 한다는 정의감에서 집단주의자가 되는 사람들도 있다. 뢰프케는, 특히 인본주의적 동기에서 집단주의자가 되는 경우처럼, 집단주의자들의 이상이 아무리 고매할지라도 그들이 만들어 갈 현실은 우리 인간의 이성 및 경험과 완전히 배치되기 때문에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보았다.
그 이유들 중 중요한 한 가지는 집단주의자들은 자원을 배분하는 시장가격 기구를 인간의 두뇌에 의존한 계획으로 대체하고자 하지만, 현실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너무나 복잡하기 때문이다. 집단주의자들은 지식과 정보의 문제를 절대로 해결할 수 없으며, 경쟁을 배격하고 동기를 유발하는 메커니즘도 크게 약화시켜 버린다. 이로 인해 집단주의 경제에서는 계획과 실제 성과 간의 간극이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으며, 이를 좁히기 위해 강압적인 정치 권력이 등장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집단주의는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면에서 폭군, 분열, 중앙집중, 전제군주적인 조직화, 개성의 파괴, 전체주의, 비효율 및 인간사회의 경직된 기계화를 불러온다’는 것이 뢰프케의 확신이었다. 집단주의가 불러올 이런 해악이 대한민국이라고 해서 피해갈 리 없다.
안타깝게도 현 정부와 여당의 주요 인물들의 사고는 집단주의적이다. 이들은 ‘작은 정부-큰 시장’이 아니라 ‘큰 정부-작은 시장’을 지향한다. 이들은 개인과 시장의 자유로운 활동보다는 정부의 규제와 통제를 신뢰한다. 또 개인의 자유보다는 집단의 이익을 앞세운다. 모두가 개인주의, 자유주의가 아닌 집단주의가 보이는 특성이다. 이 주요 인물들 가운데에는 드러내놓고 ‘나는 사회주의자’라고 공언하는 사람도 있다. 사회주의, 공산주의는 나치즘과 더불어 집단주의가 극단적으로 진행된 형태이다. 앞서 보았듯이, 이 집단주의가 불러오는 해악은 분명하고 확실하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 최근 흥미로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제껏 현 정부와 여당을 지지하고 혹은 적극적으로 같이 활동을 하던 사람들 가운데 일부가 정부와 여당에 등을 돌리고 비판에 나선 것이다. 대표적인 ‘진보논객’으로 알려진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그들은 대중의 이성, 윤리의식을 믿지 않는다. 선동, 조작당할 수 있는 존재로 본다. 그 의식이 끔찍하고 혐오스럽고 무섭다”고 했으며, 김경율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청와대 사람들은 모럴이 없다”고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의 한 변호사는 “지난해 말 혼자서 조용히 이 정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는 글과 함께 “국민의 눈치를 보지 않는 이 겁 없는 정권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두렵다”고 했다.
프리드먼(M. Friedman)은 정부 권력의 확대 등이 “대부분 선한 의도를 가진 사람들에 의해 주도되지만, 그 때문에 그들은 그것이 잘못된 길이었다는 것을 가장 먼저 후회하는 사람들이 된다”고 했다. 진중권 전 교수 등도 후회하는 것으로는 보이지만, 아직까지는 이들의 후회가 프리드먼이 말하는 후회까지는 나아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들은 자신들이 추구했던 길이 여전히 유효하며, 현재 나타나고 있는 잘못된 행태나 부정적 현상들은 잘못된 사람의 문제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길의 문제, 집단주의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후회할 때 비로소 프리드먼이 말하는 후회가 될 것이다. 집단주의의 해악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지금 선한 의도를 갖고 주도했지만, 그것이 잘못된 길이었음을 가장 먼저 후회하는 사람들이 곧 등장하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
권혁철 자유기업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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