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프랜차이즈 업계에 무리한 수준으로 정보공개를 강제하고 있어 문제다. 정부 당국은 지난 4월 30일까지 프랜차이즈 5700개 가맹본부에게 차액가맹금을 포함한 영업자료를 제출토록 통보한 바 있다. 이들 정보가 공개될 경우 해당 기업과 관련 업체들이 상당한 경영상의 타격을 볼 수 있어 우려된다.
원자재 및 영업 유통과정의 비용과 가격은 해당 업계의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영업 비밀’에 해당한다. 민간 기업이라 원가를 공개할 이유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심지어 세금을 통해 운영되는 공기업조차도 그런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주요 품목의 원가나 유통 마진 등이 공개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우선 해당 업계의 이미지를 손상시키고 업체들 간의 갈등을 유발할 것으로 보인다. 원가공개는 불필요하게 소비자의 불신과 불만을 야기하고 심지어 반발을 부를 수도 있다. 이로 인해 해당 업계 전반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또한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원가 문제를 둘러싼 갈등에 휘말릴 수도 있다. 자칫 업계 전반의 동반 부실화까지도 예상된다.
정부의 이러한 불필요한 간섭과 통제는 프랜차이즈 사업 방식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가맹점 방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킴으로써, 직영 방식으로 전환하도록 압박하는 예상 밖의 부작용도 나올 수 있다. 가맹점 방식은 사업자들이 서로 자발적인 계약을 통해 만든 질서이고 사업방식이다. 각자 나름의 장점이 있고 소비자의 이익을 가져오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러한 기업의 협력활동을 부정적 시각에서 바라보고 사업자간 갈등관계를 유발시키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기업이 어떻게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해 깊이 있는 고려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부는 먼저 원가와 가격을 연계시켜 생각하는 방식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 현대 기업의 경영구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원가가 곧 가격’이라는 등식에 머물러 있어서는 곤란하다.
기업은 다양한 영업 방식으로 각자의 경쟁력을 확보해 가고 있다. 이를 단계 마다 원가가 얼마냐는 식으로 따지고 이를 공개하라고 한다면 기업들이 제대로 경영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 뿐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기업의 협력과 경영행위에 일일이 간섭하고 통제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유로운 경영환경을 조성하고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소비자는 질 좋고 싼 가격의 제품을 늘 원한다. 정부가 원가공개에 집착해 제품의 경쟁력 향상 과정을 규제하려 든다면, 이는 업계의 경쟁력을 훼손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의 이익을 줄이는 일이 될 것이다.
기업은 자발적인 협력을 통해 혁신을 이루어가고 제품의 질을 향상시킨다. 정부는 ‘투명성’이라는 기이한 잣대를 들이대며 간섭하기보다, 사업의 유연성과 다양성이 보다 확대될 수 있도록 자유로운 경영환경을 확대해 가는 노력을 먼저 해야 할 것이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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