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가경정예산안을 마련하고 있다. 추경 예산은 부득이한 경우 기존의 예산에 변경을 가하는 예산이다. 추경을 편성할 불가피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는 미세먼지를 추경 편성의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궁색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2019년 정부 예산은 469조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9.5% 증가한 수준이다. 국제금융위기로 인해 과감한 재정지출이 필요했던 2009년에 10.6%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이처럼 큰 폭으로 증가한 지출 예산을 편성한 정부가 추경 예산을 통해 지출을 더 늘리겠다는 것은 방만한 재정지출에 대한 우려를 키울 뿐이다.
연례행사처럼 추경 예산을 편성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2015년부터 2018년에 이어 이제 5년 연속 추경 편성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벌써 3번째다. 2017년은 11조원, 2018년은 3조9000억원 규모였다. 올해는 9조원을 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그렇지만 새해가 시작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특별한 경제환경 변화도 없는 상황에서 추경을 편성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더구나 추경 예산에 포함할 사업들의 지출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어 문제다. 정부는 예비타당성 조사의 경제성 기준을 낮추어서라도 SOC(사회간접자본) 인프라 사업을 확대하려 한다. 그럴 경우 경제성이 떨어지는 지역 민원성 사업에 대한 '선심성 퍼주기’로 귀결될 우려가 있다. 과거에도 지방의 공항이나 철도 사업이 사업추진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이후의 운영비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부실화된 경우가 많았다.
정부는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추경 편성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인 시각이다. 정부 지출 증가는 당해 연도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한 번 지출을 늘리면 매년 지출해야 하는 경상비 구조를 만들어 장기적인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한 민간경제가 담당하던 분야를 정부 사업으로 대체할 경우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낮추게 된다. 그러한 재정지출은 장기적으로 세금 및 정부 부채의 증가로 귀결될 수 있다.
또 정부가 재정 중심의 거시정책을 반복하다 보면 과거 일본이 경험했던 복합불황에 빠질 수 있다. 일본은 경기부양책을 남발하면서 결국 부실한 경제구조를 개혁하지 못하고 10년의 장기불황을 겪은 바 있다. 기업경제의 활성화 없이 정부 지출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는 경제 활력이 떨어져 부실화의 함정을 피할 수 없게 만든다.
정부는 재정지출에 의존해 경제성장 및 고용 문제를 풀려고 해서는 안된다. 씀씀이를 키우는 예산 확대 방식은 손쉬운 해결책처럼 보이지만 그 숨겨진 비용이 더 크다. 국민은 세금을 더 부담해야 하고, 민간경제는 그만큼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장기적으로 늘어난 정부지출 만큼 재정건전성은 위협받는다.
정부는 추경예산에 의존하기보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민간경제를 활성화하는 노력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규제를 과감히 풀고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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