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규제 실효성 논란에…`전통시장 보호` 두고 충돌조짐
-
글쓴이
자유기업원 2026-09-16 , 청년일보
-
【 청년일보 】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대형마트 영업규제의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는 의무휴업 등 규제에도 전통시장으로의 소비자 수요 이전 효과가 크지 않다는 입장인 반면, 중소상공인들은 해당 규제가 대형 유통업체와의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보호장치라고 맞서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지난 2012년부터 시행된 법률로 대형마트의 의무 휴업일, 영업 시간, 출점 등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시 법률 제정 당시에는 대형마트의 대규모 출점에 의한 전통시장의 생존 여부가 큰 사회적 화두로서 논의됐었다"라며 "상당수의 여론 역시 대형마트 출점에 제약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었던 시기"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의 영업 시간을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제한할 수 있다. 또한, 지자체장이 매월 지정하는 공휴일 중 월 2회를 의무휴업일로 지정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전통시장 주변 일정 거리는 전통산업보존 구역으로 지정돼 신규 출점을 할 수 없다.
유통산업발전법 도입 취지의 이면에는 규제에 의해 분산된 대형마트에 대한 수요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으로 흡수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다. 규제에 따라 대형마트의 영업이 일정 부분 제한되면 소비자들이 대체 상권을 찾고, 이 수요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다만, 이와 같은 법 도입 취지와 기대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유통산업발전법의 실효성의 의문을 제기하는 다수의 연구 결과가 도출되고 있다.
유통연구의 '대형마트, SSM 규제 정책의 효과분석'에서는 "신한카드 가맹점 및 사용자에 대하여 신한카드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추세분석을 실시한 결과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도입 이듬해인 2013년 29.9%였던 대형마트 소비 증가율은 2016년 -6.4%로 떨어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같은 기간 전통시장 소비 증가율도 18.1%에서 –3.3%로 감소했다. 결국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에 대한 규제 정책은 효과 달성에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분석했다.
이와 같은 연구는 그간 일각에서 주장돼 왔던 '역(逆) 풍선효과'와 궤를 같이 한다. 업계에서는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에 돌입하면 주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매출이 증대하는 것이 아니라 되려 감소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이와 같은 지적은 여타 연구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자유기업원의 '대형마트 규제 10년의 그림자와 향후 개선과제'를 보면 "대형마트 규제 도입 후 지난 10년 간의 전통시장의 매출액 변동을 살펴보면, 2013년 약 19조원에서 2020년 25조원으로 점차 증가하긴 했으나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으며, 유통시장 소매업태별 시장점유율로 보면 2013년 14.3%에서 2020년 9.5%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한 "국내 전체 전통시장 점포수는 2013년 21만개에서 2020년 20.7만개로 줄었고, 평균고용인원(종사자수)는 1.6명대의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며 "전체 시장이 전반적으로 규제도입 이후 여러가지 전통시장 지원 정책 및 대규모 점포 등에 대한 규제에 따라 회복되는 거 같아도 자체경쟁력 부재로 시장 전체가 하락 혹은 정체 양상을 띄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유통산업발전법이 변화하는 오프라인 유통 산업 환경에도 부합하지 않으며, 이로 인해 실질적 효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KCI의 '중소유통업자 보호를 위한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와 그 실효성'에서는 "지난 10여 년간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수단으로 암묵적으로 사용되어 왔던 계획제한에 기초한 재량적인 건축허가는 중립적인 규제성격상 중소유통업자에 대한 보호와 관련해 시간지연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어렵고 한국 대형마트의 전개방향이 기업형 슈퍼마켓으로 변하고 있는 현재의 방향에 비추어 향후 효과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러한 점에 비추어 한국에서 중소유통업자의 보호를 위한 목적의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는 전체적 사회체계의 전환 없이는 그 실효성이 낮아 보인다"고 짚었다.
반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등 중소상공인 사이에서는 대형마트 규제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국상인연합회는 지난달 8일부터 전국 1천947개 전통시장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반대하는 현수막을 게시하기 시작했다.
또한 지난달 27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이하 한상총련)는 한국마트협회·서비스연맹·참여연대는"정부가 추진 중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수백만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를 사지로 내모는 잘못된 처방"이라며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약자의 생존을 짓밟고 대기업만의 배를 불리는 정책은 단호히 거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방기홍 한상총련 회장은 "유통시장을 장악하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은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거대 온라인 플랫폼들의 독과점"이라며 "정부는 이를 방치한 채 대형마트 규제 완화라는 꼼수로 상황을 덮으려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규제를 풀고 심야 시간까지 배송이 허용되면 골목상권의 마지막 경쟁력인 '가까운 거리'와 '즉시성'마저 대기업에 넘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중소상공인들은 유통산업발전법이 전통시장 등 골목상권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전통시장 단체 관계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전통시장 매출도 덩달아 감소한다는 연구는 일종의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며 "실제로 현장에서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매출이 증대했다는 상인들의 증언이 상당히 많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통 산업 변화에 의한 대형마트 산업 쇠퇴의 근본적 원인은 온라인 이커머스 플랫폼의 강화와 이들의 경쟁에서 밀린 대형마트 산업의 근본적 책임"이라며 "대형마트 기업들의 실패를 중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의 탓으로 돌리는 행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짚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일방적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추진은 정부가 앞서 '전통시장 죽이기'에 나서는 것과 같다고 본다"라며 "적절한 상생 방안 마련 없이 기존 규제를 완화하기만 한다면 이로 인해 피해를 받는 중소상공인들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에 동의하면서도 중소상공인이 함께 이익을 볼 수 있는 협력 체계가 구성돼야 한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전체 유통 산업에서 온라인 매출이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며 "편리성에 대해 배송 속도 등 오프라인 유통 산업이 따라갈 수 없는 요소들로 인해 앞으로도 온라인 쇼핑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서로 경쟁 관계로 인식하기보다는 함께 오프라인 유통 산업을 발전시켜나가고, 소비자를 오프라인으로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파트너 관계로 인식하는게 지속 가능한 산업 발전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며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에서 의무휴업일 역시 과감히 개선해 전통시장과의 상생방안을 모색하는 게 더욱 타당하다"고 전했다.
그는 "전통시장과 중소상공인 역시 오프라인 시장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온라인 시장에도 적극 참여하는 등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새로운 경쟁 환경에 적응하려는 시도를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종우 남서울대학교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현재 일부 중소상공인 단체장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는 실제 지역 상점가 등 영세한 사업자들의 의견과 꼭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라며 "지역에 위치한 전통시장 역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따라 매출의 증감폭이 달라지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마트 새벽배송이 시작될 경우 전통시장의 발전이 저해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전환하는 게 중요하다"며 "한국 유통 산업 자체가 온라인 시장으로 이미 주도권이 넘어간 상황에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경쟁보다는 협력하는 구조가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함께 힘을 모아 미래지향적인 방향성을 갖고 이커머스, 배달 플랫폼과 경쟁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정부에서도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DX)이 가속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