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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나온 책 정체성의 진화

글쓴이
자유기업원 2026-07-01 , 교수신문

문명의 발전이 가속되면서 사람들의 생각과 사회의 모습이 점점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인공지능이 단순한 계산 장치에서 독자적 생명체로 진화하기 시작했고,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지각을 갖춘 AI가 등장할 것이라 예측한다.


대한민국은 개항 이후 줄곧 격심한 변화를 겪어왔고, 예술과 문화의 정체성 역시 끊임없이 재정의되고 있다. 이 모든 변화는 본질적으로 바뀌는 환경에 대한 적응이라는 점에서 '진화'의 과정이다.


소설가이자 사상가 복거일은 이 책에서 우리의 정체성을 생명, 사회, 문화라는 세 가지 차원에서 성찰한다.


제1부 '생명적 정체성'에서는 인공지능과 로봇,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우주 탐험 등 최첨단 기술이 인간 존재의 경계를 어떻게 확장하고 있는지를 살핀다. 저자는 기술이 사람을 사람답게 살도록 돕는다는 신념 위에서, 알파고의 진화부터 초지능에 대한 성찰, 화성 탐사의 전망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룬다. 로봇이 인간을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단순노동에서 해방시키고, 지능적 개인 비서(IPA)가 개인들의 능력 차이에서 비롯되는 불평등을 줄일 것이라는 전망은 기술에 대한 저자 특유의 낙관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시선을 보여준다.


제2부 '사회적 정체성'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정면으로 묻는다. 이승만의 삶을 역사의 창으로 삼아 러시아의 위협, 일제 식민지의 경험, 건국의 의미를 되짚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대한민국의 구성 원리임을 역설한다. 이에 더해 한미동맹의 참뜻, 북한의 '임계미만 전쟁' 전략, 중국의 전방위적 침투에 대한 경고 등 안보와 이념을 아우르는 글들이 자유주의자로서의 일관된 소신 위에 펼쳐진다. 애덤 스미스의 생애와 업적, 마르크스 경제학 비판, 재산권에 대한 성찰, 최저임금제의 역설 등 경제 사상에 관한 글들도 빠지지 않는다.


제3부 '문화적 정체성'은 수학과 과학에서 문학과 예술에 이르기까지 인간 문명의 지적 토대를 횡단한다. 수능 시험이 수학 교육을 방해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해, 영어라는 언어의 본질, 인공지능 시대 문학의 미래, 예술의 검열 문제, 이육사와 김수려의 시를 통해 바라본 보편적 질서의 의미까지 복거일만이 할 수 있는 독자적 사유가 이어진다. 과학소설 작가로서의 경험이 녹아든 글들은 문학과 과학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읽는 재미를 더한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모두 짧은 칼럼 형식으로 단편적이고 피상적일 수밖에 없다고 저자 스스로 겸손하게 밝히지만, 그 짧은 글 하나하나에는 방대한 교양과 역사적 통찰이 응축되어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라는 물음을 놓지 않는 독자에게, 이 책은 명쾌하면서도 깊이 있는 사유의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