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론직설] “제2 삼성·현대차 나오려면 기업들에 ‘경쟁할 자유’ 줘야"

자유기업원 / 2020-06-10 / 조회: 11,051       서울경제


청론직설_최승노_서울경제.pdf


<최승노 자유기업원장>

재정확대는 경제 살리기 효과 없고 국가부채 늘려

기축통화국 아닌 한국에선 재정건전성이 필수과제

획일적 규제로 기업들 질식...글로벌 경쟁 어려워

경제위기 고려 '주52시간' 3년유예 등 탄력 적용을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는 등 재정 지출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초유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려면 확대 재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지만 포퓰리즘으로 흐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말로는 경제 살리기가 급하다고 주장하면서도 21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삐걱거리고 있다. 9일 최승노 자유기업원장을 만나 경제 위기 해법에 대해 들어봤다. 최 원장은 “재정 지출 확대는 당장 효과가 있어 보여도 장기적으로 국가부채만 늘리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기업들은 촘촘한 규제의 틀에 갇혀 있다”며 “기업들에 '경쟁할 자유’를 줘야 제2의 삼성·현대차가 나올 수 있다”고 역설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장이 9일 서울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규제를 풀어 기업들에 '경쟁할 자유’를 줘야 제2 삼성·현대차가 나올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정부가 재정 지출 확대를 가속화하면서 국가채무비율 급증 논란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적극적 대응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지난 3월 신용경색이 나타나고 외환시장도 심각한 상황이었는데 발 빠르게 미국과의 달러 통화 스와프가 체결되고 통화 완화 정책이 펼쳐지면서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은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경제가 어렵다면서 재정 지출을 급속히 늘리는 것은 당장 효과가 있어 보여도 장기적으로 보면 부정적이다. 국가부채만 늘리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에 따른 효과를 장기적으로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경제학계의 정설이다. 그래서 위기 초반에 금융정책으로 대응하고 재정정책을 쓰지 않는 것이 선진국의 일반적인 위기 대응 방식이다. 신용경색에 대한 금융 처방과 달리 경제 살리기를 위한 재정 확대는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재정 선순환’을 강조하는 등 정부는 계속 재정을 풀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데.


△문재인 정부는 자신의 지지 기반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위기에 잘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그렇다고 경제 논리에서 벗어난 정책이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문 대통령이 '전시 재정’을 언급하면서 재정 선순환을 이야기한 것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부터가 선순환 이론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선순환이 일어나지 않았다. 재정 선순환도 현실성이 떨어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한번 확대된 재정이 다시 건전해지는 선순환은 허상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에서는 경제 선순환 이론이 범람하고 있다. 실패한 이론에 사로잡혀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 된다.


-재정 건전성은 왜 중요한가


△나랏빚을 늘리는 것은 쉽지만 줄이는 것은 어렵다. 당장 위기를 넘기겠다고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면 그 고통은 미래세대가 떠안게 된다. 결국 우리의 자식들에게 빚을 넘기는 것이다. 재정을 늘리는 것은 위기를 해결하는 근본 대책이 아니다. 고통을 잠시 누그러뜨릴 뿐 오히려 위기를 장기화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방만한 재정 지출은 효과 없이 빚만 늘릴 수 있다. 만약 세금을 늘리지 않으면서 재정 지출을 확대하면 국가채무비율이 급등하고 재정 건전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이 재정 적자가 크다고 해서 우리도 그렇게 하면 경제 위기를 피할 수 없다. 신용 위험이 높아지고 자본이 빠져나갈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잘못하면 외환위기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우리나라에서는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하는 게 필수 과제다.


-사회안전망 구축 등을 위해 필요한 지출은 하면서도 재정 건전성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경제성장률과 국내총생산(GDP) 규모 등을 고려해 재정 지출 한도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나라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재정 지출 수준을 중장기적으로 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회의 치열한 논의를 거쳐 국민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



-일부에서는 이참에 증세를 공론화하자는 주장도 나오는데.


△현 정부의 재정 증가세를 고려한다면 세금 증가는 불가피하다. 정부가 엄청난 규모로 재정 지출을 늘리면서 증세 논의를 하지 않는 것은 책임 회피라고 할 수 있다. 늘어나는 재정 지출 규모를 감당하려면 부가가치세와 근로소득세 인상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데 정부는 계속 밀고 나갈 태세다.


△가계소득 통계 등을 보면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실패했다고 보는 게 맞다. 경제 논리에서 벗어난 정치 구호였기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선거 과정에서 주장했더라도 국정과제로 채택하기에는 부적합했는데 밀어붙인 결과다. 실패한 정책을 계속 고집하는 것은 지나치게 정치적 측면만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경제 살리기를 위해 하루빨리 이 정책을 폐기하는 게 바람직하다.


-현 정부는 경제를 살리겠다면서도 그 주체인 기업을 옥죄는 반기업·반시장 정책을 여전히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기업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았다. 시장과 기업에 대한 규제들을 늘려왔다.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렸고 주 52시간 근로제를 밀어붙였다. 국민연금을 통해 기업 경영을 간섭하는 일도 있었다. 지난 3년 동안 현 정부의 친노조 정책 강행으로 기업들은 해외로 떠나고, 일자리는 위축되고, 성장잠재력은 떨어졌다. 우리 사회에는 잘못된 미신이 있다. 기업은 악하고 근로자는 선하다는 것이다. 또 대기업은 나쁘고 작은 기업은 보호해야 할 대상이라는 이분법적 논리다. 이런 정서를 가진 현 정부와 여당은 노조의 환심을 사는 포퓰리즘 정책이 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인기영합적 태도로 지지 기반을 공고히 하려다 보니 이분법적 사고를 버리지 못했다. 이런 인식이 우리 경제 구조를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이 됐다.


-코로나19 위기가 심해지자 이제야 정부가 리쇼어링(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회귀) 유인책 등을 내놓고 있는데


△해외로 나간 기업들이 다시 국내로 들어온다면 일자리도 그만큼 늘어날 수 있다. 각국 정부가 리쇼어링 정책을 펴는 것은 바로 일자리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가 가라앉으면서 어느 나라나 고용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도 일자리 창출은 최우선 과제다. 코로나19 쇼크로 고용 사정이 급격히 나빠졌기 때문에 일자리 정책에 힘을 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았고 심지어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을 만들어 관리했다. 그러나 안타깝지만 성과는 없었다. 일자리 늘리기에 실패한 것이다. 특히 청년실업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보다 일자리를 줄이는 정책이 더 많았던 탓이다.


-일자리도 늘리고 리쇼어링 정책도 성공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나라는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면서 일자리 창출이 어려워진 상태다.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개선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해외로 나간 우리 기업들이 돌아오거나 해외 자본의 국내 투자가 늘어나야 질 좋은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 리쇼어링 정책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노동 유연성을 높이는 노동 개혁을 실천해야 한다. 자유롭게 사람을 쓰고 임금과 근로시간을 사용자와 근로자가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어야 한다. 52시간제 등으로 노동 유연성을 지나치게 막아놓은 상태에서는 기업들이 국내에 투자하기 어렵다. 규제를 늘리면서 기업들에 국내로 돌아오라는 것은 모순이다.



-경제 살리기를 위해 정부가 또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지금 기업들의 전쟁터는 전 세계다.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생존할 수 있다. 세계 경제 전쟁에서 싸워야 하는 최전방 전사는 바로 기업이다. 그런데 획일적인 주52시간제 등 정형화된 틀에 가둬놓고 경쟁에서 승리하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기업의 경쟁력만 떨어뜨릴 뿐이다. 생산성 향상도 기대할 수 없다. 제도의 전면적 개편이 필요하지만 불가피하다면 코로나19 사태 등 어려워진 경제 현실을 고려해 주52시간제를 앞으로 3년 동안 유예하는 등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1980년대 중반 이후 한국에서 새로운 글로벌 기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는 온갖 명분을 들이대며 더 촘촘하게 기업 규제를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다. 이러니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겠는가. 세계로 나가기 전에 국내에서 질식해버리는 상황이다.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 '경쟁할 자유’를 줘야 제2의 삼성·현대자동차가 나올 수 있다.


-일부 재벌가의 일탈 행태 등으로 대기업들이 반기업 정서를 자초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데.


△경영계에서도 분명 반성할 점이 많다. 반기업 정서가 커진 것은 오너 일가의 일탈 행위에 대한 반감이 작용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과거부터 이어져온 불법적 행태에 대해 반성하고,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오너 일가의 잘못이 기업경영과 지배구조를 옥죄는 명분이 돼서는 안 된다. 정부는 반기업 정서를 악용해 기업 규제를 늘리고 이를 정당화해온 게 사실이다. 반기업적 접근 방식은 위험하다. 일탈 기업인이 밉다고 해서 기업 경영을 방해하고 기업 활동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기업 문화를 더 성숙시킬 수 있도록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He is

1963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고려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뷰캐넌하우스 초빙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에 이어 자유기업원 사무총장·부원장을 거쳐 현재 자유기업원 원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도 맡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유주의와 자본주의의 긍정적 측면을 알 수 있도록 강연과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금융지식으로 부자 되기’ '시장경제란 무엇인가’ '노동의 가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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