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에서 내린 8대1 판결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이제부터는 경제 살리기에 나서 야 합니다. 다시 국민투표로 간다면 불확실성이 높아져 국가신인도까지 타격을 받 을 것입니다 .”
이원기 메릴린치증권 전무는 "국회에서 통과된 것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낸 만큼 승복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헌법재판소가 수도 이전에 대해 위헌 판정을 낸 데 대해 학계ㆍ재계ㆍ금융계 인사 들뿐만 아니라 시장에서도 수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을 기각했을 때 는 쌍수를 들어 환영한 데 비해 수도 이전 위헌 판정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태도 는 헌정질서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 헌재 판정 겸허하게 수용, 불확실성 제거해야=박노형 고려대 교수(법학과)는 " 법치국가에서 헌법은 최상위 법이며 헌재가 결정을 내린 이상 행정수도 이전을 둘 러싼 법률 논쟁은 더 이상 무의미해졌다”며 "대통령은 취임할 때 헌법을 준수하겠 다고 선서한 만큼 깨끗하게 헌재 판정에 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용 연세대 교수(경영학과)는 "노무현 대통령과 측근들은 헌재 판정에 대해 보 수세력에 패배했다는 생각을 버리고 겸허하게 수용해 국정 리더십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창용 서울대 교수(경제학과)는 "현재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조속 한 견해 표명으로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라며 "수도 이전 문제로 인한 국론 분열이 지속된다면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면서 후진국형 경 제구조를 정착시킬 것”이라고 염려했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은 "이 시점에서는 헌재 판정에 대해 깨끗이 승복하고 경제 에 전념해 성장잠재력을 키우고 경제를 회복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A그룹도 수도 이전 위헌 판정 후 이에 대한 대책회의를 열어 정부에서 위헌 판정에 깨끗히 승복해 주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정리했다. 하지만 그 견해를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감정에 독이 올라 있는 여권에 찍힐까 걱정해서다.
A그룹 관계자는 "수도 이전 문제를 여기서 일단 매듭짓고 이제부터는 정말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매일경제가 22일 매경인터넷(www.mk.co.kr)을 통해 긴급 조사한 설문에서도 응답 자 중 78.91%가 헌재 위헌 결정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을 냈다. 또 네티즌 중 54.37 %가 헌재 결정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바람직한 대응방안으로 '행정수도 이전 계 획을 전면 백지화하는 게 좋다'고 답했다.
◆ 사회 통합 국가리더십 바로세워야=오피니언 리더들은 이번 헌재 판정을 계기로 국가리더십이 흔들리는 것을 크게 걱정하고 있다. 대통령 임기가 아직 3년 이상 남 았는데 헌재 판정으로 인한 타격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어떤 정책도 펴기 어렵다는 관점에서다.
권영준 경희대 교수(경실련 상임위원)는 "정부와 여당은 신행정수도 이전 위헌 판 정을 계기로 정권 운명을 걸었다든지, 정면 돌파 등과 같은 자극적인 표현을 자제 하고 앞으로는 사회 통합 정치에 나서야 한다”며 "행정수도 이전 위헌 판결을 계 기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4대 개혁입법안도 절충안을 모색해 국론 분열 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특히 "국회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이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 기 위해서는 포용력 있고 유연한 정책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계는 헌재 판정에 이어 국가보안법 등 잇단 국론분열 이슈들이 지역ㆍ계층간 위 화감을 조성하고 소비와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B그룹 임원은 "수도 이전은 이미 물건너간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제부터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행정부처들이 '비상체제'로 들어가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며 국 가리더십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행정수도 이전 위헌 결정과 상관없이 기업도시와 산 업클러스트 등 기존 국토균형발전 과제는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기업과 소비자 등 경제 주체들이 안심할 수 있다”며 "재정 확대 정책 등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특별 조치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피니언 리더들은 굵직굵직한 정쟁 논란이 거듭될 때마다 행정부 각 부처가 아노 미 상태에 내몰리고 건설적인 정책 입안이 위축되는 부작용 등 교훈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한다.
◆ 헌재 위헌 판정을 전화위복 기회로 만들어야=이번 헌재 판정을 전화위복 기회 로 활용하자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다.
박천웅 모건스탠리 상무는 "헌재 판정이라 사회가 존중할 것으로 본다”며 "현 행 정부가 추진하던 정책이 거부된다는 측면이 있지만 다른 경제 이슈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백영훈 한국산업개발연구원장은 "한국 경제가 거의 바닥까지 와 있는 상황에서 수 도 이전 등으로 국론이 분열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더 이상 이 문제에 집 착하지 말고 국론을 수습하는 데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효성 대한상의 부회장은 "행정수도 이전은 위헌 판결을 받았어도 수도권 과밀 해 소, 지역 균형발전 정책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행정수도를 옮기지 않는 다고 해도 일부 공공기관 이전은 충분히 가능하며 충청 지역과 기타 지역 발전을 위한 투자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헌재 위헌 결정을 돌파하기 위해 청와대와 여당에서 무리수를 내놓는다 면 경제주체들의 불확실성을 증폭시켜 가뜩이나 얼어붙어 있는 소비ㆍ투자심리 위 축이 장기화할 수 있음을 염려하고 있다.
<특별취재팀 = 김세형 논설위원(팀장) / 서양원 차장 / 장종회 기자 / 채수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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