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방기 제조업체 생산직에 있던 박모(45.경기도 구리시)차장은 지난해 구조조정으로 명퇴한 뒤 유기농 음식점을 차렸다. 1년도 견디지 못하고 1억여 원을 들인 사업을 정리했다.
그는 "어설프게 덤벼 나 말고도 세 명의 실업자를 추가로 만들어 놓은 꼴"이라고 허탈해 한다.
경제구조의 고도화에 따라 제조업이 노동절약형으로 바뀌면서 밀려난 인력이 음식, 숙박 등 서비스업종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1991년을 정점으로 지난해까지 제조업은 취업자가 95만 명이나 줄었다. 반면 서비스업은 500만 명 이상 늘었다.
외환위기 이후 창업 1순위로 손꼽히고 있는 음식점은 전국에 60만6000개나 난립해 있다. 문제는 그 3분의 2 이상이 경영 악화로 속속 문을 닫고 있는 것에 있다. 열악한 서비스업이 더 이상 제조업에서 양산한 실업자의 완충지대가 아닌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김준동 박사는 "소득 수준에 걸맞게 성장하지 못해 낙후성을 보이는 것이 문제"라며 "그래서 외환위기 이후 이 분야에서 '일자리답지 않은 일자리'가 양산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비스 부문의 질적 향상을 위한 구조조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서울 대방동 전철역 3번 출구 맞은편에 있는 '총각네 야채가게'. 이 점포는 LG전자 직영점인 하이프라자 대방점과 함께 있다. LG전자 정호선 부장은 "영세 구멍가게를 벤처형 기업으로 키워낸 노하우를 대기업이 배울 필요가 있어 지난해 12월 전략적 제휴를 했다"고 말했다.
이 가게는 대학을 나온 젊은이들이 고객을 '어머니'라고 부르면서 구멍가게를 '즐거운 매장'으로 탈바꿈한 신개념 기업형 점포다. 그 덕에 하이프라자 고객이 하루 20여명에서 70여명으로 늘었다. 8개의 공동 브랜드점에서 80명의 젊은이가 일하고 있다. 구멍가게가 이른바 '제대로 된 일자리' 80개를 창출한 셈이다.
영세 서비스업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방하고 규제를 완화해 서비스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 박용성 회장은 "국내 상품시장은 여전히 과잉상태라 대기업이 설비 투자를 해 일자리를 늘리는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이제는 의료, 교육, 법률, 금융 등 서비스 시장을 과감하게 개방하고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국대 김종일(경제학과)교수도 "도소매, 음식, 숙박 등 저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을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드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는 데는 정부의 규제 완화와 개방 정책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사회구조의 선진화에 따라 수요가 늘어날 사회복지, 보건의료 분야가 새로운 고용 창출의 기회라는 분석도 많다. 노령화 시대에 맞춰 간병인 등의 새로운 서비스, 소위 '사회적 서비스'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기업원 김정호 원장은 "현재 일본과 동남아 지역에서 한국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며 "의료시장을 개방하고 수출 산업으로 육성해 산업 발전과 좋은 일자리,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동북아경제중심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동북아경제중심이 바로 금융보험, 물류, 그리고 통신서비스, 소프트웨어 등을 육성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기업환경 개선의 핵심은 개방과 규제 완화다. 대외 장벽과 얽히고설킨 규제에 묶여 있는 서비스 산업을 풀어줘 쑥쑥 커 나가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시래 기자 sr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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