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자유기업원
[김정호 원장 인터뷰]
"대통령의 철학이 뭔지 모르겠다" 노무현 대통령 종합 평가
'임기말 2만불 깃발'발언에 "글쎄...그렇게 된다면 기적"
“대통령의 철학이 뭔지 모르겠다”
'자유시장경제’의 대표적 씽크 탱크로 평가 받고 있는 ‘자유기업원’의 김정호 원장이 올해 집권 3년차로 접어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내린 종합 평가다.
‘한국사회를 바로 세우자’는 화두를 놓고 12일 데일리안과 만난 김 원장은 시종 차분한 어조를 유지했지만 경제현실에 대한 평가는 가혹하리만치 냉정했다.
그는 특히 노 대통령이 연초에 자신의 임기 말, 다음 정권 임기 첫해 2만 불 깃발을 달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 “글쎄...”라고 고개를 갸웃한 뒤 “그렇게 된다면 기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고 일소에 부쳤다.
김 원장은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숭실대에서 법학 박사의 코스도 밟은 다재다능의 전문가.
10개월여의 원장대행 기간을 포함, 올 1월 현재까지 2년 가까이 자유기업원의 선장 역할에 몰입하고 있는 김 원장의 인식 중심을 관통하는 것은 한마디로 ‘자유시장경제’다.
한국 경제 현실이 위기인 ‘원인’도 흔들리는 자유시장경제에서 찾고 있고, 여기에서 탈출하기 위한 ‘해법’도 정상적인 자유시장경제에서 추려내고 있다.
그가 현 정권 평가에 인색한 배경 역시 자유시장경제에서 일탈한 국정운용에 있다.
경제정책뿐 아니라 '4대법안'등도 '경제 위기' 빚는 현 정권의 좌파성 입증
따라서 김 원장은 현재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권 차원의 ‘선택’을 “경제에 대해 인위적으로 관여하지 않는 것”이라고 간명하게 정리했다.
이념적으로 치환하면 정부가 시장과 경제를 통제하려는 좌파적 접근 태도를 털어버리라는 것이다.
김 원장이 현 정권의 ‘좌파’성향에 문제를 제기하는 대목은 비단 경제정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그는 “경제가 경제정책만의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다”고 전제한 뒤 여당의 4대 법안인 사립학교법이나 국가보안법, 과거사법, 신문법등을 적시, “이 정부가 재산권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드러낸 정책으로 재산권을 인정하지 않으면 시장경제는 없다”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이나 그를 받치고 있는 소위 386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이 “시장경제에 대한 원리도 잘 모르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김 원장의 개탄성 관측에는 현 정권에서의 향후 경제 전망에 대한 암울함이 절절히 배여 있다.
개발연대 고도성장의 비결은 박정희 대통령의 '장사꾼 존중' 정신
시장 개입을 최소화한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자유시장경제론에 입각해 그는 ‘국가가 주도하는 제2의 추격 전략’이 필요하다는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주장에 대해 “반대한다”고 잘라 말했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의 개발연대 때 경제성장을 이룬 동력이 정부 주도의 개발모형 이라는 것은 명백한 ‘착각’이라는 것이 그의 논거다.
김 원장은 개발연대 ‘성공 신화’의 힘을 박정희 대통령의 ‘장사꾼 존중’정신으로 등식화 시켰다.
박 대통령 시대 이전까지는 오랜 ‘사농공상’의 유교적 관념으로 인해 장사꾼으로 통칭되는 상업, 사업을 가장 밑바닥으로 천대했으나 박 대통령이 이런 현상을 역전시켰다는 것.
김 원장은 “박 대통령은 가난 퇴치에 온 힘을 기울이면서 ‘돈을 벌라’는 메시지를 전파했다”며 “더불어 장사꾼을 우대하고 재산권을 보호·존중해 준 것이 경제성장의 결정적 힘이 됐다”고 강조했다.
'자유시장경제'는 인간사회를 위한 '최상의 선택'
김 원장이 ‘살아있는’ 현 정권에 거침없이 쓴 소리를 쏟아낼 정도로 자유시장경제의 ‘투사’로서 뛰는 내공은 바로 자유시장경제가 인간 사회를 위한 최상의 선택이라는 확신에 기반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나라의 고질적 병폐인 정경유착 문제의 치유책에 대해서도 그는 “기업이 정부에 기대려고 하지 말고, 정부도 기업에 관여하지 않으면 된다”는 자유시장주의적 답변으로 정리했다.
김 원장은 ‘기업의 투명성’ 문제와 관련해서도 “정부가 더 철저히 처벌해야 한다”는 자유민주주의 법체계 실행론과 함께 “채권자들이 투명하지 않은 기업에 돈을 빌려주지 않고, 그 기업의 주식은 팔아치우면 된다”는 자유시장경제 원리 적용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인터뷰를 마친 후 그는 책을 한 권 선물했다. 미국 경제전문가인 제임스 과트니(James D.Gwartney)와 리처드 스트라웁(Richard L.Stroup)박사 공저를 ‘7천만의 시장경제 이야기’란 제목으로 자신이 번역·개작한 책이다.
경제학 비전공자도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자유시장경제 원리 교재를 찾던 끝에 발견한 것으로, 지난해 11월 발간한 이 책에도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그의 흔들림 없는 지론이 녹아 있다.
“시장경제원리가 확고히 자리 잡은 곳에 번영이 깃든다는 사실은 수많은 역사적 사례가 입증해 준다. 개인의 재산권이 보호되고, 계약과 경쟁의 자유가 허락되며, 정부의 개입이 최소화된 사회는 우리에게 물질적 번영뿐만 아니라 정신적 풍요와 정치적 자유까지 가져다 준다”
[다음은 김정호 원장과의 일문일답]
-‘자유기업원’이 출범하게 된 계기와 취지를 요약한다면.
▲시장경제를 전파하자는 취지다. 97년 4월에 만들어졌는데, 당시만 해도 학자들이나 지식인들이 시장경제를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다들 시장경제는 시장의 실패가 많이 나타나니까, 적절한 혼합경제체제가 좋다고들 얘기했다. 자유기업원은 시장경제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옹호하겠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노무현 정권 출범 2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대로는 나라가 망한다’는 위기감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심화되는 추세다. 특히 지난 2년간 전세계적인 경제상황이 상승세인데 유독 한국만 경제가 추락하고 있다는 개탄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초래된 이유를 종합 진단한다면.
▲기업들이 노력한 결과가 자기 것이 될 수 있는지 확신을 잃었다. 그러다보니 투자가 사라졌고, 그 결과 서민들의 생활도 어려워졌다.
다른 나라들이 빠른 속도로 시장경제적 요소를 확대하는 것도 또 다른 원인이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는 국제자본들에게 훨씬 더 매력적이지 않은 투자처가 되어 갔다.
-자유시장경제 원리는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 최소화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현 정부는 시장에 대한 규제와 통제를 강화, 오히려 ‘큰 정부’쪽으로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들이 있는데. 한국판 뉴딜정책의 경우 ‘큰 정부’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 정부가 큰 정부를 지향하는 것은 분명하다. 공무원 수가 늘었고 재정도 빠른 속도로 늘어간다. 분배지향적 코드 때문에 그렇게 된다. 재정적자도 늘어갈 것이고, 어쩌면 국민연금도 정부의 정책수단화 할지 모른다. 이건 매우 위험한 징조다.
한국형 뉴딜정책은 현재는 규모가 작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발상이 문제다. 정부가 재정으로 일자리를 만들기 시작하면 재정이 늘어나는 만큼 민간 투자는 죽는다. 민간이 쓸 돈을 정부가 쓰게 되면 엉뚱해진다. 예를 들어 양양이나 부안, 울진, 청주 등의 지방공항 같은 것들을 만들면서 돈을 퍼붓게 될 것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민관합동의 ‘제3섹터’사업 수익성이 엉망이라는 최근의 보도는 ‘큰 정부’의 폐해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투자는 장사꾼이 할 수 밖에 없다. 장사꾼 본인도 잘 모르는데 정부 관료들이 무엇을 안다고 나서나. 정부는 장사꾼에게 투자마인드를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뉴딜은 이번으로 끝내야 한다.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국가가 주도하는 제2의 추격전략’이 필요하다는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기본적으로 반대한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의 개발연대 때 경제성장을 이룬 동력이 정부 주도의 개발모형 때문이라는 것은 명백한 착각이다. 사실 당시 국가 주도의 중화학 공업 육성 정책 등은 오히려 경제성장을 까먹은 것으로 진단된다.
개발연대 고도성장을 하게 된 것은 박정희 대통령 때 비로서 장사꾼을 존중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시대 이전까지는 오랜 사농공상의 유교적 관념으로 인해 장사꾼이 가장 밑바닥으로 천대 받았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가난 퇴치에 온 힘을 기울이면서 ‘돈을 벌라’는 메시지를 전파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장사꾼을 우대하고 재산권을 보호·존중해 준 것이 경제성장의 결정적 힘이 된 것이다.
-현 정부가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를 둘러싸고 성장보다는 분배를 중시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 현실에서 성장과 분배 중 무엇이 우선돼야 하나. 그 이유를 설명한다면.
▲당연히 성장이다. 분배정책은 사람들을 타락시킨다. 국민 대다수를 의타적인 인간으로 만든다. 복지체제는 부도덕한 체제다.
그러나 억지성장정책은 반대한다. 외환시장에 개입해서 환율을 높이고 수출을 촉진하는 식의 정책이다. 작년에 그렇게 했었다. 그러다보니 수출은 늘었지만, 수입 물가를 높여서 내수를 죽인 측면이 있다. 내가 성장우선이라고 말하는 것은 억지로 성장을 시키거나 번 돈을 뺏어가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알아서 돈을 벌게 하고, 그걸 지켜주라는 말이다.
현 정부 인사들의 코드는 분명 복지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구체적 정책으로 나타나지는 않은 것 같다. 언론법과 사학법 등 여당의 4대 입법으로 언론과 학교를 잡고, 기존 정치인들을 정리하고 나면 반대도 약해질 테니까 아마도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시도할 것이다. 그것이 분배정책 아닐까.
-현 정부 경제정책의 가장 큰 맹점은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 또는 성장이냐, 분배냐의 방향의 오류를 접어두더라도 일관성 없이 오락가락하는데 따른 ‘불투명성’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데. 정부에 대한 민간경제 주체들의 ‘신뢰’상실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렇다. 대통령의 철학이 뭔지 모르겠다. 이 것은 현 정권의 태생적 한계로 볼 수 있다. 집권할 때 정치 마인드만 있었을 뿐 경제에 대한 마인드, 국가의 부를 늘리겠다는 마인드가 없었으니 당연한 것 아니겠나.
경제난이 워낙 심각하니 경제정책을 바꾸긴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모양이긴 한데, 그나마 일단 다행이라고 본다. 완전한 좌파보다는 오락가락하는 불확실성이 있더라도 자유시장경제쪽으로 방향을 트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물론 기왕이면 확 바꿨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 정부 들어 경제 분야에서 우려할 문제 중의 하나로 ‘반기업정서’의 심화가 꼽히고 있다. 그 원인은 무엇이라고 분석하나. 이 같은 반기업정서로 인한 경제적 부작용과 그 대책은.
▲사람들은 본래 부자에 대한 반감을 가진다. 그런데 정권이 기업에게 적대적이면 국민정서도 덩달아 그렇게 가는 것 같다. 지금 우리의 사정도 그런 것 아닐까. 다행히 최근의 조사에 의하면 조금 나아진 듯하다.
민주국가에서 국민정서는 국회와 모든 정치인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준다. 그것이 법도 되고 규제도 된다. 때문에 반기업정서로 인해 기업들이 국민들에게 아부해야 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기업이 돈 벌어서 자선사업을 하는 것이다. 반기업정서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제스처다. 참 딱하다.
반기업정서를 해소시키기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 정직해지는 노력이 분명 필요하다. 지금도 그렇게 가고 있다. 그러나 소위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불행하다. 기업의 임무는 정직하게 돈을 벌어서 주주와 근로자와 기타 직접적 법적 관계를 가진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이것이 기업으로서 궁극적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최상의 길이다. 정부는 도대체 그 많은 세금을 거둬서 어디다 쓰나. 기본적으로 자선은 개인이 하는 것이지, 기업이 업무 삼아 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 정책의 최종결정권자는 대통령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선택이 국가운명을 가르는데 있어서 대단히 중요하다는데 이론의 여지는 없다. 노 대통령이 자유시장경제 원리에 대해 어느 정도나 충실하다고 보나.
▲경제정책만을 본다면 예전 정부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부동산세를 국세로 돌린 것이 걸리긴 하지만... 이 것은 굉장히 잘못한 것이다. 기초자치단체의 세수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부동산세를 국세로 돌리는 것은 지방자치제도의 취지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지방자치의 핵심이 무엇인가. 그 것은 바로 자기 문제를 자기 돈으로 해결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무엇보다도 현 정부의 문제는 경제정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데 있다. 경제가 경제정책만의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다. 사립학교법이나 국보법, 과거사정리법, 신문법 같은 것도 경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이 정부가 재산권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드러낸 정책이기 때문이다. 재산권을 인정하지 않으면 시장경제는 없다.
예를 들어 개정된 신문법이 시행돼 비정상적으로 시장점유율을 강제하게 되면 현 정부에 비판적인 주요 언론의 반대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정부는 자기들 맘대로 할 것이고, 경제정책도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으로 우려 된다.
-노 대통령이 자유시장경제 원리에 충실하지 않다면 그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원리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라고 보나,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보나.
▲원리, 잘 모를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시장경제에 대해 체계적 교육을 받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나도 박사학위를 받고 한참 지나서야 시장경제가 뭔지 깨닫기 시작했다.
게다가 노대통령을 받치고 있는 소위 386 운동권이라는 사람들은 시장경제를 알고 싶어 하지 않는 것 아닐까. 그 사람들을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냥 추측해 본다.
-.노무현 대통령은 연초에 “제 임기 말, 다음 정권 임기 첫해 2만불 깃발을 달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자신했다.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또 그 것을 가능하게 하려면 앞으로 노 대통령의 남은 임기 3년간 집중 보완 내지 개선돼야 할 정책은 어떤 것들인가.
▲글쎄... 그렇게 된다면 기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최우선적으로 개선돼야 할 정부 정책은 노사관계를 안정시키는 일이다. 그렇다고 사측의 편을 들라는 것이 아니라 사측이든 노측이든 법을 어기면 무조건 잡아들이는 정책을 써야 한다. 사실 그것은 너무 당연하기 때문에 정책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데, 어쨌든 잘 안되고 있다. 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잡아들여야 한다.
이것은 길거리 시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억울한 게 있으면 법원에 가거나, 서면으로 탄원서를 보내거나 헌법재판을 낼 일이다. 길거리로 나오게 해서는 안된다. 길거리에 나와서 법을 어기면 그것도 당장 잡아들여야 한다.
그러고 경제에 대해서 인위적으로 관여하지 않는 일이다. 그냥 알아서 돈을 벌라고 내버려두면 된다.
-자유기업원에서는 한국 사회의 여론 주도층에게 자유시장경제원리에 입각한 정보와 자료들을 이메일을 통해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노 대통령이나 여권 측 인사들에게도 전달이 되고 있나. 자유기업원의 구상, 연구 결과들이 정부 정책에 반영될 여지는.
▲이메일을 통해 자유기업원의 자료를 받아보는 대상이 오피니언 리더를 중심으로 5만 명에 달하니 정확히 파악은 안 해 봤지만 그 중에는 여권 인사들도 포함돼 있지 않겠나.
실현가능성이라는 면에서 보면 우리가 제안하는 것들은 다소 비현실적이다. 우리는 당장 실현될 정책을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의 틀을 바꾸는 데에 목표를 두고 있다.
-제1야당인 한나라당에는 자유기업원의 뜻이 전달되고 있나. 자유시장경제를 위해 한나라당은 무엇을 해야 하고, 할 수 있다고 보나.
▲우리는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다. 다만 조직적이거나 공식적인 차원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자유기업원의 이메일을 받아 보는 한나라당 인사들도 적잖을 것이다.
-우리나라 현실에 비추어 자유시장경제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정부와 별도로 민간차원에서 노사간 ‘상생’의 자세가 절실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를 위해선 ‘노동의 유연성’과 ‘기업의 투명성’이 동시에 요구된다. 이 중 무엇보다도 ‘기업의 투명성’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선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 하다는 시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경영자의 사기나 횡령, 분식회계 같은 것들에 대해서 분명 정부가 나서서 처벌해야 한다.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고 앞으로는 더 철저히 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을 위해 옥상옥을 만드는 식이면 곤란하다.
궁극적으로는 기업이 어느 정도 투명해야 하는지는 주식시장과 채권자들이 결정할 문제다. 투명하지 않은 기업에 돈을 빌려주지 않으면 되고, 그런 기업의 주식은 팔아치우면 된다.
-정경유착의 문제가 오래도록 정치도, 경제도, 나아가 국가 전체적으로 멍들게 해 왔다. 정경유착 문제는 우리나라의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국민 일반의 부정적 인식을 불러일으킨 주범이다. 그러나 과연 이 문제가 근절될 수 있겠느냐는 데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들이 적지 않다. 정경 유착 문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정치권과 기업이 취해야할 조치들을 제시한다면.
▲기업이 정부에 기대려고 하지 말고 정부도 기업에 관여하지 않으면 된다. 기업들이 자꾸 정부에 기대려고 한다. 특히 요즘의 벤처기업들을 보면 그렇다.
-자유민주주의 및 자유시장경제와 관련해 일반 국민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 재산이 중요하면 남의 재산도 중요하다. 내 재산을 뺏기고 싶지 않다면 남의 재산도 뺏지 마라. 도둑은 잡아야 하지만 부자를 잡아서는 안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부자는 도둑이 아니다.
◇ 김 정 호 원장 프로필
△1956년생(만48세)
△연세대학교 경제학사, 일리노이대 어버나-샴페인 경제학 박사, 숭실대 법학 박사
△한국경제연구원 규제연구실장, 청와대 국가경쟁력강화기획단 근무, 현재 자유기업원 원장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헤럴드 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 수도발전기획단 위원 주택공급제도검토위원회 위원
△주요 저서:7천만의 시장경제이야기(편역, 자유기업원), 사이버공간의 법경제학(법문사, 2004(공저), 도메인네임의 정치경제학(자유기업원), 갈등하는 본능(2인 공저, 한길사), 한국법의 경제학(편저, 한국경제연구원), 토지세의 경제학/미신과 현실(한국경제연구원), 시장현상과 대중경제지식(3인 공저, 한국경제연구원). 이 밖에 논문 다수.
[자유기업원, 이렇게 뛰고 있다!]
열혈 자유주의자 집결, '자유시장경제'의 대표적 싱크탱크
"이념적으로나 철학적으로 대단히 취약한 사회" '뒤집기'8년째
“자유사회는 그냥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인류가 걸어온 근현대사를 되돌아보면 자유사회가 인간의 무지와 대중의 오도된 열정, 그리고 지식인들의 잘못된 이념이나 철학으로 말미암아 손쉽게 전복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자유시장경제’ 전파를 기치로 내걸고 있는 ‘자유기업원’(CFE, Center for Free Enterprise)이 지난 1997년 설립취지문 서두에 배치한 ‘경고’다.
이 경고는 8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아니 보다 절실하다는 것이 2005년 1월 현재 더욱 맹렬히 뛰고 있는 자유기업원의 존재 이유다.
자유기업원 출범 당시만 해도 학자들이나 지식인들이 시장경제를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경우가 드물었던 상황을 돌아보면 자유기업원은 ‘대단한 용기’를 발휘한 셈이다.
김정호 원장은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그 당시 다들 시장의 실패가 많이 나타나니까 적절한 혼합경제체제가 좋다고들 얘기했다”고 씁쓸하게 회고했다.
새로운 기록 만들기와 의미 있는 성과들 잇따라
자유기업원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의 ‘자유기업센터’로 출범했으나 지난 2000년 법적으로 분리·독립한 비영리 재단법인.
연세대 총장시절 대학행정에 자유시장경제 원리를 과감히 도입했던 송자 전 교육부 장관이 법인 대표를 맡고 있고, 경제학과 법학 박사 학위를 동시 보유한 김정호 원장이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또 한국경제평론가회의 초대회장을 지낸 민병균 상임고문을 비롯 한국해양전략 연구소 연구실장 출신의 이춘근 부원장, 미국 CEI 초빙연구원을 거친 최승노 대외협력실장, 독일 퀼른대 경제학 박사인 권혁철 법경제실장 등에 이르기까지 자타가 공인하는 자유시장경제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자유기업원은 설립 취지 그대로 그 동안 ‘자유시장경제’의 전파에 일로매진해왔고, 그 결과 우리나라에서 ‘자유시장경제’의 대표적 싱크탱크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유기업원의 기본 활동 영역은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원리를 전파하는데 초점을 맞춘 연구, 교육, 출판 등으로 대별된다.
이러한 활동들은 ‘열혈 자유주의자’들이 집결한 특성에 힘입어 새로운 기록과 의미 있는 성과들로 이어지고 있다.
'대학시장경제강좌' 인기 폭발, 수강 신청 급증세
지난 98년부터 오피니언리더들을 대상으로 자유시장경제 관련 칼럼들을 이메일로 보내기 시작한 것은 우리나라 최초의 '작품’이라고 자유기업원은 자랑한다.
이 작품은 현재 매주 3 ~ 4회에 걸쳐 무려 5만 명에 달하는 ‘희망자’들에게 전달될 정도로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자유기업원이 인터넷을 통한 ‘매체’로도 비중 있는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자유주의의 중요성을 대중 속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대학시장경제강좌’와 ‘열린사회아카데미’, ‘교사 이코데미아’ 등 ‘교육’프로그램도 갈수록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자유기업원이 지난 2003년 2학기부터 강사 선정과 강좌 운용비용 등을 지원, 대학에 시장경제과목을 설치하는 ‘대학시장경제강좌’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보통 3학점 과정으로 설치되는 이 강좌는 지난해 모두 21개교 2800여명이 수강했고, 올해는 1학기에만 연세대, 전남대, 제주대 등 전국 26개교에서 강좌 개설 신청이 들어와 1년간 최소 5000명 이상이 수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정호 원장은 이와 관련, “학생들이 시장경제가 나쁘다고 듣기만 한 상황에서 처음 강좌가 개설됐을 때는 상당히 혼란을 느끼는 모습들이였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학교 측도, 학생들도 시장경제강좌에 많은 기대를 거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세계 각국 자유주의 싱크 탱크들과 교류 확대, 활동 지평 넓혀
시장경제를 지지하는 ‘누구나’ 가입이 가능한 ‘시장경제사랑단’이란 동아리도 자유기업원의 빼놓을 수 없는 성과물.
지난해 4월 시작한 이 동아리는 올해 1월 현재 회원수가 1030명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온라인을 주무대로 하지만 한달에 한번 정도 오프라인 모임도 갖고 있으며 MT와 등산모임 등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이에 따라 자유기업원은 올해 회원이 3000명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섞인 전망을 하고 있다.
이런 성과와 자신감을 바탕으로 새해 들어 미국 Atlas 재단이 주최하는 Templeton Award에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다.
Atlas는 영국 IEA재단이 모태로, 세계 각국의 자유주의 싱크 탱크를 육성 지원하는 자유주의의 ‘인큐베이터’.
Templeton Award는 Atlas가 각 국의 싱크 탱크들 중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인 곳에 주는 상으로 매년 3월 시상된다.
자유기업원은 올해 수상 여부와 별개로 Atlas 재단을 비롯 외국의 자유주의 싱크 탱크들과의 교류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절박한 상황, 한국인 번영 대안 제시에 최선" 출범때 약속 유효
“한국인들이 번영을 누릴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자유기업원의 출범 당시 약속은 계속되고 있다.
자유기업원이 설립취지문에 적시했던 첫 출발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상황은 지금 이 순간, 최소한 유사하거나 더욱 악화된 까닭이다.
“우리는 사회주의의 몰락과 복지국가의 쇠퇴를 보면서 한국이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지 명백히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념적으로나 철학적으로 대단히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다. 30여년의 고도성장이 가져 온 결과로 우리들의 삶의 질은 나아졌지만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인은 철저한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이 땅에 구현함으로써 경제적인 강국으로 자리를 잡고 이를 기초로 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민족의 생존을 보존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을 맞고 있다”
김인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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