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우리는 왜 비싼 땅에서 비좁게 살까

자유기업원 / 2005-04-21 / 조회: 8,913       한경WOW TV, 책으로 보는 세상

사회자 : 어떤 책입니까?
김정호 : 우리가 왜 늘 높은 집 값 땅 값으로 고통을 받는지 설명한 책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투기꾼에서 답을 찾는데, 이 책은 토지 공급 부족에서 그 원인을 찾습니다. 공급이 늘지 않는 한, 아무리 투기를 잡아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회자 : 비싸고 비좁게 사는 것은 우리가 자초한 일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요?
김정호 : 전국토의 면적은 300억 평이고 그 중에서 우리가 집 짓고 학교 짓는 데에 사용하는 면적은 15억 평 남짓입니다. 나머지 285억 평 중 30억 평 정도만 도시용으로 쓰더라도 지금보다 세배 넓게 살 수 있습니다. 값은 절반 이하로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농지나 임야를 쓰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어서 토지가 공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토지는 넓은 데, 규제를 통해서 스스로 비좁게 살아간다는 뜻에서 자초했다는 것입니다.

사회자 : 공급확대를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리고 그것에 대한 반대는 왜, 일어납니까?
김정호 : 주택이나 상가, 학교의 공급확대는 토지 공급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토지는 농지나 임야를 전용해야만 나옵니다. 부분적으로는 기존 주택의 재건축을 통해서도 공급확대가 이루어집니다.
반대는 목소리는 여러 가지입니다. 가장 큰 것은 녹지파괴와 투기에 대한 걱정입니다. 녹지파괴는 지금보다 도시 땅을 3배로 늘린다고 해도 녹지는 여전히 국토의 83%가 남습니다. 그렇게 되면 녹지가 정원이나 도시 공원의 형태로 우리의 생활주변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길게 보면 투기도 걱정할 일이 아닙니다. 규제가 풀리는 땅의 값을 오르지만, 입주 때가 되면 도시 전체의 땅 값, 집값은 떨어집니다. 분당신도시 때도 그 지역의 땅 값이 몇백배 올랐지만, 그 덕분에 강남을 비롯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값은 20%까지도 떨어졌습니다. 투기문제에 대해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사회자 : 어느 정도 녹지를 보존하면 되는가요?
김정호 : 어림잡아서 농지와 임야를 포함한 녹지는 250억 평 정도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전국토의 83%입니다. 좀 더 이론적으로 말하자면 농지나 임야를 택지 등으로 전용할 때 나오는 개발이익이 녹지의 공익적 가치인 평당 5만원 정도가 되도록 녹지의 전용을 확대해야 합니다. 지방마다 다르긴 하지만 지금은 그 이익이 많게는 수백만원에서 작게는 수십만원에 달합니다.

사회자 : 건축밀도와 재건축 강력한 규제가 필요한가요?
김정호 : 재건축은 규제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장려해야 합니다. 당장은 재건축이 값을 올리는 것 같지만, 입주가 본격화되면 주변지역의 집값을 떨어뜨립니다.
건축밀도 규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개방공간의 확보를 위해 건폐율은 어느 정도 규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높이에 대한 규제는 풀어야 합니다. 고층이 되면 건폐율이 낮아지고, 동간의 간격이 넓어져서 시야와 녹지공간이 늘어납니다. 높이규제는 풀어야 합니다.

사회자 : 수도권에 규제에 대한 의견은?
김정호 : 수도권 규제의 근본원인은 막강한 중앙정부의 권력이 서울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권력이 막강한 상태에서는 사람들이 그 권력 주변에 모여 살 수 밖에 없고, 또 그래야 합니다. 따라서 문제의 해결법은 중앙정부의 권력을 지방정부에 나누어주는 것입니다. 웬만한 일은 중앙정부 공무원이나 국회의원이 아니라 도지사나 시장, 군수, 지방의회 의원들을 만나서 해결할 수 있게 되어야 합니다. 현 정부의 행정수도 정책은 중앙정부의 권력은 그대로 둔 채, 그 위치만 바꾸려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자리에 다시 집중이 일어날 것이고, 충청도 이외의 지역은 더욱 큰 인구 감소 현상을 겪게 될 것입니다. 이제 웬만한 국내 문제들은 지방정부가 해결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손을 떼야 합니다. 토지관련 정책은 가장 대표적인 지방적 업무입니다. 이제 수도권 문제의 해결도 수도권의 시장, 도지사, 지방의회에 맡겨야 합니다.

사회자 : 때마다 반복되는 투기 억제책에 대한 의견은?
김정호 : 투기억제책은 임시변통입니다. 늘 똑같은 정책이 반복되지만 그것을 통해서 문제가 해결된 적은 없습니다. 잠시 시장을 기절시켜 놓을 뿐입니다.
토지주택정책의 궁극적 목적은 국민들이 넓고 안락한 집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제도적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수요가 있는 곳에 많은 택지와 학교용지, 상가용지, 공장용지 등이 공급되어야 합니다. 그러면 소득이 늘어나는 것에 맞추어서 자동적으로 좋고 넓은 집들이 공급될 수 있습니다. 공급이 늘지 않으면 국민들의 주거사정이 좋아질 수 없습니다. 투기억제책으로는 한 평의 땅도, 한 평의 주택도 늘릴 수 없습니다. 오히려 택지와 주택과 학교와 공장이 늘어나는 것을 방해할 뿐입니다.

사회자 : 그동안 연구해 오시면서 이렇게 하면 해법은 있다라고 말씀하시고 싶은 것이 있다면...
김정호 : 택지의 공급을 늘려야 합니다. 정책결정자들은 토지공급 하면 공장용지의 공급만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택지입니다. 택지공급의 방식으로는 대규모의 신도시가 좋습니다. 신도시 방식은 기반시설비 부담이나 난개발 문제도 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살기 좋은 신도시들이 많이 공급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클로징 멘트

“전체 국토 면적 300억평 가운데에서 우리가 집 짓고 학교 짓고 도로 놓는데 사용한 토지의 면적은 5% 남짓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다 농지고 임야다. 그 중에서 10%만 헐어서 도시적 용도로 쓰더라도 지금보다 두세 배는 더 넓게 살 수 있다. 값도 2분의 1 또는 3분의 1로 낮출 수 있다. 생각만 바꾼다면 휠씬 나아질텐데도, 국토가 좁다는 고정관념에 갇혀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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