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소비주도층이 과거의 청장년층에서 청소년과 어린이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음료시장에서 어린이음료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출판시장에서도 아동용서적은 침체를 모른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자유기업센터 최승노(崔勝老)기업연구실장이 13일 펴낸 「한국의 시장」은 지난해 100개 상품시장의 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
◇IMF후 시장판도 변화= 경제위기 탓에 침체된 시장이 훨씬 많았다.
가구시장의 침체는 지난 수년동안 계속돼온 현상. 주택건설경기 부진과 소비패턴의 변화, 수입가구 급증이 원인이다. 보험시장도 97년에 이어 감소추세를 보였다. 생명보험의 보험료수입은 15.5%나 감소했다. 개인소득 감소의 영향이 컸다. 대형 매장을 갖춘 고급식당인 패밀리레스토랑들은 IMF의 직격탄을 맞았다. 로열티를 지불하는 해외브랜드에 대한 거부감도 한몫했다.
반면 환경변화와 함게 급부상한 시장으론 PC통신과 단체급식, 택배, 헤드헌팅, 컨설팅 등이 꼽혔다. 대부분 성장률이 100%를 넘는다. 위탁경영의 효율성과 경비절감이 단체급식 시장을 확대시켰고 전자상거래와 홈쇼핑, 통신판매 등 무점포판매가 급성장하면서 택배사업은 최근 5년간 연평균 85% 성장했다. 대규모 물류기지를 확보해야 하는 등 초기투자가 막대해 신규진입이 어려운 시장이지만 일단 자리를 굳힌 업체들은 높은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컨설팅시장은 IMF사태이후 붕괴된 한국의 산업?금융시스템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커진 곳. 대외적 공신력이 있다는 외국전문가의 수요가 급팽창했다.
IMF한파로 가전제품이 대체로 맥을 못춘데 비해 김치냉장고는 전년대비 30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냉장고는 여름용」이란 공식을 깨면서 한국형 아이디어상품의 대표로 떠올랐다. 96년 만도기계의 「딤채」가 출시된 이후 주부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시장규모가 1조원대로 팽창한 라면도 IMF의 반사이익을 본 곳으로 빼놓을 수 없다.
◇어린이시장의 팽창= 일반 소비자들이 움츠러든 반면 Y세대, 즉 청소년들이 소비의 주도세력으로 떠올랐다. 또 어린이 시장이 불황의 파고를 뛰어넘었다.
전체 음료시장이 불황이었지만 어린이음료시장은 고속성장했다. 용량이 적고 가격이 싸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까지 갖춰 눈길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아동용서적은 출판업계에서 「보험」 또는 「현금상자」로 불릴 정도다. 출판업계가 30%정도 매출이 줄어들었지만 어린이책은 현상유지에 성공했다. 학부모들이 아동도서 구입비를 교육비로 인정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어린이 보장보험도 마찬가지여서 암보험, 교통상해보험에 이어 보장성보험의 빅3로 자리잡았다. 학습지시장의 경우도 중고생용 학습지 매출이 줄어드는 추세인데 비해 유아용과 초등학생용 학습지 매출은 줄어들지 않았다.
◇통신분야의 신흥시장= 경쟁이 시장을 키운 대표적 사례다. 기업간 경쟁이 신흥시장을 키웠고 특정기업의 광고는 시장 전체의 성장을 촉발했다.
PC통신과 인터넷의 폭발적 성장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이동전화 시장은 셀룰러폰이 3조4,000억원, PCS(개인휴대통신)는 1조4,400억원 규모였다. PCS의 시장잠식은 가격경쟁력과 다양한 서비스의 산물이다.
인터넷에 의해 형성된 새로운 시장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 인터넷 이용자수는 최근 3년간 10배 증가, 지난해말 300만명을 돌파했다. 특히 국내 주요 인터넷접속 서비스업체(ISP)들에게 98년은 흑자원년이었다.
포털서비스 돌풍도 대단했다. 야후코리아를 필두로 네이버, 알타비스타 등 검색서비스업체와 한메일넷, 신비로, 네티앙 등 기존 서비스업체에 PC통신업체들도 가세, 무한경쟁에 나서면서 시장 자체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손동영기자 (son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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