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대한민국에 '세금해방일'은 없다

매년 '세금해방일(Tax Freedom Day)'을 발표해 온 자유기업원이 올해도 어김없이 세금해방일을 추산해 발표했다. 올해의 세금해방일은 3월26일 이었다고 한다.

자유기업원의 의견을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이(특히 근로자) 1년 365일 가운데 84일은 세금을 내기 위해 일을 하고 이후부터 일을 해서 벌어들인 소득은 자신의 몫으로 가져다 쓸 수 있다.

자유기업원은 우리나라 조세총액(2006년 기준 171억9266억원)을 국민순소득(NNI, 예상치 747조2931억원)로 나눈 조세부담률을 연간 일수로 분할해 세금해방일을 계산해 냈다.

세금해방일, 말은 좋다. 하지만 과연 이날 우리나라 납세자들은 조국이 해방되는 기쁨 같은 그런 희열을 느꼈을까.

대한민국의 조세현실을 하나 하나 따져볼 때 세금해방일이라는 단어를 그렇게 쉽게 언급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현실을 보자.

근로소득자들만 놓고 봐도 매달 받은 월급에 대해 소득세를 내고 있다. 이 뿐이 아니다. 집 한 채, 자동차 한 대 가지고 있으면 재산세, 자동차세를 내야 한다. 조금 비싼 집 가진 사람이면 종합부동산세도 내야한다.

국밥 한 그릇, 소주 한잔 사 먹어도 세금은 예외 없다.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년 365일, 잠 자는 시간만 빼고 온통 세금 바리케이트에 둘러 쌓여 있다. 매달 내는 소득세, 때 되면 나오는 재산세, 자동차세 고지서 여기에 각종 공과금까지. 대한민국 국민들은 1년 내내 정부의 세금부과에 등골이 휘어질 지경인 것이다.

현실적인 문제 하나 더 들추어내 보자. 세금으로부터 해방이 되었는데 12월 한 달 우리네 납세자(봉급쟁이들)들은 의료비·기부금 등 각종 영수증 챙기기 '전투'를 치르는 것이 현실 아닌가 말이다.

자신이 낸 세금을 정부가 알뜰하게 써서 눈에 띄지 않는 혜택(복지 등)으로 돌아온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많은 국민들은 예나 지금이나 정부는 세금을 물쓰 듯 한다고 믿고 있는게 현실이다.

낭비한 것은 생각지 않고 오히려 모자라니 세금 좀 더 내라고 '뻔뻔하게' 손을 내밀어 납세자들의 분통을 터뜨리게 만들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 아닌가 말이다.

자유기업원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세금부담 정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순수한 의도로(?) 세금해방일을 계산해 발표한 것으로 판단이 된다. 그러나 이 같은 상징성은 어디까지나 '넌센스'에 불과한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지금 이 시간에도 조세공평, 조세개혁이란 거창한 캐치프레이즈를 앞세워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털 궁리에 골몰하고 있다. 힘 없는 민초들이 용을 써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애시당초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세금해방일이란 잡을래야 잡을 수 없는 '꿈' 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조세일보 / 서주영 기자 seongima@jose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