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김종수의 “이 책은 꼭…”] 시장경제라야 잘 산다

자유기업원 / 2007-05-15 / 조회: 6,261       포브스

김정호 著 <블라디보스토크의 해운대행 버스>

제목만으론 낭만이 가득한 여행기처럼 보이는 책이다. 왜 ‘시장경제 바로 알기’란 부제가 붙었는지 뜬금없기까지 하다. 그러나 첫 장을 열면 바로 의문이 풀린다. 첫 장은 여행기로 시작된다. 저자는 1890년에 러시아가 청나라로부터 빼앗은 후 옛 소련 공산정권의 군사요충지였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신기한 광경을 목격한다.

해운대행 · 중곡동행 · 방학동행이란 한글 표지판을 버젓이 붙인 한국산 중고 버스들이 시내를 누비고 다니는 것이 아닌가. 한국에서라면 벌써 폐차되고도 남았을 허름한 중고 버스들이 러시아 번호판을 달고 블라디보스토크를 달리고 있는 것이다.

한글 표지판은 진품 한국산 중고차임을 보증하는 표식이다. 분단국가 한국에서 온 중고 버스들이 냉전시대에 미국과 겨루던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지금은 러시아)의 극동지역 거점에서 당당히 명품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여기서 몇 가지 경제학적인 단상을 끌어낸다. 우선 체제의 차이가 경제적 번영과 빈곤을 가른다는 점이다. 100년 전 우리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이 잘살았던 러시아가 오늘날 가난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반면, 찌들고 가난했던 한국이 기적 같은 경제적 번영을 누리는 것은 결국은 체제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둘째, 빈부의 차이는 스스로 책임져야 할 결과란 점이다. 한국민이 열심히 일해 잘살게 됐다고 해서 러시아 사람이 못사는 데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낄 이유가 없다.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빈부 차이를 사회 정의의 잣대로 봐서는 안 된다.

셋째, 성장의 결실은 골고루 퍼진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과거보다 훨씬 잘살고 있으며 웬만한 러시아인들보다 부자다. 성장의 결과를 나눠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교역은 서로에게 이익이란 점이다. 중고 시내버스들은 한국에서는 매연과 저효율로 천덕꾸러기가 됐을지 모르지만 블라디보스토크 시민들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국은 폐차해야 할 중고차를 처분해서 이득이고, 러시아인들은 필요한 운송수단을 값싸게 들여와 이득이다.

저자는 이처럼 별것 아닌 듯한 주변의 현상에서 경제의 개념과 논점을 이끌어내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시장경제의 원리를 들려준다.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는 사유재산제와 자유로운 거래, 그리고 경쟁이다. 이 세 가지 원리가 충족된 나라는 번영을 구가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나라들은 정체하거나 퇴보했다.

경제적 풍요와 빈곤을 가르는 잣대는 생산성이다. 남들보다 더 많이 생산하면 잘살고 그렇지 못하면 가난하게 되는 것이 시장경제의 이치다.

그렇다면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은 뭘까. 저자는 그 비결을 ‘풍요의 방정식’으로 풀어냈다. 이 방정식의 핵심변수가 바로 시장경제다. 구체적으로는 분업과 교환, 개방과 시장의 확대, 경쟁과 투자 그리고 확고한 사유재산제의 확립이다. 그래서 저자는 “시장경제라야 잘산다”고 구구절절이 설파한다.

그러나 시장경제는 오해와 억측을 낳기도 하고 상식에 어긋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시장경제는 불평등을 조장하고, 따라서 정의롭지 못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지나온 성장의 역사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시장경제를 택한 우리나라는 절대빈곤에서 헤어나 번영을 구가했고, 그 과정에서 온 국민의 삶의 질이 극적으로 개선됐다. 강제로 빼앗지않았다면 돈을 많이 번 사람은 칭찬받아야지, 정의롭지 못하다고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

시장경제에선 남보다 더 열심히 일해 돈을 많이 벌었다는 이유로 돈을 내놓으라거나, 돈이 없다고 내놓으라고 남에게 요구할 권리도 없다.

흔히 정의로운 것으로 착각하는 소득 재분배 정책은 더 열심히 일할 동기를 꺾고, 결국은 성장의 동력을 갉아먹는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론 나쁜 정책이다. 모두가 평등하게 잘살자고 한 정책이 평등하게 못사는 결과를 빚을 수도 있는 것이다.

시장경제에 대한 확신이 없거나 의문이 들 때마다 펼쳐보면 언제나 쉽고 간명한 해답을 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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