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부자되는 법 가르쳐 드립니다”

자유기업원 / 2007-09-29 / 조회: 4,707       주간조선, 60면
한국에서 부자학이 탄생한 지 3년6개월 만에 공식적 연구 모임인 학회가 생겼다.

지난 9월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부자학연구학회’ 창립식이 열렸다. 우리나라 부자학의 효시는 2004년 봄학기 서울여대에서 열린 ‘부자학 개론’이라는 교양 강좌였다. 당시 강좌를 개설했던 한동철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가 5년 임기의 학회 초대 회장을 맡아 이끌어 가기로 했다. ‘학회’란 형식의 학술 모임이지만 대학 교수만 모이지는 않았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김영익 하나대투증권 부사장, 정복기 삼성증권 PB(프라이빗뱅킹)연구소장,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전략본부장, 최성환 대한생명 경제연구원 상무 등 기업과 연구소 관계자들이 창립식장에 모습을 보였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 등 경제·경영학과는 동떨어진 전공을 가진 교수도 학회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부자를 다양한 영역에서 접근하자는 의미다.

부자에 대해서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학회는 국내에서도 처음이지만 세계적으로도 선례가 없다. 해외에 부자학의 선례가 없기 때문에 심지어 이날 한 국내 영자 언론에서 부자학을 영어로 어떻게 번역해야 하느냐는 문의가 오기도 했다. 학회는 부자학을 ‘affluent studies’로 번역해서 알렸다.

초대 회장인 한동철 교수는 “세계 최초로 부자에 대한 연구 공간이 공식적으로 마련됐다”며 “여러 부자 전문가들이 부자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이를 이론뿐만 아니라 실무적으로도 논의하는 장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학문적 연구 성과를 축적하면서 5년 안에 ‘세계 부자학 연구학회’를 창립하는 게 목표다.

부자라는 현상은 개인적인 문제이고 이론적으로 설명·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전통적인 경영·경제학 쪽에서는 학문의 영역으로 삼기를 꺼려했다. 때문에 외국에선 부자연구가들이 개인적으로 부자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다. 연구 결과는 책으로 만들어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일부 부자연구가가 유명세를 타고 있다. 미국의 토머스 스탠리 박사, 일본의 작가 혼다 켄 등이 대표적이다. 스탠리 박사는 ‘이웃집 백만장자’ ‘백만장자 마인드’ 등의 스테디셀러를 펴냈다. 스탠리 박사는 조지아대학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고 조지아주립대학 등에서 교수를 지냈다. 혼다 켄은 와세다대학을 졸업하고 컨설팅을 하다가 부자 연구에 나섰다. 1만2000여명의 부자에 대한 설문 조사를 바탕으로 쓴 ‘부자가 되려면 부자에게 점심을 사라’ 등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집필했다.

부자학 연구학회의 창립에는 한동철 교수가 핵심적 역할을 했다. 한 교수는 2004년 3월 서울여대에서 ‘부자학 개론’이라는 교양 과목을 열었다. 인터넷 수강신청이 시작된 지 2분 만에 350명 정원이 마감되는 대인기였다. 마케팅 전공이었던 한 교수는 ‘대학생에게 부자를 제대로 이해시키자’라는 취지에서 부자학 개론 강의의 문을 열었다.

당시 한국은 부자에 대한 관심이 열풍으로 변하는 때였다. 2002년 초 카드사 광고에 나온 ‘부자되세요’라는 카피가 유행어가 됐다. 2003년이 되면서 은행과 증권사가 ‘10억 만들기 펀드’니 ‘30억 만들기 펀드’니 하는 상품을 내놨고, 직장인들 사이에선 ‘10억 만들기’가 화두가 됐다. 2003년 초 나온 한상복씨의 ‘한국의 부자들’이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부자학의 수요를 간파한 한 교수는 자신의 전공인 마케팅에서 미개척 영역인 부자학으로 방향을 틀게 된다. 한 교수는 유학 시절 미국의 부자연구가인 스탠리 박사의 강의도 듣고 VIP 마케팅에도 관심이 많았으니 전혀 색다른 분야는 아니었다.

한 교수는 인터넷 서점에서 미국에서 나온 부자와 관련한 재무학 책을 구입해서 독학으로 부자학을 정립해 나갔다. 실제 부자를 만나기 위해 아파트 부녀회에 나가고 강남의 유명 미용원에서 머리를 자르면서 부자들을 인터뷰했다.

부자학이 틀을 갖춰가는 데는 부자가 늘어나는 것도 한몫 했다. 메릴린치와 캡제미니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2006년 현재 한국에 금융자산을 100만달러(약 9억5000만원) 이상 가진 부자가 9만9000명이었다. 금융자산에는 주거용 부동산은 포함돼 있지 않다. 이는 2003년 6만5000명에 비해 52.3% 늘어난 것이다.

2004년 말에는 한 교수와 뜻이 맞는 부자연구가 20여명이 모여 ‘부자연구포럼’을 만들게 된다. 조찬, 토론회 등을 열면서 연구 모임의 틀을 갖춰간다. 2005년 말 부자연구포럼이 정식으로 출범식을 가졌다. 작년 2월엔 국내 최초로 부자에 관한 심포지엄도 개최했다.

이후 보다 학문적인 접근을 꾀하다 보니 학회란 형식으로 태어나게 됐다. 이 과정에서 학회엔 부자연구가 외에도 광범위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합류하게 됐다.

부자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학문 분야의 전문가도 있다. 한국죽음학회 회장인 최준식 이화여대 교수가 합류하게 된 과정은 흥미롭다. 부자들이 한 교수에게 “부자는 죽음을 두려워한다. 부자가 편하게 죽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연구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그래서 한 교수는 최 교수에게 연구 용역을 부탁하려고 연락을 했다. 최 교수는 부자학연구학회를 준비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는 학회에도 참여하겠다고 했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같은 경우는 ‘부자학 개론’에 외부 강사로 참여했다가 학회에 참가하게 됐다. 김 원장은 “부자라는 게 누구나 흥미를 느끼는 연구 주제지만 국내에선 반(反)부자 정서 때문에 연구자들이 입에 담기도 어렵다”며 “학회를 통해 부자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얘기하고 연구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한 교수가 직접 전문가를 찾아 합류시키기도 했다. 김영익 하나대투증권 부사장은 증권 전문가로 영입됐다. 김 부사장은 “평소 부자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한 교수의 권유가 있어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지난 8월 발기인대회 때 만나기 전까지는 개인적 친분이 없었다.

부자학 연구학회는 앞으로 반부자 정서 완화, 부자 연구 지원, 부자가 되는 방법 교육 등 크게 세 가지의 사업을 벌이게 된다. 먼저 반부자 정서를 완화하기 위해 부자 실태 조사에 나선다. 그리고 경주 최부잣집 모델, 상속세를 많이 내는 부자 모델, 기부를 많이 하는 부자 모델 등 존경 받는 부자의 모델을 연구해 알릴 예정이다.

더 나아가 ‘존경 받는 부자상(賞)’을 제정해서 수상할 예정이다. 부자 연구 지원을 위해서는 부자학 연구 기금을 조성해 논문 저술 지원을 할 계획이다. 한 교수는 농담처럼 “워낙 부자에 대한 연구가 없어 논문 제목에 ‘부자’라는 문구만 들어가도 지원을 해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자가 되는 법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교육사업에도 나설 계획이다.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무료 교육을 실시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방현철 기자 banghc@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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