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수출로 먹고 살면서 개방은 벌벌 떨어

자유기업원 / 2008-02-20 / 조회: 4,153       조선일보, B3면

경제자유지수 세계 41위 무역자유도 112위 '최하위'
국내시장도 지역·업종마다 각종 규제로 경쟁 가로막아
美·中·EU와 FTA 적극 체결 불합리한 관행·법 개선해야

"한국이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경제와 문화를 개방하고, 외국인과 일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스위스 IMD 피터 로랑지 총장·지난해 8월 경총 포럼 연설)

로랑지 총장의 말처럼 기업인들은 우리 사회의 '폐쇄성'을 경제도약의 걸림돌로 보고 있다. 지난해 협상을 끝내고도 여전히 비준 여부가 불투명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좋은 예다. 전 세계를 무대로 교역을 통해 먹고살면서 정작 국내 시장을 개방하는 데는 인색하다는 것이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역·업종마다 갖가지 진입 장벽이 쳐져 있어 경쟁을 가로막고 있다. 이렇게 해서는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꼽히는 서비스산업이 꽃피기 힘들다.

롯데마트는 지난 2004년 한 지방 도시에 진출하려다 "건축심의 신청 자체를 받지 않겠다"는 지방자치단체의 방침에 가로막혀 사업을 중단했다. 지난해 10월 2년7개월에 걸친 법정 소송 끝에 대법원에서 승소했지만, 아직도 서류접수조차 못하고 있다. 자치단체가 교통영향평가 등을 이유로 허가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롯데마트 측은 "지역 상인의 반대나 교통 문제 등은 지역 경제활성화와 소비자 혜택 등을 통해 충분히 조정할 수 있는 갈등인데도, 자치단체장들이 선거를 의식해 손쉽게 각종 조례로 기업활동을 제한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베트남, 러시아 등에서 공격적으로 해외 점포망을 넓혀가고 있는 국내 업체들이 정작 국내에서는 점포 하나 내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우리를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은 싸늘하다. 한국의 개방 정도를 보여주는 각종 지표는 낙제점에 가깝다. 미국 헤리티지 재단이 매년 연초에 발표하는 경제자유지수에서 한국은 올해 41위를 기록했다. 한때 10위 안에 들기도 했으나, 지난 2005년 40위로 떨어진 이래 이 언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라트비아나 쿠웨이트 우루과이 등과 비슷한 수준. 특히 대외 개방과 직접 관련이 있는 무역자유도 순위는 112위로 최하위 수준이었다.

기업들은 새 정부가 현재 비준 절차가 진행 중인 한·미 FTA는 물론, 한·중 FTA, 한·EU FTA 등을 적극 추진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FTA는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 역할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들이 경쟁 우위에 있는 외국 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한 단계 도약할 기회도 제공한다는 것이다. 또 미국·유럽·중국 등 세계 3대 시장에서 일본·중국 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우리 기업에도 든든한 원군(援軍)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FTA의 더 중요한 의의는 이런 '눈앞의 이익'에 있지 않다. 우리 사회 전반에 뿌리 깊은 불합리한 관행·제도를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효과가 더 크다. 시장을 개방해 선진국 업체가 밀려드는 상황에서 수준 낮은 규제나 경쟁을 제한하는 제도를 그대로 고집할 수 없게 된다. 자연스럽게 기업 활동과 관련 법·제도가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지고, 불합리한 관행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승철 전경련 전무는 "FTA가 된 상황에서 과거 제도를 그대로 고집한다면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되고 무역 역조 등 각종 문제를 낳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서 국내외 기업 경쟁이 촉진되면서 기업 경쟁력이 높아지고 소비자 혜택이 커지는 측면도 있다.

과거 면허제가 등록제로 바뀐 이후 성장한 항공산업이 좋은 예다. 저가항공사가 등장하면서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산업경쟁력도 높아졌다. 김정호 자유기업원장은 "울타리 속에서 보호를 받으며 경쟁을 하지 않겠다는 마인드로는 개방화의 파도에 맞서 이길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새 정부가 영어 교육의 강화와 준(準)공용어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4대 그룹의 한 고위임원은 "글로벌화를 추진 중인 국내 대기업은 물론, 금융 분야 등에서도 이제 영어 없이는 업무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아시아 12개국 중 영어 의사 소통이 가장 힘든 나라'로 지목되는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새 정부가 영어 준공용화 등 획기적인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흔 기자 dhsh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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