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시장경제, 하려면 제대로 하자

자유기업원 / 2008-03-11 / 조회: 4,515       이데일리, @

2008년 2월11일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앞. 로스쿨 예비인가에서 탈락한 동국대학교의 교수와 동문 등 50여명이 시위에 나섰다. 동국대는 후보학교 심사에서 14위를 차지했으나, 15개 서울권역 예비인가 학교에 들지 못했다. 대신 19위의 강원대가 포함됐다. 개별학교의 교육능력보다는 지역 균형발전이 더 중요한 잣대가 됐다.

정부가 지정한 서울지역 14개 학교, 지방 11개 학교 외에는 로스쿨을 운영할 수 없다. 인가를 받은 대학도 정부가 각 학교별로 정한 총 2000명의 정원 이상은 가르칠 수 없다.

뜻 있고 자격을 갖춘 학교가 자율적으로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게 탈락대학들의 주장이지만, 정부와 국회는 △지역 균형발전과 △국가인력의 효율적 분배 △공익성을 갖는 법률 서비스의 양적 질적 통제 필요성 등의 논리를 내세워 ‘자유’를 제한했다.

“정부는 음식업을 긴급 재난업종으로 선포하고 세제혜택 등을 통해 생존권을 보장하라.”
겨울을 재촉하는 찬 비가 내리던 지난 2004년 11월2일 서울 여의도 한강둔치. 전국에서 몰려든 음식점 주인 3만여 명이 장사가 안된다며 솥단지 400여개를 내팽겨쳤다.

두 달 뒤인 2005년 1월17일 청와대. 중소기업특별위원회를 주재한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음식 숙박업 등이 공급과잉”이라며 “이 부분에 대한 별도의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 해 5월 중기특위는 ‘제과업과 세탁업 등은 자격증을 따야 창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영세 자영업자 대책’을 발표했다. 새 사업자의 진입을 통제해 기존 사업자를 보호하겠다는 ‘별도의 정책’이었다.

비대한 정부의 시장자유 억압 행태가 만연해 있다. 시장의 실패를 예방, 교정한다는 명목으로 정부는 곳곳에서 수요와 공급을 통제하고 있다.

정말 대한민국이 시장경제를 하는 나라인가 싶을 때도 있다. 중국 공산당원에게 직접 들은 말. "당신들(한국)은 자본주의의 밥을 먹고 사회주의를 배설한다. 그러나 우리(중국)는 사회주의 밥을 먹고 시장경제를 배설한다"

국민의 사고방식부터가 그렇다. 증권거래소 앞에서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코스콤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시위현장에 걸린 구호를 보자. "같이 가지 못한다면 같이 죽자"

법이나 제도도 다르지 않다. 그래서 정부 정책도 자유경쟁보다는 규제쪽이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조사한데 따르면, 우리나라 543개 서비스업종 중에서 67.4%에 달하는 366개에 대해 법적인 진입규제가 가해지고 있다. 이중 절반 가량인 172개 업종에 대해서는 정부독점, 지정, 허가, 면허, 인가, 승인 등 강한 법적 장벽을 쳐놓았다.

세계은행이 지난 2006년을 기준으로 조사한 걸 보면, 우리나라 기업의 시장진입 여건은 OECD 회원국 29개 가운데 28위로 꼴지 수준이다. 세계 175개국 중에서도 116위다.

자유기업원이 캐나다 프레이저연구소 등과 함께 산출한 우리나라의 경제적 자유지수는 10점 만점에 7.3점이다. 경제규모는 12위 안팎이지만, 경제적 자유는 쿠웨이트, 카자흐스탄, 몰타, 슬로바키아, 아르메니아 등과 함께 32위다. 노동규제 항목에서는 74위, 정부규모 면에서는 52위다.

민경국 강원대 경제무역학부 교수는 이를 “반(反)자유의 헌법 탓”이라고 작년말 발표한 논문에서 규정했다. "현행 헌법조항엔 시장경제를 활성화해야 할 구속력이 없으며 오히려 시장에 대한 정부의 광범위한 규제권을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37조 2항]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헌법 제9장 경제편에서는 9개 조문 전반에 걸쳐 특정 경제주체에 대한 보호 의무와 이를 위한 정부의 광범위한 자유 통제권을 부여하고 있다.

[헌법 제9장 ‘경제’편 주요 내용]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농업 및 어업을 보호 육성하기 위해...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중소기업을 보호 육성해야 한다...농어민의 이익을 보호한다...

경제적 자유를 적극적으로 제한하는 헌법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2006년에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비교대상 23개국 가운데 미국과의 생산성 격차가 가장 심하게 벌어지고 있는 나라로 나타났다.

OECD 보고서는 이러한 격차확대의 배경으로 ‘과도한 규제’를 지목했다. “규제를 완화해야 시장원리가 작동하면서 생산성 격차 축소 유인이 활성화하며 정보통신 등 새로운 기술접목에 따르는 비용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정부의 규제는 소비자의 후생도 침해한다.

한국은행이 법무부와 세계은행 등의 자료를 분석한데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변호사 수는 17.4명으로 미국의 20분의1에도 못미친다. “공익성을 갖는 법률 서비스의 양적 질적 통제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극히 제한한 결과다.

지금 당장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연간 2000명으로 두 배 늘리더라도 우리나라의 변호사 1인당 인구 수가 OECD 평균 수준에 도달하기까지는 무려 17년이 걸린다는게 한은의 분석이다.

우리 국민들이 값비싼 통신비를 물어야 하는 것도 과도한 진입규제와 요금규제가 낳은 ‘경쟁부재’ 때문으로 한국은행 보고서는 원인을 찾고 있다.


한국 청렴도 순위(국제투명성기구)
규제는 곧 부패로 이어지기도 한다. 통제와 간섭, 인허가 과정은 권한을 가진 공무원의 재량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조사한 결과 지난해 우리나라의 부패지수는 5.1점으로 만점의 절반에 불과, 전체 조사대상 180개국 가운데 43위에 그쳤다.

기업과 소비자의 불만이 누적된, 활력 잃은 부패 경제. 대한민국 비호감(非好感)은 경제의 자유를 억압하는 규제의 사슬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데일리 안근모 기자 ahn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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