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美통화정책 실패가 화근… 금융규제 발상은 ‘위험천만’

자유기업원 / 2008-11-07 / 조회: 3,578       헤럴드경제, 11면
국제 금융위기 본질과 대책
본지-자유기업원 공동 좌담회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공조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기 적절한 조치라는 평가를 내렸다. 금리인하와 유동성 공급이 적절하게 이뤄질 경우 1930년대 대공황 같은 최악의 경우는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본지와 자유기업원이 ‘국제금융위기, 본질과 대책은’이라는 주제로 마련한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현 상황이 지난 대공황이나 10년 전 외환위기와는 다르다는 데 공감했다. 전 세계가 힘을 모아 대책 마련에 나선 만큼 충분히 극복할 것이라는 확신이다. 다만 외환시장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나 구조조정 지연 움직임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혁철 자유기업원 법경제실장 사회로 지난 2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이번 좌담회에는 김우택 한림대 경제학과 교수,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부 교수,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가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사회 : 권혁철 자유기업원 법경제실장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에 있는 국제금융위기의 근본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안재욱 교수=미국의 통화정책 실패에 있다. 미국 연준리는 9ㆍ11테러, 실업률 증가 등에 대응하기 위해 저금리 정책을 써서 화폐 공급량을 대폭 늘렸다. 그러나 연준리가 우려했던 위기는 오지 않았다. 저금리 정책에 주택가격이 상승했고 모기지 회사들이 증폭했다. 과잉 유동성에 의한 인플레이션을 우려하게 된 연준리는 이후 금리인상을 단행, 모기지 금리가 인상과 주택수요 급감, 가격하락으로 이어졌다. 결국 모기지 관련 금융상품에 투자한 세계의 여러 금융회사들이 입은 손실로 국제적인 금융위기로 번진 것이다.

▶윤창현 교수=골드락스(Goldilocks Economyㆍ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은 상태, 즉 경제 호황을 상징) 경제, 즉 중국과 인도를 지나치게 세계의 성장동력으로 삼아 이들이 너무 많은 국제수지 흑자를 낼 수 있도록 했던 것, 다시 말해 미국이 계속적으로 국제수지 적자를 방관하면서 통화를 발행하여 세계 통화를 팽창시킨 것이 문제를 야기했다.

▶김우택 교수=‘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경제원리를 무시한 결과다. 비용을 치르지 않고 경제성장을 유지하려는 유혹이 과도한 저금리 정책을 낳았고, 그것은 부동산시장의 과열을 촉발했고, 투자자들의 레버리지를 높였기 때문이다.

▶김정호 원장=미국 정부의 주택보유율 확대 정책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빈민과 소수민족의 주택 보유를 촉진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연준리, 페니메이와 프레디맥이 연합해서 모기지 대출 요건을 완화했고, 상환능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까지 대출이 확대됐다. 이자율이 상승하고 주택가격이 하락하자 이들로부터 본격적인 대출금 상환 불능 사태가 시작됐다.

-현재의 금융위기를 1930년대 대공황과 비교하는 경향이 있다. 대공황이 올 것으로 보는가.

▶윤 교수=그렇게 볼 수 없다. 당시 미국의 후버 정부는 긴축정책을 사용해서 문제를 키운 반면 현재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근린궁핍화정책(begger-thy-neighbour), 즉 각국이 경쟁적으로 환율을 인하하는 등 국제 간 공조가 미약했으나, 현재는 국제공조가 신속하고 착실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대공황 때보다는 훨씬 미약할 것이다.

▶김 교수=대공황은 평범한 불황으로 끝났을 수도 있는 위기를 잘못된 정책대응으로 만든 경우이다. 이런 교훈 덕에 대공황 수준으로 악화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공포심리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속도가 거의 무한대라는 것이 새로운 문제다. 반면 정부의 정책 및 국제공조 결정 등은 이를 따라갈 수 없다.

▶안 교수=1930년대 대공황과 같은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세계경제 상황은 이와는 전혀 다르다. 만약 일각에서 주장하는 대로 여기에서 시장을 통제하고 규제한다면 오히려 우리는 1930년대와 같은 대공황을 겪게 될지 모른다.

-구제금융이 금융위기를 해결하는데 효과가 있는 정책인가.

▶김 원장=급한 불을 끄는 데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금리 상승에 따른 집값 하락이라는 현상을 바꾸지는 못할 것 같다. 오히려 큰 문제가 생기면 정부가 도와준다는 교훈을 금융기관들에 줌으로써 장기적으로는 금융기관들이 부도의 위험에 부주의하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금융위기의 재발 원인이 될 수 있다. 오히려 신속한 출자전환방식을 통해 부채를 해결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안 교수=장기적으로 볼 때 구제금융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구제금융은 자원배분을 비효율적으로 만들 것이다. 금융위기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의해 주택 부문에 과잉투자가 일어난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구제 금융을 한다면 이러한 자원배분의 교정과정이 방해를 받는다. 이로 인해 경제의 효율성이 떨어져 경제성장의 속도가 둔화될 것이다.

▶윤 교수=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면 167조원을 투입하여 모든 금융기관들을 깨끗하게 해 버리니까 회복되는 것도 빨랐다. 다른 나라들이 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이런 경험을 참고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구제금융이 도덕적 해이 문제 등 비판받을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불이 났는데, 일단 불을 끄고 그 이후에 화재의 원인을 짚어보는 그런 시간을 갖는 게 맞지 않겠는가 본다.

-우리 경제는 지난 외환위기 때와 현재 상황에 큰 차이가 있는가.

▶안 교수=외환위기와 현재의 위기는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 공통점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신용경색으로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외환위기를 초래한 것은 경상수지 적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고평가를 유지한 환율정책 때문이다. 최근 외환시장에 개입한 정부의 정책은 매우 위험했다.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을 맞지 않기 위해서는 쓸데없이 외환시장에 개입해 외환보유액을 탕진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른 점은 기업과 금융기관의 구조가 많이 개선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남아 있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또 다른 점은 외환위기 때는 기업 및 금융기관에 대한 정부규제가 많았다. 지금은 금리가 자유화되고, 파산제도 등이 도입되었다. 금융기관이 정치논리가 아닌 상업논리에 운영되고 있어 건전하다.

▶윤 교수=1997년은 예상을 못한 상태에서 위기를 맞았고, 현재는 한 번 경험해 본 데서 오는 학습효과가 있다. 외환보유액에도 커다란 차이가 존재하고, 대응이 신속하고 과감하다는 것도 과거와는 다른 부분이다.

▶김 교수=우려되는 측면의 큰 차이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외환위기 때는 우리나라에 투자할 자금이 얼마든지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세계 최고의 신용도를 자랑하는 은행들 간에도 돈거래가 끊긴 상황에서 한국이 기채하기란 쉽지 않다는 점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가 국제 금융위기에 대응하고 있는 정책들에 대한 평가는.

▶윤 교수=대통령이 은행을 압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희생양을 만드는 듯한 처신은 지양해야 한다. 지난 외환위기 때도 재벌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이런 식의 포퓰리즘은 경계해야 한다. 또한 정부가 물가를 관리하는 부분이 늘어나고 정부 부문이 팽창하는 것은 우려할 부분이다.

▶김 교수=정부의 상황인식에 문제가 있었다. 외환시장 개입은 사후약방문격이었을 뿐 아니라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향의 대처가 아니다. 그나마 이제야 어느 정도 가닥을 잡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 달러화 직접공급 방침은 늦기는 했어도 바른 결정이다. 또 은행 간 거래의 지급보증은 결정이 너무 지연되고 있다. 최근 부동산 관련 대책들도 내놓고 있으나 현 위기상황에 걸맞은 대담성이 부족하다.

▶김 원장=금융위기 상황에서는 경제주체들의 화폐 보유 수요가 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통화 추가 공급이 필요하며, 이번 정부의 정책이 해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정책들이 실패한 투자에 대한 구제책이 되지 않도록 특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안 교수=콜금리 인하, 달러의 직접 공급, 달러 거래 보증 등은 일시적으로 신용경색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오래 유지하면 안 된다. 은행들의 도덕적 해이를 일으켜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국제적인 신용경색 문제가 사라지면 즉각 중단해야 한다.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소득세, 법인세 등의 감세정책과 수도권 규제와 기업의 활동을 가로막고 있는 여러 가지 정부 규제들을 더욱 과감하게 완화할 필요가 있다.

-현 국제 금융위기로 신자유주의의 종언, 금융자본주의의 종언 등이 언급되고 있다. 이에 대한 평가는.

▶김 교수=지금의 금융위기는 시장경제의 실패가 아니라 시장의 자율조정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저금리가 부추긴 자산 가격 버블과 투자자들의 레버리지 높이기를 시장의 자율조정 메커니즘이 되돌려 놓고 있는 과정이라는 말이다. 이 과정에서 조정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개입하는 것을 자본주의의 종말이니, 신자유주의의 종언이니 하는 식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김 원장=각 나라들이 폐쇄주의로 가는 것은 가장 위험한 대응이다. 전 세계의 시장 위축을 초래해 급격한 경기후퇴를 가져올 것이다. 이번 위기는 시장의 실패라기보다는 미국 정부의 실패에 기인했다. 이것으로 신자유주의의 종언을 말하는 것은 난센스다.

▶안 교수=이번 금융위기가 금융규제 완화가 원인이라는 것은 타당치 않고 오히려 금융규제 완화가 금융위기의 피해를 줄였다고 할 수 있다.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시킨 미국법이 완화된 것은 1999년이다. 이러한 규제 완화로 인해 이번에 문제가 된 메릴린치와 골드먼삭스가 상업은행에 인수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금융위기의 피해가 훨씬 컸을 것이다.

정부는 사후적으로 어떤 특정 사건에 맞춰 규제를 만든다. 그렇게 만들어진 정부 규제는 새로운 사건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위기에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개인과 기업, 금융기관이 새로운 환경과 정보에 적응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경제를 유연하게 만드는 일이다.

▶윤 교수=시속 250㎞로 달리다 사고가 났으면 일단은 운전자 책임인데, 도로가 반듯하고 매끄럽기 때문에 사고가 났다면서 도로를 탓하는 꼴이다. 약간의 교통경찰과 속도계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이며, 그것도 너무 촘촘하게 하면 아예 달릴 수가 없으니 안 된다. 이제 겨우 속도 50㎞로 달리는 나라에서 달리면 안 된다고 하고, 도로를 꾸불꾸불하고 울퉁불퉁하게 만들어야 사고가 안 난다고 하는 것은 문제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규제 강화 같은 것들이 그런 것이다.

-앞으로 금융위기의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이 있다면.

▶김 원장=시스템 위기시 긴급조치는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도덕적 해이가 생기지 않게 해야 한다. 위험과 실패의 책임은 당사자가 철저히 부담해야 한다. 부도난 금융기관의 처리는 구제금융이 아니라 파산절차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

▶안 교수=금융위기의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화폐 발행을 독점하고 있는 중앙은행을 통한 정부의 불환지폐제도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러한 개혁이 어렵다면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준칙에 의한 통화정책이 필요하다. 프리드만의 통화량 공급 준칙이나 명시적인 인플레이션 목표제를 추진해야 한다.

▶윤 교수=레버리지에 대한 인식을 해야 한다. 가계, 기업, 금융기관, 정부가 과도하게 빚을 내어 하게 되면 그것이 터지게 되고, 그러면 커다란 고통을 겪으면서 정리하고 하는 식이다. 과도한 레버리지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조치들이 필요하다.

▶김 교수=금융위기의 원인은 대체로 통화정책, 비대칭적 통화정책에서 시작되며, 비대칭적 통화정책은 인기영합적인 정치권의 압력이 그 원인이다. 규칙에 기반한 통화정책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정부의 감독기능도 진화해야 한다.

정리=최정호 기자(choijh@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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