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현 경기침체는 제도개선 ‘호기’…금산분리 완화 서둘러라

자유기업원 / 2008-12-16 / 조회: 3,681       헤럴드경제, 11면

김원장> 무조건적 기업지원 더 큰 위험 초래 가능성
좌원장> 은행위기는 자본 댈 사람 배제시켰기 때문

김교수> 단기적으로 재정지출 확대…감세정책 병행을

조교수> 국책은행 출자통해 시중銀BIS 높여줄 필요

정부의 감세 정책은 민간 경제 활력 회복을 위해 꼭 필요한 정책으로, 꾸준한 실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반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 정부 지출 확대를 통한 경제난 극복 노력은 현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작은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헤럴드경제와 자유기업원이 지난 10일 ‘경제위기, 문제와 해법은’을 주제로 마련한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이번 경제난을 구조조정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혁철 자유기업원 법경제실장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회는 김정호 자유기업원장,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장 등이 참석해 다양한 분석을 내놨다.

-금융권이 자금을 회수하고 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원인은 무엇이고, 해결 방법은 있는가.

▶좌승희 원장=은행을 물가에는 끌고 갔지만 물을 억지로 마시게 할 수는 없다. 은행권이 문제라고 하는데, 잘못된 관점이다. 그동안 은행에 많은 잘못된 정책을 해왔다. 은행의 문제는 자본 베이스가 약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은행의 자본 베이스는 자본 확충인데, 자본을 댈 수 있는 사람들을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배제시켰다. 그 자리를 외국 자본이 들어와 은행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형국이다.

▶김정호 원장=은행이 위기에 처했을 때 대처 방법은 은행이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고, 대출금을 회수하는 활동이다. 은행으로서는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맞추는 일이 꼭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순식간에 ‘뱅크런’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BIS 산정 방식을 고쳐보자고 하는 움직임은 가능하겠지만, 우리나라만 기준을 바꾼다면 오히려 우리 은행들의 건전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

▶김정식 교수=시중자금 경색의 원인은 금융기관의 단기 외채 과다로 신용 등급이 하락하고, 외국 자금 차입에 어려움을 겪는 것에 있다. 이 문제는 경상수지 흑자로 국가적 신뢰도를 회복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경상수지 개선이 지연될 경우 은행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정부가 공적 자금을 투입하되, 경영에는 간섭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제고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

▶조동근 교수=은행의 BIS 비율을 낮추지 못할 바엔 국책은행의 출자를 통해 BIS 비율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 국책은행에 자본을 증자할 예산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영국 정부가 바클레이즈 등 대형 은행을 국유화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건설사 지원을 위한 대주단 협약과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에 관한 견해는.

▶김 원장=금융위기에 대한 대책들이 현상유지에 만족하고 있다. 유동성도 풀고 구제금융도 해야 한다고 하는데, 의문이 든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의 원인은 생산성 향상이 아닌, 화폐적 현상으로 인한 착각 속에서 지나치게 많이 쓰고 있었다는 점이다. 줄이는 것이 당연하다. 그 과정은 바로 부도가 날 기업들은 부도가 나는 것이고, 파산할 사람들은 파산을 하는 과정이다. 이것을 회피하기 위한 정책들은 이런 과장된 상황을 연장하는 것이며, 더 큰 파국이 올 수밖에 없다. 일단 부도가 나게 둔 후 부도 기업의 숫자가 아주 많아지면 그때 가서 남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구제금융을 해주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김 교수=정부나 은행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옥석을 구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좋은 기업이 퇴출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를 신속하게 늘려 건설사의 건전성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과 함께 재정 지출을 통한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병행해 살릴 수 있는 기업은 살려야 한다.

▶조 교수=‘유동성 위기 해소’와 ‘도덕적 해이 방지’는 두 마리 토끼다. 돌 하나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는 없다. 핵심은 건설회사의 옥석을 가리는 것이다. 매우 엄정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정부가 유동성 지원에 초점을 맞추기로 함에 따라 구조조정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 고통 저하라는 단기의 가시적 이익에 매몰돼 구조조정을 지연해서는 안 된다. 대주단을 운영하기에 앞서 미분양 아파트가 왜 많았는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정부의 불필요한 시장 개입과 이를 피하려는 민간 건설업체의 근시안적인 행태가 빚은 산물은 아닌가.

-한ㆍ미 통화 스와프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나드는 등 외환시장의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김 교수=외환시장의 불안은 경상수지 적자와 단기 외채가 많기 때문이다. 경상수지 적자가 단기에 대폭적인 개선이 어려운 경우 환율 불안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스와프로 차입이 늘어도 외환 보유액을 늘릴 수는 없다. 경상수지 흑자를 내는 것이 바람직하며, 기업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조 교수=지난 10년간 추구한 개방이 환율 변동성을 키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외국인들은 급할 수밖에 없다. 헤지펀드 환매에도 대비해야 하고, 서브프라임 손해도 메워야 한다.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니 환율은 올라가게 된다. 정부가 외환 보유액을 갖고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외환 보유액 2000억달러는 전 세계 외환 거래량 하루 2조달러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는다. 결국은 우리의 달러 유치 실력이 관건이다. 결국 기업이 물건을 팔아 달러를 벌거나, 우리의 신용을 근거로 달러를 빌려오거나 해야 한다.

▶좌 원장=미국 금융 시스템이 붕괴되면서 통화 유통 속도가 하락해 달러 유동성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문제다. 전 세계가 결제통화 부족에 직면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보다 더 적극적으로 달러를 공급해야 한다. 나아가 결제통화인 엔화나 유로화 공급에도 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김 원장=미국 금융기관들의 불안이 계속되는 한 한국에 투자된 월스트리트 자금의 이탈은 계속될 것이고, 그에 따라 환율도 높아질 것이다. 되도록 많은 나라와 통화 스와프 협정을 맺는 것이 필요하다.

경상수지 흑자를 내기 위해선 수입을 줄여야 한다. 수입을 줄인다는 것은 우리가 좀 어렵게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정책을 보면 내수를 살린다 하고 재정 지출을 늘려 SOC 투자한다고 한다. 이렇게 돈 풀어 돈 쓰라고 하면 수입이 줄어들겠는가. 수출도 안 되고 수입도 줄이지 못하면 외환시장의 불안은 계속될 것이다.

-헐값 매각 우려에 정부가 산업은행 등의 민영화를 늦추기로 했다. 민영화 연기에 대한 견해는.

▶조 교수=상황에 따라서는 민영화 일정을 순연시킬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일정 조정이 아니다. 미국 금융위기를 기회로, 툭 하면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는 주장이 난무하는 것이 문제다. 산업은행의 상업은행 기능과 정책금융 기능의 분리 및 전자의 민영화는 옳은 방향이다. 이에 필요한 법 개정 등을 미리 해놓아야 한다.

▶김 원장=제값을 언제 받을 수 있을지 누구도 정확히 알 수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 매각을 미루다 보면 그 기간만큼의 도덕적 해이와 비효율이라는 비용을 치르게 된다. 가능한 한 빨리 민영화하는 것이 해당 기업의 주식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김 교수=정부가 공기업 민영화를 전략적으로 접근하지 못해서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전기나 수도 등과 관련해서 국민을 안심시키면서 해야 했는데, 잘못 시도하다 보니 전반적인 공기업 민영화까지 영향받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산업은행은 당연히 민영화돼야 한다.

-감세와 재정 지출 확대로 내수 경기를 진작시키고자 하는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다. 이에 대한 평가는.

▶좌 원장=감세는 단순히 세금을 깎아주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의 의욕을 저하시키지 않고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조세 체계와 세율을 개혁하는 것이다. 재정 확대는 지금 상황에서는 단기적인 경기 부양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따라서 지금은 두 가지를 모두 해야 한다.

▶김 원장=재정 적자 우려가 있지만 감세가 필요하다. 이번 위기가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위기가 끝나고 나면 확대재정 정책도 본래의 상태로 환원해야 한다. 재정 적자를 내더라도 지금 감세 기조를 확립해둬야 위기가 끝난 후에 작은 정부 기조를 회복하기가 쉽다.

▶김 교수=먼저 재정 지출 확대에 중점을 두고 점진적인 감세를 추구해야 한다. 감세보다는 재정 지출 확대가 있어야 경기 부양 효과가 단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경기 침체 시기에 감세의 소비 증대 효과는 작다. 그러나 종부세와 재산세 등을 높여왔기 때문에 경기 침체에 주는 영향을 고려하면 경기 부양을 위해 감세 역시 필요하다.

▶조 교수=미국의 경기 부양을 위한 인프라 건설 투자를 벤치마킹할 필요는 없다. SOC 예산 증액은 아주 예외적인 때에만 이뤄져야 한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도 정부의 재정 지출 실패의 결과이며, 미국의 1930년대 뉴딜 정책 역시 성공했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재정 지출보다는 감세에 방점을 두고자 한다. 감세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바대로 부자들의 잔치가 아니다. 감세는 재정 배당이고 일하는 사람의 근로 유인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경기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각 경제 주체에 당부할 것이 있다면.

▶김 교수=수입을 줄일 필요가 있다. 해외 소비를 감소시켜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해야 한다. 노동 현장에서는 임금 동결 및 노사 분쟁을 자제해야 한다. 기업 구조조정은 해고보다는 임금 동결이나 임원의 임금을 삭감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 정부도 불필요한 재정 지출을 줄이고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늘리는 등 경기 부양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조 교수=저성장이 불가피하며, 이로 인한 고학력 청년실업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불거질 위험성이 크다. 이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위기의 진원지가 우리나라가 아니라는 평범한 사실을 모든 경제 주체가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또 경기 침체기가 제도 개선의 호기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금산분리 완화와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법안이 핵심 쟁점이다. 나아가 현재 위기보다 더 위중했던 외환위기를 극복했던 경험과 자신감을 다시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좌 원장=어려운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대신 짐을 져주지 않는다. 정부를 믿고 있어도 안 된다. 자조하고 내 노력만이 나를 도울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 내년 마이너스 성장도 점쳐지고 있다. 모두 최선을 다해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김 원장=어떻게든 목숨을 연명하려고만 한다면 고통이 더욱 오래갈 수 있다. 어떤 기업도 부도를 내지 않도록 지원하다 보면 모든 기업이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지금 건설업계와 저축은행들이 그런 상태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부실기업의 빠른 퇴출을 허용해야 우량 기업들로 자금이 흐르게 돼 경제 회복이 빨라질 수 있다. 이번 사태가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을 키우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된다. 진통제가 습관이 돼서는 안 된다. 유동성 확대와 재정 팽창, 부실기업 지원 같은 것은 진통제에 해당한다. 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만이 경제 회복의 정공법이다.

▷ 김정호 자유기업원장 ▷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장

사회 : 권혁철 자유기업원 법경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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