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폭력통한 요구관철 뿌리뽑아야 ‘제2 용산사태’ 막는다”

자유기업원 / 2009-03-02 / 조회: 3,476       헤럴드경제

정호 제도허점 손질로 권리금 갈등 고리 끊어야

강경근 무법과 활법의 악순환 끊는 법치 확립해야

김영호 경찰청장 내정자 사퇴 불법용납 해석 곤란

성항제 정당한 공권력 존중하는게 선진 민주사회

 

법보다는 주먹이 가까운 우리의 잘못된 법질서에 대한 생각과 관행이 용산 사고를 초래했다는 원인 분석이 나왔다. 이를 바로 잡는 데 정부와 여야 그리고 국민 모두가 나서야만 제2의 용산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철거민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도 되돌아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헤럴드경제와 자유기업원이 지난달 25일 ‘용산 사고의 원인과 시사점’을 주제로 마련한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용산 사고의 원인과 여기서 얻어야 할 교훈에 대해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권혁철 자유기업원 법경제실장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회는 강경근 숭실대 법대 교수,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학과 교수, 성항제 헤럴드경제 수석논설위원이 함께해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이번 사고의 본질은 무엇인가.

▶강경근 교수=단순한 사망 사건이 아닌 우리 사회에서 법치주의와 사법의 붕괴가 어디까지 와 있느냐를 돌아보게 한다. 용산 사고를 ‘용산 참사’라고 하는 것은 포퓰리즘적 반(反)법치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불법 과격시위 및 도심소요를 소요죄나 다중불해산죄로 처벌하지 않고 집시법으로 다루거나, 폭력을 공권력과 대등하게 대치해 그 원인이 누구에게 있느냐를 따지는 것 자체가 누적되어 온 한국 사회의 반법치적 민주화의 적나라한 현실이라 하겠다.

▶김영호 교수=우리 사회의 법질서가 완전히 무너졌다는 것을 보여줬다. 근대국가 특징 중 하나는 권력 행사를 국가가 독점하고, 개인들이 사적인 폭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데 있다. 그런데 국가가 정당한 공권력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다면 그것은 국가와 시민단체(NGO)의 차이를 없애는 것과 같다.

▶성항제 수석논설위원=정당한 생존권 투쟁인가, 반국가적 과격 불법폭력인가 하는 데 논지의 초점이 모아진다. 경찰은 농성자들이 화염병을 던지고 새총을 쏘는 사태를 방관할 수 없었다. 진압작전의 적절성은 별개 문제다. 농성자 입장에서 보면 조합 또는 철거용역업체와의 갈등이 간단없이 반복됐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에 대해 불법 폭력적인 방법으로 요구를 관철시키려 한 측면이 강하다. 정부와 국회가 약자의 목소리를 수수방관했다는 점도 부인키 어렵다. 궁극적으로 양측의 갈등 조정을 포기한 재개발사업제도의 허점을 큰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김정호 원장=본질은 재개발조합의 합법적 사업 진행에 세입자의 물리적 방해다. 불법적 물리력 행사는 업무방해고 경찰이 방관한다면 직무유기다. 법이 정한 절차 안에서 권리도 요구해야 되며 그렇지 않고 물리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국가의 기본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재개발사업에서 분쟁이 끊이지 않는 근본원인은 무엇인가.

▶김 교수=상당히 오랫동안 이 문제가 우리 사회에 있었고 다발적으로 생겨온 문제인데도 계속 되풀이되는 건 상당히 안타깝다. 조합 측과 세입자의 자발적인 합의에 의해 해결되면 가장 좋겠지만, 이 문제를 공동으로 논의해서 풀어나가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여론의 눈치를 보지 말고 재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적나라하게 국민에게 알리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성 위원=현행 도심재개발은 상권 형성에 기여한 상가 세입자와 재개발로 이익을 얻으려는 건물주 간 갈등이 불가피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상대적 약자인 세입자들을 배려하고 공존하는 측면에서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세입자들의 의견 반영이 원천적으로 배제되어 있고, 분쟁이 생겼을 때 조정 절차가 없다. 감정평가 역시 공정성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다. 세입자에 대한 손실보상을 적정 수준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

▶김 원장=재개발을 통해 세입자에게 이익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또 버티면 얻을 것이 있다고 오인하는 것도 문제다. 철거민 문제에 대해 온정적 태도로 일관해 왔고,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오래 버틸수록 법이 정한 것 외의 이익을 받아왔다. 여기에 경찰들이 폭력과 불법사태를 수수방관한 것도 분쟁을 더 키웠다.

▶강 교수=도심재개발사업의 세입자 및 임대 상인의 이익 간 배분의 문제가 법이나 제도로 불완전하게 정해진 상태다. 사업 결정 단계부터 지주, 건물주, 세입자의 의견 수렴절차를 명확하고 이의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법 제도를 마련하지 못해 왔다는 점, 이익 산정과 그 분배 및 관련 분쟁 처리의 절차와 기구, 규범의 근거와 해석 등의 내용이 60년대 복덕방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는 점, 아파트 한 채를 재산으로 가지는 대다수 한국인의 재산권과 생존권의 성격임을 경시하고 지나치게 수익구조로만 보았다는 점 등이 문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순환재개발 방식, 세입자 우선 임차권 부여 등 재개발사업 제도개선책이 나왔다. 이에 대한 평가는.

▶성 위원=우선 분양권은 조합원에게 분양하고 남은 부분에 한한다는 것이어서 보완이 필요하다. 휴업보상금을 4개월치로 늘렸지만 실제 휴업기간이 1~2년에 이르는 게 현실이고 보면 세입자 불만을 충족시켜주기엔 미흡하다. 분쟁조정위원회 설치도 투쟁의 파트너가 하나 더 늘어나는 정도의 의미를 가질 뿐이다. 근본적 요인은 덮어놓은 채 충돌의 대상과 양태만 변화시켜 보겠다는 일시적 방편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김 원장=개선책의 내용은 대부분 철거로 인한 세입자의 손해를 줄여주는 수단들이다. 어느 정도는 갈등의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와 비슷한 방법들은 이미 주택재개발에서 사용했던 것들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갈등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결국 불법 행동을 용납하는 사회 분위기가 사라지지 않는 한 어떤 정책을 내더라도 폭력적 갈등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강 교수=재개발 속도조절론은 임기응변적 논리다. 열악한 주거환경에 사는 주민들의 주거권을 무시하고 있다. 시일을 끄는 것이 옳은 해법이 아니다. 정책은 재개발지역 세입자들에 대한 보상금을 합리적으로 책정하는 것에 그쳐야지 이를 공공기관의 역할 확대로 푸는 것은 국민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옳지 않다.

-상가 권리금의 문제는 무엇이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은 있는가.

▶김 원장=권리금 문제는 사라질 수 없다. 권리금 제도의 핵심은 세입자가 마치 주인과 같은 위치로 올라가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주인이 권리금을 보상해야 한다면 주인은 세입자 사이에 거래되는 권리금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해당하는 만큼 보증금을 높일 것이다. 또 만약 정부가 권리금을 보상해 준다면 그것 역시 보증금 및 임대료의 상승으로 귀착될 것이다.

▶강 교수=권리금은 한 건물이나 한 부지에 2명의 소유자를 인정하는 꼴이며, 재산권 본질에 어긋나는 일이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헌법에 보장하고 있는 재산권의 본질에 따라야 할 것이다.

▶김 교수=권리금은 일종의 폭탄돌리기로 재개발 직전에 들어온 주민들의 피해가 가장 크다. 그렇다고 이것을 불법으로 해서 못하게 하면 인테리어 등 상가투자가 위축되고 계약기간이 연장되는 등 또 다른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이번 용산 사고에서 전국철거민연합(이하 전철연)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전철연은 어떤 조직인가.

▶강 교수=전철연이 강한 힘을 지니는 이유는 철거민들이 기댈 데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상황에 대해 정부와 국회는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용산 사고의 궁극적 책임자는 이를 방치한 정부와 국회다.

▶성 위원=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하는 세입자들이 모여 적정 보상을 요구하는 행위까지 탓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불법적이고 폭력성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들의 요구를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관철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단호한 법집행이 필요하다.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김 원장=이번 사고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국가책임이라고 하는 데 앞뒤가 바뀐 것이다. 가장 큰 책임은 그 폭력을 행사한 사람들이며, 그걸 제대로 막지 못한 국가는 사실 두 번째다. 그런데 우리 사회 분위기는 사고를 막지 못한 사람과 국가에 대한 비난만 많다. 대구지하철 참사나 남대문 방화사건을 봐도 그렇다. 기본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경찰청장으로 내정됐던 김석기 전(前)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물러났다. 문제가 있을 때마다 경찰 책임자가 물러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김 교수=김석기 내정자는 도의적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났다. 그의 사퇴는 불법행위에 굴복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잘못된 것에 대한 우선순위 파악이 선행돼야 한다. 문제만 생기면 무조건 책임자가 물러나야 한다면 경찰 사기에도 매우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성 위원=도덕적 정치적 책임을 면키는 어렵다고 본다. 공권력의 정당한 법 집행이라 하더라도 경관과 시민 6명을 숨지게 한 책임은 누군가는 책임져야 마땅하다. 작전 수행상 위법성은 없을지라도 사전준비나 작전진행상 아쉬운 점이 없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국민정서상 자진사퇴는 불가피했다. 야당과 시민단체 등도 용산 사고를 당리당략 차원에서 정치 쟁점화하려 들거나 거리투쟁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사고의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고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재발방지 대책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강 교수=한국 법치주의의 비극은 법은 존재하되 그 법을 집행하는 정부는 실종된 현실이다. 국회에서 의결돼 시행 중인 법이 있어도 불리하면 ‘악법’이라 하면서 헌법 국가의 정부와 법을 무시한다. 무법과 탈법의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용기가 없는 한 대한민국은 법치의 길을 못 간다. 공권력 등 법치의 집행자를 버린다면 법 집행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보신주의에 법치주의를 희생시킬 것이다.


 -야당은 특검 추진을 주장하고 있고, 시민운동단체들과 야당은 추모집회를 계속하고 있다.

▶성 위원=길거리 투쟁은 바람직하지 않다. 작년 여름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촛불시위로 우리는 무엇을 얻었는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야당이 길거리로 나가는 것은 자기 무덤을 파는 일이다. 10%대 지지율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지금은 시민단체와 머리를 맞대어 재개발의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공이 법원으로 넘어간 만큼 사법적 판단을 기다리는 게 도리다.

▶김 원장=과거 모 기업의 회장이 사적인 폭력을 행사했을 때 모든 사람이 이런 폭력은 말도 안 되는 잘못된 행동이라고 보았다. 이번 용산에서 폭력도 마찬가지지만, 이번에는 그것을 옹호하는 분위기가 있다. 법이 어떤 사람한테는 적용되고 어떤 사람한테는 적용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대단히 불행한 결과를 초래한다.

▶김 교수=일부 시민단체는 이번 사건을 제2의 촛불시위로 비화시키려고 하지만 자제해야 한다. 정치인들은 국회로 돌아가야 한다. 국회에서 정치인들이 정상적 토론을 거치지 않고 몸싸움과 폭력을 행사함으로써 법에 대한 권위를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 법에 대한 권위가 떨어짐으로써 이번 용산 사고에서 보는 것처럼 법과 질서를 어겨도 된다는 그릇된 의식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우리 한국 사회가 무엇을 배우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인가.

▶김 원장=한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법에 대한 존중이다. 불법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음을 이전 사고를 통해 배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강 교수=이념이 아니라 자신에게 유리한 것을 찾는 인지상정의 태도를 감안하면 국민들의 인지상정을 법과 질서를 지키려는 쪽으로 흐르게 해야 하며, 정부가 법을 지키는 사람들의 편에 서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럴 때 한국의 법치주의가 유지될 수 있다.

▶성 위원=공권력은 법질서 집행의 최후 보루다. 공권력이 무너지면 통치권은 그대로 주저앉는다. 폭력시위와 공권력 집행을 동등하게 볼 수는 없다. 또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잘못이 있다면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하루 빨리 시정해야 한다. 국민 역시 제도가 미흡하다고 해서 법질서를 폭력적인 방법으로 거슬러서는 안 된다. 제도를 존중하되 가진 자와 없는 자가 더불어 살도록 하는 정치ㆍ경제ㆍ사회적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재개발과 관행적 상가권리금에 대한 제도적 개선책도 찾아볼 필요가 있다.

 

정리=최정호 기자/choijh@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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