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경제회생을 위해 국회도 제몫을 다해야

자유기업원 / 2009-04-30 / 조회: 3,286       한국재경신문

정부는 경제위기에 직면하면서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을 확대하는 등 진력을 다하고 있다. 작금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재정지출 확대가 필요한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나타날 부작용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정부가 세금을 덜 쓰고도 개인과 기업의 경제활동을 부양하는 최선의 방법은 재정지출 확대보다는 규제완화다. 규제완화를 통해 국민의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경제제도를 개선하면, 지금의 위기 극복에도 도움이 되지만 위기국면이 지난 이후에도 큰 부작용 없이 경제 재도약에 지속적인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

재정확대는 경제회생을 위한 임시방편의 차선책

세계 모든 나라는 경제위기에 직면하여 자국의 경기부양을 위해 진력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미국의 비우량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국제금융시장이 꽁꽁 얼면서 세계 교역량이 감소하는 등 경제가 빠른 속도로 침체되면서 산업 활동은 위축되고 실업률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미국, EU,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경기부양을 위해 막대한 재정지출을 늘리는 한편, 자국의 산업을 회생시키기 위한 세제 지원 등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들어 금융 불안은 다소 진정되어 가는 듯이 보이지만 실물경제는 이와 관계없이 상당기간 침체국면에서 헤어나기 어렵다는 전망이 다수설이다. 상황이 심각한 만큼 각국의 재정적자 지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금 4월 국회에서는 28.9조원에 달하는 사상최대의 추가경정예산을 놓고 여야가 한창 공방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정부가 징수한 세금을 훨씬 초과하는 재정을 지출하고 화폐발행을 늘려 유동성을 확대하면, 당장의 고통은 줄일 수 있어도 그러한 정책은 나중에 부메랑이 되어 국민과 경제에 또 다른 고통을 초래할 수 있다.

지금은 모두가 거시경제정책에서 케인즈안(Keynesian)인 것처럼 보인다.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재정적자를 무릅쓰고 지출을 늘리고 돈(유동성)을 풀어 유효수요를 진작해야 한다는 케인즈 이론에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정부가 징수한 세금을 훨씬 초과하는 재정을 지출하고 화폐발행을 늘려 유동성을 확대하면, 당장의 고통은 줄일 수 있어도 그러한 정책은 나중에 부메랑이 되어 국민과 경제에 또 다른 고통을 초래할 수 있다.

지금의 고통을 다음 세대의 고통으로 이연시키고, 정부의 팽창에 따라 시장경제의 위축을 초래할 위험이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우리 모두가 케인즈 이론의 단기적 효과만 보고 장기적 부작용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그만큼 진행되는 경기침체의 골이 깊고 심각하기 때문에 당장에 효과가 있다면 물불 가릴 여유가 없다는 것이겠으나 정부팽창만이 경제위기 극복의 전부이자 최선의 수단인지는 다시 생각해볼 문제이다.

최선의 근본처방은 규제완화 등 경제제도의 개선

유례없는 경기 침체기인 만큼 케인즈 처방도 어느 정도는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세금을 덜 쓰고도 개인과 기업의 경제활동을 부양하는 최선의 방법은 규제완화이다. 규제완화를 통해 국민의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경제제도를 개선하면, 지금의 위기 극복에도 도움이 되지만 위기국면이 지난 이후에도 큰 부작용 없이 경제 재도약에 지속적인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 경제제도의 개선은 경제회생을 위한 근본처방일 뿐 아니라 다른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가 두 가지 점에서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처방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첫째,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우리나라 규제수준은 선진국과 비교하여 높고 그 체계가 매우 복잡다단해서 제도개선을 통한 추가 성장의 기회가 그만큼 크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금융, 교육, 의료, 관광 등으로 구성된 서비스 산업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서비스 산업은 부가가치와 일자리 창출효과도 높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규모가 영세하고 분절화되어 있어 선진국과 비교할 때 제 역할을 다 못하고 있다.

우리의 서비스 산업은, 생산성은 제조업의 40%에 불과하고,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7.6%로서 미국의 76.5%는 물론이고 OECD 평균치 71.9%에 훨씬 못 미친다. 경쟁력이 취약하다 보니 대외거래에서 서비스 수지는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2007년에는 그 적자폭이 200억 달러에 육박하기도 했다.

정부가 세금을 덜 쓰고도 개인과 기업의 경제활동을 부양하는 최선의 방법은 규제완화이다. 규제완화를 통해 국민의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경제제도를 개선하면, 지금의 위기 극복에도 도움이 되지만 위기국면이 지난 이후에도 큰 부작용 없이 경제 재도약에 지속적인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이 이렇게 된 데에는 다른 원인도 있겠지만 근본적 이유는, 서비스 산업의 각 업종에 종사하는 직종별 전문가 단체가 공익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경쟁과 산업화를 거부하고 진입 및 영업규제를 자초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역 이기주의에 포획된 의료, 교육 등 서비스 산업의 각종 규제를 풀고 시장원리를 도입하게 되면 국민의 혈세를 축내지 않고도 추가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제도개선을 통해 추가 성장이 가능한 또 다른 이유는, 이명박 정부의 개혁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부터 기업 친화적(business-friendly) 제도개혁을 강조할 만큼 우리나라 규제가 글로벌 기준을 넘어 과도하고 복잡하다는 문제점을 잘 알고 있고, 취임 이후에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를 중심으로 창업절차에서부터 토지이용규제, 수도권 규제 완화에 이르기까지 규제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정부 부처도 소관 법령 중에 시장원리에 맞지 않거나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큰 부분에 대한 개혁을 추진 중이다. 예를 들면, 기획재정부는 법인세율을 경쟁국 수준으로 낮춘데 이어 최근에는 서비스 산업의 선진화 방안을 마련 중이며, 공정위는 대기업 역차별 규제의 상징인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하고 지주회사의 각종 행위제한을 완화하는 법률 개정안을, 금융위에서는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 금산분리를 일부 완화하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환경노동부는 비정규직보호법으로 인한 대량해고를 방지하기 위한 법률 개정안 등을 발의해 놓은 상태이다.

경제활동을 구속하는 제도개혁은 국회가 앞장서야

그러나 아무리 필요하고 시급한 제도개혁이라 해도 행정부 혼자 열심히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경제를 규율하는 제도는 법으로 성문화되어 있고 이들 법률의 개폐는 국회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이다. 행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는 규제를 개혁하기 위해 발의한 법률 개정안이라 해도 당연히 국회에서 심의, 의결하는 절차를 거쳐 확정해야 한다. 아니, 정상적인 경우라면 경제활동을 구속하는 경제제도를 바로잡고 그럼으로써 경제제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개혁 법안은 국회의원이 주도적으로 발의해야 할 일이다. 삼권분립의 원칙상 행정부는 규제 집행의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에 행정부처가 자기 스스로 권한을 줄이는 규제완화 추진에 미온적일 수밖에 없는 게 상식이기 때문이다.

제도개혁은 반드시 법률 개폐과정을 수반하기 때문에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다른 나라에 뒤떨어진 경제제도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일은 행정부가 아닌 국회의 몫이자 책임이다. 그런데 지금은, 행정부가 발의한 개혁 법안마저 국회에서 지척되는 경우가 있어 문제이다. 금년 7월 이전에 비정규직 해고 대란이 예상되는 마당에 이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가 발의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법안심사소위도 구성하지 않은 상태이다. 다른 나라보다 과도하여 편법·탈법의 부작용을 낳고 지하경제를 조장하는 상속 및 증여세제를 합리화하기 위해 작년 11월에 상정된 상·증세 일부개정 법률안도 추가적인 논의의 흔적이 없다. 또한 대기업들의 지주회사 전환을 유도하면서도 다른 나라에 없는 행위규제를 두어 생기는 문제를 줄이기 위하여 지주회사 관련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난 2월 국회에서 4월에 처리하기로 했는데, 이 또한 연기될 전망이다.

1993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던 더글라스 노스(D. North) 교수는 그 많은 시장 중에서 가장 불완전한 시장은 정치시장이라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하곤 했다. 시장실패를 문제 삼아 규제법안을 만드는 정치과정이 진행되는 그 시장의 실패가 가장 심각하다는 사실은 불행한 역설이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까닭은 정치인이란 본질적으로 국민경제의 장기적인 발전보다는 눈앞에 닥친 재선과 지역구민의 여론에 더 많이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위기 상황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자율보다는 국가 통제를, 경쟁촉진보다는 경제력집중 억제를 중시해온 탓에 규제개혁을 통한 추가성장의 기회가 다른 나라보다 큰 편이다. 이러한 점들을 잘 헤아려서 우리 국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그리고 그 어떤 다른 나라의 의회보다 더 효율적으로 기능함으로써 개인과 기업의 경제활동을 구속하는 경제제도의 개혁에 앞장서고 그럼으로써 경제회생에 기여하기를 기대해본다.

저자소개: 황인학 산업본부장은 미국 워싱턴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기업정책의 현안과 쟁점’, ‘재벌구조의 특징과 쟁점’, ‘출자총액 재규제에 대한 비판적 검토’ 외 다수가 있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황인학 /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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