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올바른 부동산 정책을 추진하려면

자유기업원 / 2009-05-06 / 조회: 3,085       한국재경신문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겠다던 정책추진이 실패했다. 당정 엇박자에 이어 국회처리과정에서도 부동산정책은 중심을 못 잡고 정치논리에 휘둘렸고, 양도세 중과폐지는 내년 말까지 한시적 폐지라는 누더기 입법이 되고 말았다. 부동산 정책의 목표는 국민들이 쾌적한 환경에 여유롭게 살아가도록 주거의 질을 높여 국민의 삶에 기여하는 것이다. 올바른 부동산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 방향과 목표를 재검토하고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표류하고 있다. 양도소득세 중과폐지가 당·정 간 엇박자에 이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의결과정에서도 오락가락하다 결국 ‘누더기’라는 오명까지 얻게 되었다. 재건축 규제완화, 송파신도시 건설,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 등 주요 현안도 갈팡질팡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래가지고서는 정부를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혼란에 빠진 부동산 정책

국회 본회의 논의과정에서 그 내용이 다시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정부가 발표한 양도세 중과폐지 방침을 믿고 거래한 사람들은 낭패를 보게 됐다. 정부도 신뢰성에 상처를 입었다는 점에서 반성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가뜩이나 얼어붙은 시장에서 거래위축을 막기 위해 양도세 중과폐지를 소급해서 적용하겠다던 정부의 입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국회처리를 당연시하다 생긴 해프닝임에 분명하다.

부동산 정책이 혼선을 거듭하다 보니 본질적 내용의 변화보다는 절충안에 그치고 있다. 이는 부동산정책이 그동안 혼란에 빠진 이유를 제대로 살피지 못한 데서 비롯되고 있다.

최근 논쟁에서도 여당은 ‘부자감세’라는 야당의 정치공세가 부담이고, 부동산 경기가 다소 침체를 벗어난 것이 아닌가하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기열풍이 재연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추가됐다. 특정지역의 아파트가 얼마 올랐다는 뉴스가 정부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일이 이번에도 반복된 것이다. 이런 현상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 정부 들어서도 반복되고 있다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

부동산 가격은 늘 변한다. 시장에서 가격변화가 없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그럼에도 가격변동에 정책이 흔들리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다. … 가격변화에 일희일비하다가는 부동산정책은 그 본질과 방향을 잃게 된다.

부동산 가격은 늘 변한다. 시장에서 가격변화가 없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그럼에도 가격변동에 정책이 흔들리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다. 마치 몸통이 꼬리를 흔드는 것이 아니라, 꼬리에 몸통이 휘둘리는 꼴이다. 가격변화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다가는 부동산정책은 그 본질과 방향을 잃게 된다.

사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를 위한 노력이다. 원칙을 분명히 세우고 일관된 정책실행 의지를 보여야 할 때다. 지금은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겠다거나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식의 잘못된 정책목표를 내세운 투기대책들을 원점에서 다시 평가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제거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그동안 부동산 시장을 왜곡시키고 거래를 위축시켜온 악성규제를 제거하는 것이야말로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취해야할 선결과제인 셈이다.

이러한 노력과 함께 부동산정책이 올바로 추진될 수 있도록 그 방향을 제대로 세우는 일에도 나서야 한다. 투기대책이나 남발해서는 국민의 삶에 기여하기 어렵다. 국민의 주거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부동산정책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의 잘못된 정책방향과 정책목표를 재검토해야 한다.

1가구 1주택이라는 헛된 망상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는 부동산에서 시작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금융시장의 파생상품에 끼어들면서 금융위기를 야기한 것이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을 살펴보면, 자가주택소유비율을 높이려 했던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화근이었음을 알 수 있다. 가난한 사람들, 신용이 낮은 사람들도 집 한 채씩 갖도록 도와주자는 화려한 구호가 실제로 정책으로 현실화되면서 세계경제를 파탄으로 몰아가는 블랙홀을 만든 것이다.

미국 정부는 신용이 낮은 사람들에게 쉽게 돈을 빌려주도록 무한보증에 나섰고, 부실 우려가 큰 모기지를 취급하도록 은행들을 독려했다. 부동산 가격이 올라갈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가격이 내려가면서 정부의 대출지원은 신용 낮은 사람들에게 재앙이 되었다. 부동산이 비록 낮은 수준의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이기는 하지만, 그들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결국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대출로 집을 산 저신용자들은 거리로 내몰리고, 모기지를 상품에 끼워 넣은 파생상품은 금융시장을 마비시켰다.

정부가 잘못된 정책목표를 강하게 추진할수록 시장은 더 큰 보복을 한다. 현상만 보고 본질을 보지 못한 사람들은 시장이 실패한 것으로 착각하기도 하지만, 이번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위기는 전형적인 정부실패이다.

정부가 잘못된 정책목표를 강하게 추진할수록 시장은 더 큰 보복을 한다. 현상만 보고 본질을 보지 못한 사람들은 시장이 실패한 것으로 착각하기도 하지만, 이번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위기는 전형적인 정부실패인 셈이다. 정부가 올바른 정책목표를 세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이다.

미국에 자가주택소유 촉진이라는 잘못된 정책이 있었다면, 우리나라에는 양도세중과라는 잘못된 정책이 있다. 두 정책의 공통점을 찾으라면 1가구 1주택을 이상향으로 삼는 정책들이다. 1가구 1주택 정책 가운데, 다른 선진국에는 없는 극단적인 처방인 양도세 중과가 우리나라에서 호응을 얻은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사회주의 평등세력에 휘둘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택보급률의 함정

올바른 부동산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려면 올바른 정책목표를 세워야 하고, 그러려면 거기에 적합한 정책변수를 살펴야 한다. 부동산 분야에서 정부가 기존에 내세워 온 정책변수는 주택보급률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10명이 1가구로 1채의 집에서 살고 있는 경우와 10명이 10채의 집에서 각자 살고 있는 경우를 비교해 보자. 주택보급률은 똑 같이 100%이지만, 속사정은 전혀 다르다. 10인 가족이 한 집에 살고 있고, 주택이 비좁고 열악한 주거환경이라면 아무리 주택보급률 100%라고 하더라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주택보급률은 실제로 아무런 의미도 제공하지 못하는 허망한 지표일 뿐이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신주택보급률도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

우리나라는 이제 산업화를 거치면서 가구당 인구수가 줄고 있다. … 출산율 하락으로 인해 인구가 장기적으로 감소한다고 하지만, 가구 수의 증가를 고려하여야 올바른 부동산공급정책이 세워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제 산업화를 거치면서 가구당 인구수가 줄고 있다. 실제로 세계적인 대도시에서 가구당 인구수는 줄고, 1인가구의 비중은 높아지고 있다. 출산율 하락으로 인해 인구가 장기적으로 감소한다고 하지만, 가구수의 증가를 고려하여야 올바른 부동산공급정책이 세워질 수 있다.

주택보급률의 허망한 측면은 이미 외환위기 때도 경험했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지자 사람들은 집을 줄이고 전세도 줄였다. 심지어 분가했던 가족이 다시 한 집에 모여 살게 되는 일도 흔했다. 그러다 보니 집은 남았고, 가격은 하락했다. 일시적으로 가구 수는 줄어들고 남아도는 집으로 인해 주택 공급이 여유 있는 것으로 비춰졌지만, 경제가 다시 살아나면서 집에 대한 수요는 급속히 커졌다.

왜 주택 수와 주거 면적이 중요한가

부동산의 양적인 측면에서 공급을 잘 보여주는 데이터가 있다. 바로 인구 1천 명당 주택 수이다. 우리나라 1천 명당 주택 수는 1995년 214.5호, 2000년 248.7호, 2005년 279.7호로 늘어왔다. 하지만 미국(427가구), 일본(423가구), 영국(417가구) 등 선진국들이 400호 이상인 것을 고려한다면 양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주택보급률보다는 1천 명당 주택수를 정책변수로 사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나라의 부동산 정책이 취해야할 정책목표는 분명하다. 국민이 얼마나 쾌적한 주거공간에서 얼마나 여유롭게 살아가느냐이다. 이러한 질적인 주거환경을 알려주는 지표가 바로 1인당 주거 면적이다.

부동산 정책이 취해야할 정책목표는 … 국민이 얼마나 쾌적한 주거공간에서 얼마나 여유롭게 살아가느냐이다. 이러한 질적인 주거환경을 알려주는 지표가 바로 1인당 주거 면적이다.

우리나라 1인당 주거면적은 1980년 9.6m2(2.9평), 1985년 11.6m2(3.5평), 1990년 14.2m2(4.3평), 1995년 17.2m2(5.2평), 2000년 20.2m2(6.1평), 2005년 22.8m2(6.9평)로 늘어 왔다. 하지만 2007년 26.2m2(7.9평)로 여전히 미국(68m2), 일본(36m2), 영국(38m2)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삶의 질을 고려하는 통계인 1인당 주거 면적이 어느 수준인지를 따지는 일은 생각보다 의미가 크며, 실질적인 부동산 정책이 지향해야할 핵심 내용이다. 실제로 1인당 주거 면적이 넓을수록 국민의 삶은 풍요로워지고 향상될 수 있다.

올바른 정책을 위한 정책목표를 바로 세워야

부동산정책의 방향을 올바로 잡아야 국민의 삶을 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그 핵심은 1천 명당 주택수를 선진국 수준으로 늘리는 일이며, 1인당 주거 면적이 최소 33m2(10평)가 되도록 주거공간을 넓혀 주는 일이다.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통계를 참고하여야 효과적인 부동산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그래서 부동산 정책의 목표가 국민들의 주거환경과 삶의 질을 반영하도록 개선하는 일은 중요하면서도 시급한 과제이다. 또한 투기대책으로 왜곡된 시장을 정상화하는 노력도 선행과제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저자소개: 최승노 박사는 자유기업원 대외협력실장으로 재직 중이며, 공개련 운영위원,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이사, 미래한국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작은정부, 경제자유지수, 세금해방일 등이며, 저서로는 ‘대규모기업집단’, ‘지방분권과 지방의 시장친화성‘ 등이 있다.

최승노 / 자유기업원 대외협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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