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다시 방송의 경제학을 생각한다 - [시론] 정태인 경제평론가

자유기업원 / 2009-05-25 / 조회: 3,067       PD저널

지난 8일 국회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공청회에 참여했다. 대기업과 신문사가 지상파 방송에 진출하는 문제에 관해 얘기를 할 경제학자가 필요하다는 후배의 하소연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여당 측에서는 자유기업원과 한국경제연구원에서 경제학자 두 명이 나왔는데 이들의 주장이란 시장에 맡기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리라는, 예의 ‘시장만능론’을 한치도 벗어나지 못한 것이었다. 이들도 경제학교과서에 나와 있듯이 지상파 방송이 공공재(public goods)라는 것은 인정한다. 방송사가 돈을 내지 않는 사람을 골라 드라마를 보지 못하게 할 방법이 없고(비배제성) 내가 〈내조의 여왕〉을 본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그 드라마를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니니(배경합성) 공공재의 정의에 딱 들어 맞는다. 물론 공공재는 시장에서 공급될 수 없으니 사회의 어디에선가 맡아야 한다.

▲ 지난 20일에는 광주에서 열린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공청회 ⓒ 공공미디어연구소

그러나 이들의 사고는 여기에서 멈춘다. 지난 칼럼에서 이미 지적했듯이 방송의 공공재적 성격은 그대로 남아 있지만 광고가 붙으면서 방송은 사유재(private goods)처럼 취급되고 있다. 소비자의 선택이 시청율에 반영되고 그에 따라 광고의 가격이 매겨지니 이제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청료를 내지 않고도 자기가 좋아하는 프로그램만 고르면 되니 그 얼마나 좋은가?

이들의 주장은 세가지 맹점을 지니고 있다. 첫째로 이들은 광고료를 누가 내느냐는 문제를 간과한다. 기업은 엄청난 광고료를 가격에 반영하기 마련이고 결국 소비자가 그 돈을 무는 것이다. 시청자와 특정 상품의 소비자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결국 국민이 비용을 댄다는 점에서는 전혀 다를 바 없다.

둘째로 공청회 제목에도 내걸린 공공성(publicness 또는 publicity)또는 공익이란 말을 이들은 인정하지 않는다. 물론 교과서에 나오지 않으니 이들이 이 말을 이해할 것이란 기대는 애초에 하지 않았지만 “공익을 추구할수록 비효율적”이라는 강변에는 헛웃음만 나온다. 어쩔 수 없이 이 경제학 박사들에게 공공성의 경제학적 정의를 가르쳐 드릴 수 밖에. 흔히 공공성이 강하다고 사람들이 믿는 재화 또는 서비스에는 세가지 공통점이 있다. 필수재, 강한 외부성, 그리고 평등에 대한 지향이 그것이다. 사람들의 삶에 필수적이고 시장에 맡기면 너무 적게 생산되거나 서비스의 양극화가 일어나서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아예 공급되지 않는 재화나 서비스들이 바로 그런 성격을 지니고 있다. 전기, 철도,수도,개스, 우편과 같은 네트워크 서비스, 의료, 주거, 교육과 같은 가치재(merit goods), 식량과 에너지와 같은 안보재, 그리고 금융과 언론 등 체제재(system goods)가 그 예들이다.

현명한 독자라면 민주주의 역시 공공재의 성격을 지녔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것이다. 언론의 공공성은 민주주의라는 나라의 가장 중요한 시스템을 지탱한다는 데서 비롯된다. 만일 언론이 사유화하여 재벌들이나 몇몇 독점 신문의 견해를 일방적으로 대변하게 된다면 그 나라의 민주주의는 무너지고 말 것이다. 언론을 온전하게 시장에 내맡기면 안 되는 절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금융이 무너지면 경제 전체가 마비되듯이 언론이 한 쪽으로 쏠리면 사회가 붕괴한다.


▲ 정태인 경제평론가·성공회대 겸임교수

마지막으로 이들은 시장이냐, 국가냐 하는 고전적 양분론에 깊숙이 빠져 있다. 시장이 공급하지 않으면 국가가 공급해야 하고 그러면 권력에 아부하는 언론이 나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이 공급하지 않는다고 해서 꼭 국가가 공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 경제(social economy)는 경제원리를 따르지 않는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이 만들어낸다. 유사하게 언론을 시민사회가 통제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바로 언론의 민주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가버넌스가 문제인 것이다. 꼭 케인즈를 인용하지 않아도 무식한 경제학자가 나라를 망칠 수도 있다는 하나의 사례가 더 추가된 셈이다.

정태인 경제평론가·성공회대 겸임교수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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