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CFE 뷰포인트]정부주도의 기업구조조정을 우려한다

자유기업원 / 2009-05-15 / 조회: 3,033       한국재경신문

정부가 적극적으로 기업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지난 외환위기 이후 또 다시 정부주도로 기업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실에 빠진 기업들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스로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주도의 기업구조조정은 정부간섭을 통해 시장의 조정과정을 왜곡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정부가 부실기업의 선별과정에 개입하겠다고 한다면 정부는 원칙만을 세우고 기업구조조정은 이해당사자들에게 맡겨야 한다.

세상이 참으로 어수선하다. 금융위기에다 신종 독감의 발병이 세계를 위협한다. 이 둘은 몇 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모두 미국과 그 인근 지역이 발원지이며 그것의 전염 속도가 아주 빨라 즉각 범지구적 문제가 되었다는 점이다. 한국도 그 피해 권역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신속한 대응의 결과인지 모르지만 우리의 경우 이를 점차 극복해 가고 있다고들 한다. 다행한 일이다. 그렇지만 아직 마음 놓고 있어도 될 형편은 전혀 못 된다. 언제 그 불씨가 다시 지펴질지 모르며 그것이 모르핀 같은 진통제로 일시적 기분 좋은 상태에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적극적 기업구조조정 추진의 명분

그래서 대통령까지 나서서 전 경제인들에게 그것의 경계심을 풀지 말기를 당부하였다. 그러면서 기업의 구조조정을 서둘러 완수하도록 재촉하였다. 이에 정부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채권은행에게 책임을 묻겠다면서 구조조정 과정에 일일이 개입할 태세이며 금융위원회도 공적자금 관리위원회를 오는 7월에 구성하여 부실한 기업과 금융기관에 투입될 공적 자금을 관리할 예정이다.

정부가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명분은 … 채권단 은행이 손실 부담 때문에 부실기업의 퇴출에 소극적이며, … 한 곳이 무너지면 다른 곳도 연쇄적으로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명분은 단순하다. 채권단 은행이 손실 부담 때문에 부실기업의 퇴출에 소극적이며, 경기가 점차 회복 국면으로 접어드는 지금 은행들은 더욱 소극적이 될 것이 분명하다. 오늘날 분업경제는 매우 심화되어 거의 모든 기업이 서로 얽혀 있어 한 곳이 무너지면 다른 곳도 연쇄적으로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지금의 부실기업이 수면 아래로 숨어버리게 되면 그것이 언제 한국경제 붕괴의 뇌관으로 자리 잡을지 모른다. 따라서 썩은 부위를 신속하고 과감하게 도려내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썩은 부위뿐만 아니라 섞을 우려가 있는 기업까지 정리해야 한다.

구조조정은 이해당사자의 문제일 뿐이다

정부의 이러한 숭고한 동기는 많은 식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모두 한국 경제를 걱정한다고 하니 이에 토 달기도 마땅치 않다. 그런데 왜 그대로 내버려 두면 시장에서 기업의 구조조정이 일어나지 않는가? 구조조정이 반드시 선(善)인가? 돈을 빌려준 채권단과 돈을 갚아야 할 기업들은 각자 자신의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데 이 둘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기에 손을 놓고 있는가? 이것은 누구나 한번쯤 품어 볼 수 있는 의문이다.

그 이유를 찾기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당신에게 돈을 빌린 사람이 그 돈을 제때에 갚지 않는다고, 성질대로 법에 의존하겠는가? 당신의 궁극적인 바람은 어쨌든 돈을 받아내는 일이지 채무자를 법의 심판대에 세우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돈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은 빌려준 자의 재무 상황을 악화시켜 자신의 신용도를 떨어뜨리게 된다.

[채권자는] 어쨌든 돈을 받아내는 일이지 채무자를 법의 심판대에 세우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돈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은 빌려준 자의 재무 상황을 악화시켜 자신의 신용도를 떨어뜨리게 된다. 그래서 채권단 은행은 주저주저하는 것이다. … 그러므로 봄에 씨앗을 뿌려 여름 내내 걱정하며 지켜본 주인보다 제3자가 그것의 생육에 대해 더 잘 안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그래서 채권단 은행은 주저주저하는 것이다. 부실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 경영을 정상화 한다면 원리금을 받을 수 있으며, 다시 경제가 회복될 기미가 보인다니 더욱 이런 생각을 갖게 한다. 그러므로 봄에 씨앗을 뿌려 여름 내내 걱정하며 지켜본 주인보다 제3자가 그것의 생육에 대해 더 잘 안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주인은 그렇지 않다고 또는 좀 더 기다려 보겠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이가 나서서 썩었다고 또는 썩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압적으로 잘라내 버리는 것이 사리에 맞는 일인가? 만약 그 싹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생기를 얻어 열매를 맺을 수 있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정부는 이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경제 회복의 기미가 한계 기업들을 수면 아래로 숨게 한다고 걱정할 것이 아니라, 이들 기업을 구조조정 없이 되살릴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한번 부실이 영원한 부실이라고 단정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생각인가?

기업구조조정 지연 이유는 공적자금 때문

구조조정 지연의 이유가 정부의 공적자금 그 자체에 있다는 지적도 정부는 되새겨 들어야 한다. 기업 또는 채권단은 이 지원책을 가능한 자기 쪽에 유리하도록 활용하고자 할 것이다. 정부는 공적자금을 통해 한계 기업을 퇴출시키고 기업의 부실 부분을 과감히 털어내기를 바라나, 기업의 목적은 공적자금을 획득하고 퇴출 기업의 명단에 올라가지 않는 것이다.

이 때 기업은 항상 청산 가치보다 공적자금을 통한 존속 가치가 높다고 주장하며 경영정상화 방안도 조직 구성원을 최대한 다치지 않는 방향에 겉만 번지르르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과정에서 물밑 정치적 거래가 활발히 일어날 개연성도 있다. 채권단도 지금 청산하는 것보다 정부의 지원으로 부실기업을 살려놓는 것이 최소한 그 지원책만큼 유리할 것이다. 기업이나 은행 모두 정부의 공적자금을 쳐다보고 있는 셈이다.

구조조정 지연의 이유가 정부의 공적자금 그 자체에 있다. … 기업 또는 채권단은 이 지원책을 가능한 자기 쪽에 유리하도록 활용하고자 할 것이다. 정부는 공적자금을 통해 한계 기업을 퇴출시키고 기업의 부실 부분을 과감히 털어내기를 바라나, 기업의 목적은 공적자금을 획득하고 퇴출 기업의 명단에 올라가지 않는 것이다.

AD이를 기업이나 은행의 도덕적 해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마냥 도덕적이고 윤리적 잣대로 비난만 할 수 없다. 공적자금이 있기 때문에 이들의 이런 행위가 나오는 것이며, 정부의 기업회생 가능성의 선별 과정이 도덕적으로 마냥 깨끗하고 실수가 없다고 말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 분명 억울한 기업이 나올 수 있고 뒤에 숨어서 돈 잔치를 하는 기업이나 은행도 있을 수 있다. 더욱이 그 돈이 어떤 돈인가? 채권, 채무 당사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열심히 살아가는 일반 개인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 아닌가?

정부 개입은 시장의 조정과정을 왜곡시킨다

기업의 사회적 의미는 혁신의 주체로서 또는 윤리적인 책무의 수행자로 인식되곤 한다. 그러나 기업 본연의 임무는 혁신도 윤리적 책무 수행도 아닌 조정자로서의 역할이다. 여기에는 기업 환경의 변화에 따라 생산량과 가격의 조정뿐 아니라 직장 폐쇄와 새로운 업종으로의 전환과 확장 등이 모두 포함된다. 근본적으로 이것이 원활해야만 시장의 역동성과 혁신을 기대할 수 있다.

기업이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완수한다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의미 이전에 그 기업이 시장에서 살아남고 성공하는 길이다. 그러기 위해서 기업은 시장의 움직임에 대한 예측을 가능한 정확히 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개입하면 기업은 시장의 움직임에 대한 예측보다 정부의 움직임에만 관심을 갖게 된다. 이 경우 기업으로부터 조정자로서의 역할은 기대하기 어렵다.

실물 경제가 어려워지게 되면, 금융권은 자본 손실을 줄이기 위해 기업에게 관행적이었던 대출 기한을 연기하지 않으려 할 것이며 대출 심사도 까다로워지고 미래의 불확실성 증가로 인한 시간선호율 즉 이자율도 높아지게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한계 기업은 자연히 시장 압력에 견디지 못하여 자구책을 강구하든지 아니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것이 시장의 조정 과정이다.

기업이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완수한다는 것은 …기업이 시장에서 살아남고 성공하는 길이다. 그러기 위해서 기업은 시장의 움직임에 대한 예측을 가능한 정확히 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개입하면 기업은 시장의 움직임에 대한 예측보다 정부의 움직임에만 관심을 갖게 된다.

물론 이 과정에 우려되는 대량 실업의 문제와 경기침체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사회적, 정치적 의미를 지닐 수는 있어도 시장의 문제는 아니다. 시장은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더욱 건강해지고 우리가 기대하는 혁신과 역동적인 진보가 시장에서 일어나게 된다. 무엇보다 금융권을 포함한 모든 기업들은 신속한 조정으로 자본 손실을 줄여주어 재무 건전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자연스러운 이러한 구조조정 과정을 거부하고 이제 와서야 환부를 도려내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겠다니 본말이 전도되었다. 더욱이 정부는 은행으로 하여금 저리(低利)의 자금 대출을 강요하고 중소기업에 적극적으로 융자해준 은행에 대해서는 해당 중소기업의 부실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하니 세상의 순리를 정부가 거스르는 것이다.

공적자금에 의한 구조조정의 원칙

금융위기로 인해 금융 시스템의 개혁을 주장하고 탐욕이라는 이름으로 금융권 전체를 질타하고 있다. 화폐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금본위제도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한 번 더 생각해보면 현행 은행 시스템의 신용 창출 과정이 작금의 경제위기만을 초래한 것은 아니다. 오늘의 부와 번영을 가져온 것도 분명하다.

신용 대출은 미래에 도전적이고 모험적인 자의 꿈을 현실화 해주었고 기업은 금융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 죽으라고 일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이것은 신용창출 과정과 계약의 엄격한 준수가 기업가로 하여금 기업가 정신을 투철하게 해주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금융기관의 건전성 확보라는 이유로 금융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수 있다.

신용이란 것이 다름 아니라 장부에만 존재하고 실질 가치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빈 공간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빚의 연결 고리 한두 개가 잘못되면 그 허한 공간이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 그런 가능성은 유사 이래 어느 시대 어는 곳에서도 존재하였다. 현대 경제에서 그 가능성은 정부의 다양한 시장 개입에 의해 더 높아졌다. 미국의 주택시장 붕괴 역시 정부의 지나친 저금리 정책과 지역 균형발전 정책에 의한바가 크다고 하지 않는가?

금융 시스템에 의한 신용창출과 이윤창출의 과정에 잘못된 정보를 넣는 정부의 개입은 가능한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은행은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할 수도 있으며 기업은 대출금이 연기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지금의 구조조정도 이해당사자들에게 맡겨 놓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시장의 이치와 번영의 길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공적자금으로 기업의 선별과정에 개입하겠다고 한다면 정부는 원칙만을 수립하고 구조조정은 이해당사자에 의해 주도되도록 해야 한다. 일반 원칙은 투명하고 분명해야 하며 복잡하지 않고 예외 조항을 가급적 줄여야 한다. 그 원칙은 공적자금 지원에 관한 것으로 한정해야 하고, 채무재조정은 전적으로 이해당사자와 사법부의 판단에 일임해야 한다. ■

저자소개: 배진영 교수는 독일 프라이부르그대학에서 경제학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인제대학교 국제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경제질서의 이론과 정책’이 있으며, 주요 연구 분야는 시장경제와 경제정책 등 이다.

배진영 / 인제대 국제경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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