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CFE 뷰포인트]수능성적공개, 제대로 하라

자유기업원 / 2009-04-24 / 조회: 3,162       한국재경신문

최근 5년간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 성적이 공개됐다. 언 듯 보면 공개하지 않았던 수능성적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성적 공개하게 된 배경을 보면 눈 가리고 아옹 하는 식이다. 그리고 공개대상과 범위도 매우 제한적이며, 개인별 학교별로 전면공개하지도 않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교육수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무한 경쟁사회에서 언제까지 교육당국은 간섭과 통제를 일삼을 것인가? 교과부가 견지해야 할 태도는 정보공개의 장점을 살리고, 잘못이 있다면 그것을 솔직히 받아들여 개선하는 노력이다.

지난 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최근 5년간(2005∼2009학년도)의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을 16개 시·도별, 232개 시·군·구별로 분석해 발표한 바 있다. 수능 성적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마치 국가 1급 기밀인양 취급하여 그 정보를 꼭꼭 숨겨오던 교육당국의 기존 입장에 비추어 보면, 진일보한 처사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수능성적 공개 배경

그러나 이나마 공개하게 된 배경은 교육부의 교육적 소신에 따른 것이 아니라 작년 9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서 조전혁 의원이 ‘기습적으로’ 정보 공개 요청한 데 대하여 장관이 ‘얼떨결’에 “사회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아 발언한 것에 대한 조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 기밀처럼 여겨졌던 수능 비공개 원칙을 사수(?)하느라 교과부 관리들 사이에선 허겁지겁 수습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수능 점수의 공개 범위와 방식을 놓고 교과부 관리들 사이에선 논란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 결과 교과부가 지난 달 내놓은 수능성적공개는 16개 시·도별, 232개 시·군·구 단위로 공개하되 국회의원만 찾아가 열람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정해놓고 보니, 국회의원들이 열람하고 그 자료를 유출시킬 경우 공개하는 것만 못한 결과를 가져올 것을 예상하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내세워 그것도 ‘전문가 세미나’ 형식으로 공개하게 된 것이 이번 수능 ‘짝퉁’ 공개의 전모이다.

[수능성적을] 공개하게 된 배경은 교육부의 교육적 소신에 따른 것이 아니라 작년 9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서 ‘기습적으로’ 정보 공개 요청한 데 대하여 장관이 ‘얼떨결’에 “사회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아 발언한 것에 대한 조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교육당국의 조치는 그 발상이나 방식에 있어서 매우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 이번 조치는 수능 시험의 일차적 이해당사자인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배려보다는 자신들에 대한 감사권을 가진 국회의원들의 눈치 보기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다. 작년 국회에서 장관의 발언에 대한 관료들의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바로 이를 입증하고 있다.

정작 수능 원자료 점수가 필요한 사람은 수험생과 학부모, 그리고 이들의 입시지도를 하는 일선학교 선생님들이다. 말로는 교육소비자 위주의 행정을 운운하면서 사실은 이들을 전적으로 배제하고 외면하는 정책을 견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교육당국의 이러한 행태가 과거 60∼70년대의 밀실행정, 탁상행정의 재판이라 하면 교육당국이 뭐라 답할지 궁금하다.

둘째, 이러한 과정을 거친 결과로 공개 범위와 방식이 엉성하기 짝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분석대상은 일반계 고등학교 재학생으로 한정하였다. 수능 시험을 치르는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이들만을 대상으로 공개한 이유는 무엇인가? 점수 공개도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만으로 한정했다고 한다. 그것도 1∼4등급(40%)을 1그룹, 5∼6등급(37%)을 2그룹, 7∼9등급(23%)을 3그룹으로 분류하여 발표하였다. 그나마 각 그룹의 분포 비율을 16개 시·도별로만 공개하고, 시·군·구별로는 공개하지도 않았다. 

수능성적공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다

교육당국의 이 조치도 한 마디로 학생·학부모와 일반인을 무시하는 처사라고밖에 볼 수 없다. 우선 3개 그룹으로 나눈 근거가 무엇인가? 이른바 1그룹이라고 하는 40%상위 그룹이 지니는 의미는 무엇인가? 필자의 학식이 미흡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교육학적 근거를 찾아볼 수도 없고 추론해낼 수가 없다. 공개는 해야 하겠고, 공개해서 일어날 파장을 생각하니 두루뭉실하게 묶어서 하자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여기서 ‘두루뭉실’하다는 것은 원만하게 해결했다는 것이 아니다. 교육당국자들이야 자기네들 사이에서 ‘원만하게’ 넘어간 것이라고 자평할 수도 있겠지만, 수능시험을 포함하여 모든 종류의 교육평가도구가 갖는 변별력을 원천적으로 무시하고 수능시험 당사자들과 세금을 내는 일반인들을 현혹시킨 것에 불과한 것이다. ‘혹세무민(惑世誣民)’은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사용하는 말인 듯하다. ‘혹세무민’에다가 수능시험 당사자와 일반국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해도 그들이 어떤 변명을 늘어놓을지 궁금하다.

수능 시험 결과를 개인별, 학교별로 전면 공개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그릇된 ‘평준화 제도의 근간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필자가 아는 바로는, 교과부 교육담당 고위관료의 상당수가 국가가 지급하는 장학금으로 외국의 유명대학에서 교육학박사학위를 받은 사람들이며, 이번 발표의 전위에 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그야말로 우리나라에서 내놓으라는 쟁쟁한 교육평가전문가가 모여 있는 전문기관이다. 이러한 고급 두뇌들이 모여서 내놓은 결과가 이 정도라면 그것은 수능 당사자와 일반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는 사실을 교묘하게 은폐하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그렇다면, 높은 학식을 가진 교육 관료들이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었을까? 그 이유는 자신들의 소신이라기보다는 좌파 눈치 보기와 그릇된 평등관념 때문이다. 왜 공개하지 않은 것만도 못한 ‘짝퉁 공개’를 하게 되었는가를 살펴보자.

첫째, 수능 시험 결과를 개인별, 학교별로 공개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성적 공개에 따른 파장과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교과부의 ‘친절한’ 설명이 있었다고 보도되었다. 그러면 ‘성적 공개에 따른 파장과 충격’은 무엇인가? 그것은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여기는 ‘평준화’ 정책 때문이다. 평준화가 평등의 이상을 실현한다고 믿고 있는 일부 관료와 좌파들의 그릇된 이상이 이와 같은 이상한 성적공개를 가져온 것이다.

AD평준화는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평등을 실현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중학교 교육의 정상화에 기여하지도 않는다. 기존에 이미 발표된 자료만 하더라도 서울시내 자치구별 우수대학 진학자 수가 지나친 편차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예컨대 서울대학교에 10명이내만이 진학하는 구(區)가 있는가 하면 이에 10배 이상 진학하는 자치구가 있다는 것은 평준화가 평등실현이 아니라 불평등을 조장하는 제도라는 것을 입증한다.

그리고 평준화 지역에서 중학생들의 사교육이 줄지 않는 것은 평준화가 중학교 교육 정상화와는 무관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게다가 평준화 지역에서 사교육 수요가 많은 것은 여러 자료에 의하여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수능 시험 결과를 개인별, 학교별로 전면 공개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그릇된 ‘평준화 제도의 근간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수능 성적의 완전한 공개는 교육수요자의 교육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필요하다. 동시에 교육수요자에 대한 교육당국의 의무이다. 전면 공개의 당위성은 여기서 찾아진다.
 

둘째, ‘평준화 제도의 근간 유지’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지만, 좌파 정부에서 사용하던 이른바 ‘3불(不)정책’을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요즈음 정권이 바꾸어 ‘3불정책’이라는 말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정권이 바뀐 1년여 동안 ‘3불정책’에 대한 교육당국의 기본 입장이 바뀌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필자는 이 말 자체가 무엇이 ‘계명’처럼 여기면서 금지해야 할 ‘3불’인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3불’ 중 하나가 ‘고교등급제’ 금지이다. 따라서 수능 성적을 학교별로 공개하면 학교 간의 등급이 매겨져 ‘3불’이 훼손된다는 것이다. 마치 불가에서 말하는 보신(報身)·법신(法身)·화신(化身)의 ‘3불(三佛)’이라도 훼손되는 것처럼, 고교등급제는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좌파들이 지어낸 이 말은 사실을 매우 호도하는 용어이다. 이 세상에 어디에 차이가 없는 존재가 있는가? 열심히 가르치는 학교가 있고, 이에 뒤처지는 학교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앞서는 학교를 더욱 앞서게 하고 뒤처지는 학교를 독려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아니면 이들 간의 차이를 아예 묵살하고 무조건 덮어두는 것이 더 옳은 처사인지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주요 일간 신문들이 이번 ‘짝퉁 공개’를 보도하면서 제한된 정보 공개의 문제점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앞서가는 학교의 사정에 집중하는 것은 잘 하는 학교가 있고, 그렇지 못한 학교가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많은 지면을 할애한 것을 알 수 있다. 달리 말하자면, 보도하는 기자들이 직접적인 표현을 하지는 않았지만, 각 학교 간의 등급이 있음을 보도한 것이다.

수능성적 전면 공개해야

이번과 같은 ‘짝퉁 공개’는 교육수요자와 일반국민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혼선만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원래 정보 공개가 가진 장점을 살리려면 이번과 같은 방식은 지양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정보공개 방식은 수백 억 원의 예산을 들이고 전(全) 국민적인 관심 속에서 치러지는 수능 시험에 대한 국가적 낭비이다. 그리고 이를 활용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직무 유기이다. 오직 정확한 정보 공개만이 혼선을 줄일 수 있다.

정확한 정보 공개는 혼선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육수요를 만족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작년 봄 조전혁 의원에 의하여 공개된 각 학교별 전교조 가입 교사(조합원) 수는 큰 반향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많은 학부모로 하여금 해당 학교의 어느 교사가 전교조 가입 교사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증대시켰다. 이후 당국의 비협조와 전교조의 저항으로 극히 일부 학교의 전교조 가입 교사가 공개되었을 뿐이었지만, 여전히 이에 대한 일반인과 학부모의 궁금증은 여전히 살아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수능 성적의 완전한 공개는 교육수요자의 교육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이다. 동시에 교육수요자에 대한 교육당국의 의무인 것이다. 전면 공개의 당위성은 여기서 찾아진다.

이번 ‘짝퉁공개’ 사건을 보면서 우리는 교육당국의 기본적인 인식이 획기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 이제까지 학식과 경륜이 많은 교육 관료가 왜 이렇게 끌려 다녔는가? 답은 좌파 눈치 보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항간에 나도는 청와대 핵심참모와 교육수뇌부에 대한 의구심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좌파 눈치 보기라는 인식을 불식시키려면, 먼저 평등에 대한 기본 전제와 평준화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요구된다. 그렇게 되면 좌파가 주장하는 논리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면서 떳떳하게 교육문제를 대처해 갈 수 있다. 국제중학교 신입생추첨배정, 서울특별시 고교선택제(필자가 보기엔 이 역시 ‘짝퉁선택제’이지만) 등을 포함하여 좌파의 눈치를 본 사례가 이번만은 아니지만, 이제는 좌파의 눈치를 보지 말고 일반국민들의 교육수요와 욕구를 직시하고, 올바른 교육정책의 방향 속에서 교육정보 공개를 해야 한다. 무한 경쟁 사회에서 언제까지 교육당국은 간섭과 통제를 일삼을 것인가? 특히 주어진 권한을 사용한 간섭과 통제 속에서 은밀히 이루어지는 은폐와 규제를 언제까지 밀고 나갈 셈인가?  

따라서 교육당국이 수능 점수 문제와 관련하여 취해야 할 입장은 전면 공개에 있다. 개인별 점수는 개별 학생에게 원점수와 석차, 소속 학교에서의 위치(석차), 지역에서의 석차, 전국 석차와 함께 분포도 및 편차 등을 총점과 과목별로 공개하고, 학교별 점수는 지역 내에서의 석차와 전국 석차를 분포도, 편차 등을 학교평균점수와 과목별 평균 점수를 공개하여야 한다.

이와 아울러 시도별, 시군구별로 매년 변화된 점수도 공개하여 교육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만약 이러한 전면 공개가 평준화나 기타 이유로 꺼린다면, 그것은 평준화가 잘못 되어 있다는 것을 자인(自認)하는 것이므로, 평준화도 전면적으로 뜯어고쳐야 할 것이다. 평준화 정책이 잘 된 것이라고 정말로 확신한다면,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말고 전면 공개하면 된다. 교육당국이 견지해야 할 태도는 공개의 원칙이 갖는 장점을 살리는 일, 즉 잘잘못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잘못이 있다면 그것을 솔직히 받아들여 개선하는 노력이다. 매우 간단하면서 쉬운 일이다.

저자소개: 김정래 교수는 영국 University of Keele 대학원에서 교육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부산교육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전교조 비평’, ‘서양교육사절요’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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