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김상식의 세상 속으로] 왜 국회만 가면 ‘올스톱‘인가

자유기업원 / 2009-07-08 / 조회: 2,685       부산일보

‘국회를 배회하는 일곱가지 유령들.‘ 2004년 10월 마지막 날 밤,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띄웠던 글의 제목이다. 이해찬 총리의 한나라당 폄하 발언으로 여야가 정면대립하며 국회가 공전하는 상황에서 자아비판한 글이다.

그는 이 글에서 "현재 여의도에는 구태정치의 일곱 마리 유령들이 배회하고 있다"며 ‘상쟁 유령‘ ‘오만 유령‘ ‘색깔론 유령‘ ‘반사이익만능 유령‘ ‘지역주의 유령‘ ‘관습법(못된 선배 따라하기) 유령‘으로 이름 붙였다. 첫번째로 꼽은 상쟁 유령의 대목에서 ‘무조건 싸워야 한다‘는 초등학생 같은 유치한 논리가 정치권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다면서 "참으로 어이없고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중단되는 일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장외투쟁·파행·정쟁 등의 낡은 정치를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년 전 한 초선 의원이 쓴 글을 새삼 끄집어 낸 이유는 자명하다. 국회 공전과 파행, 장외투쟁이 진행 중이고 ‘일곱마리 유령들‘의 여의도 배회 또한 여전하기 때문이다. 말할 것도 없이 정당과 국회는 정치의 주체고 무대다. 그런데 여의도에는 정치가 없다. 요즘 정치 기사에서 가장 많이 쓰인 단어 중 하나가 아마 ‘올 스톱‘일 게다. 왜 국회만 가면 모든 게 올 스톱되는 걸까. 왜 여야는 무조건 싸워야 한다는 논리에 빠져 있을까.

먼저 상시적 선거문화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여야는 대선이 끝나자 마자 바로 차기 대권고지를 향하는 전투태세에 들어간다. 여기에 일년에 두번 치러지는 재·보선, 지자체 선거와 총선 등이 줄을 잇는다. 5년 내내 선거전쟁을 치러야 하는 구도다. 지역 기반과 지지계층의 결집을 위해서라도 죽기 살기로 싸울 수 밖에 없다.

정권교체에 따른 새 정치환경도 한 몫으로 작용한다. 여야가 뒤바뀌는 심리적 콤플렉스 탓이다. 절대 과반의석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은 한번도 정권을 잃은 적이 없는 듯한 ‘승자 의식‘에 사로잡혀 독선적이고, 민주당은 한번도 정권을 잡아본 적이 없는 것처럼 ‘패배 의식‘에 젖어 사사건건 반대만 일삼는다는 분석이다.

극단의 이분법적 정치문화도 정쟁의 핵심 요인이다. 이념·노선이 확연한 정치 이슈도 아닌 정책과 법안도 선·악 개념으로 갈린다. 야당에서 ‘악법‘이라 선언하는 순간 타협 불가와 국회 파행은 시작된다. 더욱이 첨예한 쟁점법안이 한두 개라도 불거지면 다른 민생법안들은 안중에 없다. 비정규직법, 미디어법 등이 그것이다.

5년 내내 전쟁 벌이는 선거문화
"국민들은 국회를 버린 자식 취급"

상대방에 대한 깊은 불신도 극한 대립을 유발시킨다. 지난 일요일 3당 원내대표 회담 결렬 이후 위장전술을 썼다고 서로 비난한다. 협상이 타협과 절충의 공간이 아니라, 상대방 궁지 몰아넣기와 유리한 여론 조성용으로 이용될 뿐이다. 협상할수록 책임공방이 거칠어지는 이유다. 결국 강행과 저지의 명분쌓기에 불과한 셈이다.

여야의 리더십 부재와 계파 갈등도 문제다. 한나라당은 힘없는 원외대표에 친이·친박계의 분열로 소수 야당에 끌려 다닌다. 민주당 역시 강온파간 싸움에 지도력은 흔들리고, 걸핏하면 장외로 뛰쳐 나간다. 지도부가 오락가락하다보니 당론이 뭔지 헷갈리고, 의원들은 법안 내용도 모른 채 육탄전 현장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국회의원이 거수기란 비판이 무색할 정도다.

얼마전 자유기업원이 여론조사를 한 결과, ‘18대 국회가 국민 신뢰도가 가장 낮은 기관이고, 의정활동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 평가보다 15배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회에 대한 국민 불신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 오죽했으면 역대 국회의장들조차 "국민들은 국회를 버린 자식 취급한다"고 쓴소리를 했을까.

다시 고 전 의원의 글을 빌려 반문한다. "국민들은 ‘올 스톱 국회‘를 어떻게 볼까." 그리고 자답해 본다. "지긋지긋한 싸움국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국민들의 분노와 조롱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kisas@busan.com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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