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CFE 뷰포인트]비정규직, 한시적 기간 유예보다는 폐지가 해법

자유기업원 / 2009-07-16 / 조회: 2,644       한국재경신문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비정규직법 시행 된지 2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비정규직보호법’이 아닌 ‘비정규직해고촉진법’이 돼 버렸다. 지난 10일까지 비정규직 전환자 5,260명 중 3,827명이 해고되었다. 비정규직법을 그대로 둘 경우 더 많은 사람들이 해고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는 않고 정쟁만을 일삼고 있다. 사실 비정규직법은 비정규직 보호라는 의도로 만들어졌지만, 해고를 촉진하는 법으로 태생부터 잘못 되었다. 그리고 비정규직 기간제한을 유예하는 것은 해고를 잠시 유예하는 것으로 한시적 처방에 불과할 뿐이며, 근본적인 처방을 위해서는 폐지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비정규직법 개정안이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의 ‘선방‘에 막혀 진전이 없다. 추 위원장은 “정부·여당이 비정규직 100만 해고 대란설을 유포하면서 시행유예를 압박했지만, 이 법이 시행된 5일간 대량해고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피할 수 없는 해고대란

정말 그럴까? 노동부가 7월 10일에 발표한 바에 의하면, 법 적용 9일 동안 기간제 근로자 3,827명이 해고되었다고 한다. 이에 비해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들은 불과 1,433명이니 전체 대상자 5,260명 중 27.2%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셈이다. 해고비율은 매우 높지만 해고된 비정규직이 4,000명도 안 되니 이를 가리켜 해고대란이라고 부를 수 없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비정규직법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그러면 당초 우려되었던 해고대란이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인 이유가 무엇일까? 비정규직법은 2007년 7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그리고 기간제법 시행일인 2007년 7월 1일로부터 근속기간이 2년을 초과하였다고 자동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이 아니라 2007년 7월 1일 이후 체결․갱신․연장되는 계약에 따라 2년을 초과하여 근로한 기간제 근로자에 한하여 정규직으로 간주된다.

예를 들어, 어느 근로자가 계약기간이 2007년 1월 1일부터 2007년 12월 31일인 근로계약을 체결한 뒤 2008년 1월 1일 기간제 근로계약을 갱신한 경우에는 기간제 사용기간의 기산일은 2008년 1월 1일이 되므로 그로부터 2년이 초과된 2010년 1월 1일이 지나야 정규직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그 이전에 기간제로 몇 년을 근무하였든 그 점은 무관하다.

그렇다면, 2007년 7월 1일부터 9일간 계약기간 2년이 초과되는 기간제 근로자가 5,000명 정도에 불과하였기에 지금까지는 해고대란이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 이제 이대로 시일이 흘러 2011년 7월 1일이 되면 모든 비정규직 근로자의 근속기간 2년이 초과될 것이고, 따라서 모든 비정규직 근로자가 해고 또는 정규직 전환이라는 분기점을 통과하게 될 것이다. 과연 몇 명의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고, 몇 명이 해고될까. 7월 1일부터 7월 9일까지의 정규직 전환율이 27.2%였다니 전환율을 30%라 보고, 비정규직이 600만 명으로 추산할 경우 420만 명이 해고될 수 있다는 단순계산이 가능하다. 이것은 분명 해고대란이고, 대란을 넘어 재앙이다.

이러한 재앙은 애초부터 비정규직법에 내재되어 있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세계경쟁력 랭킹에서 한국은 고등교육훈련 등에서 134개국 중 12-13위 수준이다. 그러나 해고비용에서는 108위, 노사협력에서 95위, 고용경직성에서 65위로 발표되었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한국 노조의 강경투쟁성향은 세계적으로도 정평이 나 있는데, 결코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태생부터 문제가 있었던 비정규직법

이런 상황에서 고용경직성을 대폭 강화하는 비정규직법은 애초부터 문제가 많았다. 사실, 법으로 경제현상을 규율하려는 유혹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늘 존재했지만 그런 노력은 대부분 실패했다. 자연스러운 흐름을 거스르는 정책은 흔히 의도하지 않은 결과(unintended consequences)로 귀결된다. 전시에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면 예외 없이 암시장이 형성되어 오히려 가격이 앙등하였듯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화시키려는 ‘선한’ 의도와 달리 해고와 실업으로 귀결되는 것 역시 의도하지 않은 결과다.

기업으로서도 같은 조건이라면 비정규직보다는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이 더 낫다는 사실을 물론 잘 알고 있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하여 이직률이 훨씬 높고 생산성도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이유는 비정규직의 단점을 보상하고도 남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고용유연성과 비용절감이다. 외환위기 이후 자본과 노동력이 국경에 구애되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하는 세계화가 급속하게 진행됨에 따라 기업들은 치열한 국제경쟁 속에 살아남기 위해서 구조조정을 일상화하였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높은 고용유연성이 필요했다. 또한, 전세계 기업을 상대로 무한경쟁을 하려다보니 부수적인 업무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아웃소싱 등으로 대처하여 인건비를 최대한 줄여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러한 방법으로도 부족한 기업은 중국이나 베트남 등으로 작업장을 옮겼는데, 주로 인건비를 줄이려는 목적이었음은 물론이다. 심지어 북한에 있는 개성공단으로 작업장을 옮긴 기업이 적지 않다. 지구상에서 가장 불확실하다는 북한정권의 약속을 믿고 인건비를 줄이겠다고 공장이전을 감행하는 기업들을 보면 한 푼의 비용이라도 줄여야 하는 처절한 몸부림을 느낄 수 있다. 기업들이 이러한 상황에서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친 결과 비정규직은 2001년 360만 명에서 2007년 548만 명(전체 근로자의 36.6%)으로 급격하게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던 것이다.

기간제 2년 제한은 세계적으로도 드물어

그런데 비정규직법은 이러한 경제여건을 부정하고, 2년이 지나면 일률적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의제하는 안이한 방법을 취했다. 비정규직, 나아가 실업을 해소하는 더 간단하고도 근원적인 처방이 있긴 하다. 국가가 모든 비정규직과 실업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이다. 일자리가 모자란다면 1명이면 충분한 작업장에 3명을 고용하여 일을 시키면 된다.

다만,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으로 임금을 주는 것은 아니므로 1명에게 줄 임금을 3명에게 나누어 줄 수밖에 없기는 하지만 이렇게 하면, 완전고용과 평등을 실현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사회를 공산주의라고 부른다. 이런 사회에서는 일을 열심히 하든 말든 고용과 임금이 보장되니 열심히 일할 이유가 없어서 생산성은 날로 떨어지고, 결국은 그 3명에게 주어진 1/3짜리 일자리도 보장할 수 없어서 붕괴되고 마는 현장을 우리는 20세기 말에 목격했다. 법으로는 단 하나의 일자리도 만들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채택한 기간제 2년 제한은 세계적으로도 그 예가 드물다. 기간제 고용을 2년으로 제한한 것은 독일 정도를 들 수 있다(다만, 창업시에는 4년이 가능하다). 벨기에와 네덜란드가 3년, 영국과 아일랜드가 4년, 헝가리가 5년임이다. 이와 달리 미국, 호주, 캐나다, 스위스, 체코, 덴마크, 폴란드, 오스트리아 등은 기간제 제한이 없다. 기간제 제한은 주로 사회주의적 전통이 강한 유럽의 몇몇 나라에서 도입하고 있고, 자유시장경제에 투철한 나라 중에는 그 예가 드물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기간제 제한에 관한 한 세계 ‘최첨단‘을 걷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도 비정규직법은 비정규직 근로자 중 소수의 정규직화, 다수의 실업자화라는 도저히 수용하기 어려운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기업에게도 손실일 뿐만 아니라 해고되는 비정규직에게는 치명적이다. 그러니 비정규직을 위한다는 법이 “비정규직을 잡는 법”이라는 말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바와 같이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이다. 현재와 같은 정규직을 의제하는 형태의 비정규직법은 비정규직 잡을 수밖에 없으니 유예기간으로 땜질처방을 할 것이 아니라 폐지해야 한다.

기간 유예는 땜질식 처방일 뿐, 폐지해야

그리고 비정규직 형태의 고용을 마냥 부정적으로 볼 것도 아니다. 기술과 산업구조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산업구조에서 비정규직은 자연스러운 고용형태일 수도 있다. 기업뿐만 아니라 근로자 개인에게도 때로는 비정규직이 바람직한 형태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정규직 근로자 중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을 선택한 사람이 51.5%나 차지하고 있고, 이들의 임금수준이 정규직의 90%에 육박하는 현상이 일어났을 터이다.

근로자 개인도 비정규직을 선택함으로써 고용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가 비정규직을 합리적으로 활용하면서 동시에 불합리한 비정규직의 억제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완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비정규직에 대한 불법적인 차별을 방치하거나 비정규직의 증가를 방임할 일은 아니다.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을 완화하고, 정규직과의 차별을 축소하고, 나아가 비정규직을 감소시키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다만, 지금의 비정규직법과 같이 법률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의제하는 것은 해법이 될 수 없다.

비정규직 해법은 우선,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직업능력을 개발시키는 것이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스스로 직업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부가 직업훈련, 정규직 전환 보조금 지원 등 재정지출을 통해 지원하는 것은 국민의 세금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이왕 지원하려면 직업훈련기회와 비용을 제공해 비정규직의 직업전환을 위한 개발에 지원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러한 해법은 한계가 있다. 정규직 일자리 자체가 증가하지 않는다면 정규직의 감소분을 비정규직이 보충하는 수준에 그치므로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처우 격차를 줄여서 기업으로 정규직으로 채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기업으로서도 이직률이 높고 생산성이 낮은 비정규직 고용이 바람직하지는 않으므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비용차이가 적을수록 비정규직 대신 정규직을 채용할 유인이 크다.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를 높이는 것이 이상적이겠지만 그렇게 해서는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니 정규직의 처우를 낮추는 수밖에 없다. 좋은 처우를 받는 대기업 정규직 위주로 구성된 민주노총이 입으로 비정규직 보호를 외치지만 스스로 기간제와 파견제 근로자에게 양보하는 연대의식을 발휘하지 않는 이상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설득력 있는 이유다. ■

이재교/ 법무법인 충정 변호사

저자소개: 이재교 교수는 광주지방법원, 대구지방법원, 인천지방법원 판사, 인하대학교 법대 교수를 역임했다. 미국 인디에나주립대학교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법무법인 충정 변호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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