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정상 거래 회피하는 ‘자유기업’

자유기업원 / 2009-11-27 / 조회: 2,101       한겨레21

[조계완의 시장 딴죽 걸기]
재벌들, 건설업체 두고 계열사 상품 내부거래… 툭하면 감세와 노조 규제 요구
 

   

» 재벌의 건설사가 짓는 아파트에는 계열사 제품이 독점 공급된다. 경기 군포시 산본동 주공1단지를 재건축한 ‘래미안 산본’. 삼성물산 건설부문 제공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출연한 자유기업원이라는 곳이 있다.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지키자’가 슬로건이다. 시장경제를 주창하는 사람들은 기업의 자유, 즉 ‘자유기업’을 시장경제의 또 다른 이름처럼 부르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가들은 정말로 자유경쟁 시장을 추구하는 것일까?

현대 경영학의 대가인 알프레드 챈들러 미 하버드대 교수는 기업 경영자가 시장경제를 움직이는 핵심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른바 ‘법인(경영자) 자본주의’다. 현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기업 조직이라는 ‘보이는 손’이 시장에서 공익을 달성하고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주도한다는 것이다. 챈들러는 경쟁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지 못한 다수의 자유로운 기업들을 상정했다. 경쟁을 통해 가장 낮은 비용으로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하는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이 자유기업 시장경제의 원리다.

우리나라 건설산업 쪽을 보자. 일반 건설업 중 건축 부문만 집계해도 2006년 현재 건설업 등록 기업은 무려 4만8890개에 이른다. 이 숫자만 보면 잠재적 진입자와 경쟁자들이 충분히 많고 진입과 퇴출 등 시장경쟁이 치열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재벌 대기업은 건설업을 영위하고 있다. 주력 업종이 제조업이든 금융업이든 유통업이든 불문하고 저마다 건설회사를 갖고 있다. 대기업이 영위하는 사업은 대부분 독과점 구조를 띠고 있는데, 이와 달리 경쟁이 치열할 것 같은 건설업체를 두고 있는 이유는 뭘까?

건설업체가 기업의 비자금 조성을 위한 정거장 구실을 해왔다는 점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건설회사는 재벌의 다른 계열사들이 생산하는 제품의 주요 수요자이기도 하다.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전자 자회사였던 노비타가 생산한 비데, 유·무선 전화기 등의 주요 수요처는 삼성물산이었다. 또 다른 삼성 계열사인 서울통신기술이 만드는 디지털 도어락도 생산물량 대부분이 삼성물산이 지은 아파트에 들어간다. <한국의 재벌>(송원근·이상호 지음, 나남출판 펴냄)에 따르면, 냉장고·에어컨·청소기 등 주택에 들어가는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삼성광주전자의 경우 이런 내부 상품 매출액이 2002년 1160억원으로 총매출액의 88.4%에 달했다. 시장에서 일반 판매되는 비중은 미미하다. 삼성이 비데나 도어락 상품광고를 거의 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건설회사를 두고 계열사 내부거래를 하는 건 LG·SK·현대·한화·롯데·두산 등도 마찬가지다. 시장에서 정상적인 가격경쟁을 하지 않고 계열사 내부거래만 해도 충분히 수익을 벌어들인다. 2000년 말 현대·삼성·LG·SK 등 4대 재벌기업 집단의 내부거래 비율은 총매출액 대비 40.2%나 됐다.

이를 두고 기업들은 ‘거래비용’ 때문이라고 항변할지 모른다. 시장거래를 하려면 계약 당사자를 서로 찾아야 하고, 의사소통을 하면서 정보를 교환해야 하고, 제품을 검사하고 계약서를 작성하고 변호사 자문도 받아야 하고, 계약 위반이 발생하면 소송도 해야 한다. 이런 엄청난 거래비용을 줄이기 위해 내부거래를 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실제 내부거래를 통해 얼마나 이득을 얻는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 계열사 간 상품 내부거래는 거래가격 등이 비밀에 부쳐지기 일쑤다. 거래 내역도 ‘관련 회사 등’ ‘기타 계열사 등’으로 기록하는 등 정확하게 공표하지 않는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같은 업종의 동업자들은 오락이나 기분 전환을 위해 만나는 경우에도 그들의 대화는 대중의 이익에 반대되는 음모나 가격 인상을 위한 모종의 책략으로 끝나게 된다”고 갈파했다. 업자들의 모임은 항상 조용히 그리고 비밀스럽게 진행된다. 한국의 재벌도 18세기 영국의 업자들처럼 시장경쟁보다는 내부거래와 담합을 통한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일까.

‘자유기업’을 외치는 한국의 기업들은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이 GM에도 도움이 되며 그 반대 역시 마찬가지”(1953년 GM의 회장 찰스 윌슨의 연설문)라고 흔히 주장한다. 그러면서 투자를 위해 파격적인 세금혜택을 달라고, 강성노조를 추상 같은 국법으로 다스려달라고 국가에 요구한다. 이윤을 보장해주지 않으면 공장을 해외로 옮겨 일자리를 줄여버리겠다며 ‘자본 도피’를 앞세워 경제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하지만 “세금혜택이 없어서 투자를 못하겠다”면 진정한 자유기업이랄 수 없다. 시장근본주의에서 일컫는 의미의 진짜 ‘자유기업’이라면 시장에서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조용히 시장을 떠날 뿐 세금이나 노조를 운운하지 말아야 한다. 무능한 자본만이 강성노조 타령을 한다.

냉혹하고 치열한 시장경쟁의 위험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일까. 자유기업을 주창하는 한국 기업가들은 국가 간섭으로부터의 자유만 외칠 뿐 시장에서의 정상적인 거래는 회피하는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하고 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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