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당장 돈 든다고 통일 논의 외면해야하나"

자유기업원 / 2010-09-26 / 조회: 1,068       데일리안

<이명박정부 화두 ´통일세´ 논의 현주소②>보수진영 ´조심´ 학계는 ´환영´
전문가들 "세금 말고 펀드 등 대체" 정통보수 "통일정책 급조될까 우려"

변윤재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제65주년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통일세’를 제안한 지 1개월여가 지났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처럼 막연히 미래의 결과물로 자연스럽게 오리라 생각했던 통일이 우리사회 내에서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통일세 제안에 발맞춰 통일연구원은 통일세에 대한 논의를 주제로 세미나를 여는 등 정부 여당에서는 이 대통령의 제안을 정책으로 현실화하기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단일민족으로서 헌법상 영토를 회복하고 민족적 동질성을 회복한다는 대의명분으로서의 통일에 대해서는 국민 대다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분단 반세기가 넘도록 남북이 대치하고 증오하는 악순환을 벗어날 수 있는 ‘청사진’으로서의 통일과 내일 혹은 가까운 시일 내에 닥칠 ‘통합으로서의 통일’은 또 다른 문제다. 통일세에 대한 여론은 더욱 미묘하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2009년 초 실시한 ‘국민통일여론조사’에서는 80% 이상이 통일이 중요하다고 대답했지만 통일에 수반되는 재정비용을 부담할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절반 정도만이 ‘의향 있다’고 답했다. 지난 16일 한반도선진화재단이 발표한 ‘선진화와 통일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에서도 79.3%가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나 ‘통일 이익에 비해 통일 비용이 크다’는 부정적 인식이 61.6%에 달했다.

지난 달 실시한 언론사별 여론조사에서도 통일세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의견은 23.2~39.2%에 그쳤다. 반면 반대의견은 최고 55.3~58.7%에 달해 부정적인 분위기가 강했다.

통일의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당장 재정지출을 가늠할 수 없는 미래의 ‘가치’에 적게는 수조에서 많게는 수백조에 이르는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이다. 
 

◇ 지난 9월 8일 평양 시내에 북한 정권 수립일(9월9일)을 기념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현수막 옆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 경로를 표시한 지도. ⓒ연합뉴스 

"통일 고민 지금이 아니면 시기를 놓친다"

학계에서는 ‘지금이 아니면 통일을 현실적으로 고민할 시기를 놓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불안정한 한반도의 정세를 유지, 관리하는 비용보다 통일로 얻을 이득이 더욱 큰 만큼, 진지하게 통일방안을 모색해보자는 얘기다.

통일세는 북한과 남한의 상황을 점검하고 예측 가능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지금이 논의를 활성화시킬 적기라는 게 학계의 의견이다.

3대 세습과 맞물려 북한 내부의 상황은 연일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급변사태와 관련한 준비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북한 고위층의 발언을 인용한 보도가 최근 급증, 내부의 권력누수나 세력 간 힘겨루기 등이 심화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은데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과 권력승계설, 악화된 경제사정과 주민들의 반감 등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면서 소극적인 분단관리에서 적극적인 통일관리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국방연구원 차두현 연구위원은 “지금 통일세 논의가 지나치게 ‘비용’과 ‘시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남북관계 경색이나 침체된 경제여건 등을 이유로 통일에 대한 논의 자체에 함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다.

학계에서는 장기정책으로서 통일세는 정권의 목표와 관계없이 진행돼야 하며, 범사회적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다만 방식에 있어서는 공론화 과정에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차두현 연구위원은 “정책은 거시적,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하는 문제”라면서 “‘통일세’는 하나의 담론으로서 받아들여야지, 꼭 그 방식만을 고수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재정규모가 없는 상황에서 미래를 예측한 세금을 내라는 건 결코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1990년 독일의 통일기금은 통일 후 실제 비용이 부과되면서 만든 것이므로 사정이 다르다는 것. 종부세와 같이 ‘정당하지 않은 세금’이라는 조세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치밀한 계산과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홍익대 김종석 교수도 “일단 통일이라는 추상적 화두를 사회적 의제로 던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 뒤 “통일비용을 ‘저축’하자는 개념을 어떻게 구체화하는지가 관건이다. 그러나 세수만으로 이를 충당한다는 생각을 유연하게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재정지출 계획으로 만들어 독일의 예처럼 ‘통일기금’을 조성하되 ‘통일채권’을 발행해 국민의 세 부담과 거부감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립대 윤창현 교수 역시 “특징적인 사건에 대응하는 식으로 정책을 짜는 건 한계가 있다”며 “통일은 시간의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재원을 마련하고 운용하는 폭넓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정권과 관계없이 안정적인 운용이 될 수 있도록 통일세 대신 ‘매칭펀드’를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월드뱅크 등과 같은 국제개발기구의 협력을 받아 우리 정부와 이들 기구가 지분을 나눌 경우 재정의 안정성과 신뢰성,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 이산가족 상봉 행사 논의를 위해 지난 9월 17일 오전 개성 자남산여관에서 열린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통일부 통일정책협력관인 김의도(오른쪽) 한적 남북교류실행위원과 북측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박용일 단장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햇볕정책 10년보다 못한 통일정책이 급조될 수 있다”

그러나 학계의 반응과 달리 보수우파 시민사회 진영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진보좌파 진영이 독점해 온 통일논의를 유연하고 다양하게 시작할 수 있게 됐다”며 환영의 뜻은 밝혔지만,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분위기다.

‘우리민족끼리’식의 감성적 통일론을 탈피하고 장기정책으로서 통일담론을 현실화하고 세우기 시작했다는 것은 높이 평가하지만, 감세를 주장했던 이들 진영에서 통일세 논의는 조세저항과 맞물려 있어 민감한 소재인데다 정부 차원에서의 실질적인 움직임도 미비한 탓이다.

특히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을 문제삼아왔던 보수우파 진영에게 통일세는 정책성 효율성과 투명성, 사회적 공감대 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통일담론에서 배제될 부담이 적지 않은 사안이다.

때문에 국면전환용 발언인지를 놓고 일단 진행상황을 관망하면서 결정하되, 전반적인 통일관리에 대한 것으로 외연을 확장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보수우파 진영의 싱크탱크 역할을 해 온 바른사회시민회의, 자유기업원, 한반도선진화재단 등의 경우, 현재 별도의 논의가 진행되진 않고 있다. “정부여당이 주도해서 나아갈 부분과 시민사회가 할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지켜보고 있다”고 신중한 태도를 취하면서 통일세에 국한되지 않은, 원론적 수준에서의 통일 공론화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햇볕정책에 강력히 반발해 온 정통보수는 회의적인 분위기가 적지 않다. 북한의 급변사태를 준비하기 위한 논의가 어떤 방식으로든 이뤄질 시기에 도달한 것은 분명하지만, 북한의 정권이나 체제를 인정하는 통일 논의가 얼마나 현실화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보수우파’ 정권으로서의 정체성과 실용주의를 표방한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다. 통일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권력구조상 중국식 개혁개방을 따르지 않을 것이 자명한 북한에 ‘비핵개방3000’을 제시했을 뿐, 통일에 대한 거대담론을 이끌거나 구체화하는데 난항을 겪었다.

이미 2008년 현 정부 출범 당시 북한인권 및 탈북자단체 등은 정부에 북한의 급변사태를 포함해 다양한 상황들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별도의 기구를 설치할 것을 요구했었으나, 이들의 목소리는 전향적으로 반영되지 못했다.

더욱이 천안함 폭침이 일어난 지 불과 5개월, 천안함 폭침의 주범으로 북한을 지목하고 이에 대한 국제적 차원에서의 제재를 강조해 북한이 강력히 반발하는 등 논의를 위한 여건은 전혀 성숙되지 못했는데 뜬금없는 이야기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이 대통령이 “지금 당장 (통일세를) 걷자는 것이 아니고 통일에 대비해서 마음의 준비를 하자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통일세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나 내용은 생략됐다. 이로 인해 진보좌파 진영에서는 ‘진지한 고민이 없는 제의용 제안’ ‘흡수통일 논리의 공론화’ 등으로 의구심을 나타냈고, 국내 여론도 싸늘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대북정책에 대해 뚜렷한 이상도, 목표도 보여주지 못한 현 정부에 대한 불신을 더욱 깊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부 정통보수 단체 관계자는 “햇볕정책 10년보다 못한 통일정책이 급조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 정통보수 단체 관계자는 “처음에 ‘너무 이 대통령이 성급했다’는 말이 많았다”며 “시간을 갖고 논의하자는 얘기에 불만은 상당히 줄어들었지만, 민생현안이 시급한 지금 꼭 이런 식의 논의가 필요하냐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단체 관계자는 “‘보수우파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얘길 해보자’는 제안이 있었지만, 향후 이 논의가 얼마나 진전될지 모르니 지켜보자는 입장들이라 (전체 논의는) 성사되지 못했다”며 “통일세에 대한 로드맵 등도 없으면서 이렇게 화두만 던질 경우 보수도 진보도 공감할 수 없는 모호한 정책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천안함 폭침으로 고조된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는 차원의 ‘위기관리’ 측면의 발언이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정통보수 단체 관계자는 “G20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북한의 비위를 맞추려는 고육지책에서 나온 거 아니겠느냐는 시각이 강하다”고 말했다.

보수우파 시민사회 진영에서 가장 적극적인 것은 북한인권 및 탈북자 단체들이다. 이들 단체는 ‘통일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개혁개방에 대한 압력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여타 시민사회 단체들처럼 지금보다 장기적인 정책을 집행·운영하기 위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했다.

선진통일교육센터 도희윤 대표는 “통일은 공동체 모두의 문제이므로, 책임의식과 부담을 함께 나눠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통일세는 북한에 대한 방법론이자 접근법이기도 하다. 좀더 세련된 방식이 아니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 역시 “남북경제교류나 협력, 문화교류 등을 촉진시켜 폐쇄된 사회를 여는 계기라 될 것”이라며 “통일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논의가 될 텐데, 여론을 형성하고 설득하는 작업이 미비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사)북한전략센터 김광인 소장은 “이 대통령의 말은 ‘통일이 곧 오니 준비하자’라는 문제제기였다”며 “정부정책에 간섭하는 인상을 줄까 시민사회진영에서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게 아쉽다. 범사회적으로 모두 나서야 하기 때문에 시민사회단체들도 이 논의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데일리안 = 변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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