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싱크탱크 광장] 직선토론: 자유와 책임 ①

자유기업원 / 2011-05-18 / 조회: 1,255       한겨레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김정호 “기업들 수익 높인다면 반대할 이유 없지만 착한기업 되라는 식은 기업 활력 잃게 한다”

이원재 “국민이 낸 돈으로 운용 사회적 책임 의무 커 건전한 기업 만드는게 높은 수익률과도 직결”

사회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논란은 재벌(대기업 집단)과 청와대의 갈등이 깊어지는 와중에 불거졌다. 가장 자본주의적인 방법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걸 거부하는 것은 반시장적으로 비칠 수 있다. 순환출자를 통한 총수의 지배권 행사, 경영권 승계, 하청업체와의 갑을 관계 등을 볼 때 우리 재벌이 시장 친화적인 집단이라 볼 수 있나?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재벌의 관료주의 얘기를 했는데, 조직 내부는 시장원리가 작동하지 않는다. 재벌 조직은 규모가 크다 보니 위계질서가 더 강하다. 예전부터 강했고, 차츰 시장원리가 들어와 관료주의가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최고경영자(CEO)란 어차피 100% 지배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그건 지분이 0%라도 마찬가지다. 경영권의 본질이 그렇다. 문제는 교체 가능성인데, 지금 우리는 교체 가능성에 문제가 있다. 경영권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그 부분이 작동해야 할 거라고 생각한다. 오너도 더 큰 오너가 나오면 얼마든지 교체될 수 있는 풍토가 만들어져야 하고, 또 만들어지지 않겠는가. 지금도 외국인 주주가 많아서 그 사람들이 마음만 먹으면 교체할 수 있다.

»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
먼저 지배구조 측면에서 보자. 자본시장에서 주주에게는 ‘시장 친화적이냐’가 지배구조와 관련한 이슈다. 재벌들이 법적인 수단을 동원해서 자식한테 상속해주기 위해 노력해왔고 많은 부분 성공했는데, 이는 시장 친화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시장 친화적 오너라면 자식에게 경영을 시켜서 주주가 좋아하면 그대로 가고 그렇지 않으면 말았을 것이다. 기업들이 급속히 성장했기 때문에 외부 주주가 훨씬 많은데, 순환출자 등 편법을 통해 그들의 영향력을 방어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또 하나는 협력업체와 관련된 이슈다. 사실 현대자동차·삼성전자 등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것은 상당 부분 협력업체가 경쟁력 있는 부품을 제공했기 때문인데, 나중에 그 이익이 (협력업체) 생태계로 잘 흘러갔다고 말하기 어렵다. 지금은 그마저도 2세에게 승계하는 수단으로 삼아 대규모 부품 자회사를 만들어 거기에 물량을 몰아주는 등 확산 가능성을 차단한다. 이 두가지 면에서 재벌은 시장 친화적이지 않다.

협력업체 문제는 1차냐 2·3차 협력업체냐를 잘 따져봐야 한다. 재벌이 직접 돈을 지급하는 곳은 1차 협력업체다. 그리고 많은 경우 1차는 상당히 잘됐고 지금도 잘되고 있다. 또 외국에 진출할 때 1차와는 동반 진출한다. 2·3차로 내려가면 협력업체가 수천개인데, 그들에 대해서는 원청 대기업이 어찌할 수 없다. 실증적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상속 문제는 굉장히 복잡한데, 우리 사회에서 자식에게 전세·결혼자금 주는 게 굉장한 증여지만 증여세 내는 사람은 없다. 우리가 상속을 대하는 전반적인 태도가 그렇다는 것이다. 재벌 오너가 특별한 사람은 아니고, 그냥 우리 사회의 똑같은 사람이다. 돈을 많이 갖게 된 사람이지만 남들과 비슷한 생각을 한다. 그런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만약 재벌 오너가 어떤 기업의 인사권조차 행사 안 하고 배당만 받는 지배주주일 때 그 회사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 아마도 제일 걱정되는 것은 전문경영인이 그 회사를 채갈까 하는 것이다. 그게 나만의 상상은 아닐 것으로 본다. 전문경영자가 행사하는 경영권이 오너의 권리를 어느 정도까지 보장해줄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된다면 상당히 많은 오너가 지분만 인수하고 경영은 안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회 이런 논의를 할 때마다 드는 생각은 국가 또는 정부가 시장의 영역에 어느 정도 개입해야 하나, 또 시민사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하는 데 대한 생각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국가·시장·시민사회는 어떤 모습인가?

한국 사회는 국가와 시장이 굉장히 비대하다. 비대하다는 것은 상대적 개념인데, 사회가 왜소하다는 의미이다. 국가가 비대한 데 비해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투표권자가 관료를 통제하기 어렵고, 기업의 힘, 특히 일부 대기업의 힘이 커서 그 기업에 이해관계를 갖는 지역사회·임직원·소비자·주주 등도 상당한 이해관계가 있음에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재벌-협력업체의 가치 사슬에서 이익을 내면서도 과실은 소수 재벌에 집중된다. 상대적으로 왜소화된 시민사회, 소비자, 노동조합, 환경이나 인권을 대표하는 비정부단체(NGO), 지역사회 커뮤니티가 힘이 세질 필요가 있다. 이 힘의 균형이 맞춰져야 국가와 소수 대기업에 몰려 있는 자원이 분배되며 경제성장률에 걸맞은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나는 우리 사회가 굉장히 민주화되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민주화된 게 가정이다. 또한 남자들 어울리는 술자리, 아주머니들 계모임, 여행모임 같은 비공식적인 사회가 굉장히 큰 것 같다. 거기서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그런데 그런 비공식적인 관계와 공식적인 관계 사이에 괴리가 있어 잘 합쳐지지 않는 것 같다. 서양 사람처럼 정색을 하면서 공식적으로 만나서 이뤄지는 사회는 아직 잘 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는 이 소장의 말에는 동의하나, 그렇게 가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재벌들도 상당히 민주화가 되었다. 마찬가지로 (대기업-중소기업의) 갑과 을 사이도 합리적으로 변해 있다. 갑의 횡포도 있지만, 대기업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전반적 흐름 속에서 같이 존재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사회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시장원리가 구석구석 퍼지면서 기업의 힘이 과도하게 팽창했다는 지적도 있는데?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의 큰 변화는 국가와 기업의 관계가 크게 변한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개발연대 이후 ‘견제와 균형’이 있었다면 재벌, 즉 대기업 집단과 국가 간의 관계였을 것이다. 둘이 협력하고 견제해왔는데, 외환위기 이후 이게 무너진 것이다. 갑자기 국가가 쓸 수 있는 수단이 확 줄어든 게 외환위기 이후 질서라고 본다. 지금은 대통령이라 해도 쓸 수 있는 정책수단이 적다. 균형추가 무너졌어도 튼튼한 사회가 있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렇지도 못한 상황에서 국가의 정책수단만 확 줄어드니 시장에서 성공해 강자가 되면 누구도 견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외환위기 이후 큰 흐름은 크게 두가지였던 것 같다. 하나는 개방 폭이 넓어졌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기업이 망하게 두었다는 것이다. 특히 재벌이 망하게 그냥 둔 것이다. 대마불사가 문제였다고 말했는데, 그게 깨진 것이다. 국가라기보다는 정부라고 하고 싶은데, 기업에 대한 정부의 힘이 떨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건 역설적이게도 기업을 굉장히 불안하게 했다. 그 전까지는 정부를 믿으면 망하지 않았는데, 외환위기 이후에는 ‘정부도 내가 망하는 것을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외환위기 전에는 기업에 대한 시장의 견제력이 크지 않았지만 이후에는 기업에 대한 자본시장과 소비시장의 견제력이 확실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업은 오히려 힘이 줄었을 수도 있다. 옛날에는 대통령을 통해서 어떻게 해볼 수 있었는데, 이젠 소비자나 투자자에게 잘 보이지 않으면 버텨낼 방법이 없다.

선별 복지냐, 보편 복지냐

이원재 “복지 늘면 생산성 하락? 안전망이 혁신 부를수도…비용 부담이 문제되지만 감당할 수준부터 출발을”

김정호 “가난한 사람 지원 당연 하지만 공짜복지는 곤란 세금 내려 일한다면 근로의욕 생기겠나”

사회 최근 우리 사회의 관심사항인 복지에 대해 얘기해 보자. 복지를 국민의 권리로 보는 의견과 잔여적으로 접근하는 시각이 대립하는 양상인데, 국가나 정치가 개인의 삶을 어느 정도 책임져야 하는가?

김 우리도 복지를 생각할 때가 됐다. 그런데 어떤 복지냐가 문제다. 가난한 사람을 돕느냐 아니면 모든 사람이 공짜로 사느냐, 그건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한다. 그런데 다 같이 공짜로 살자는 것은 문제가 있다. 왜 잘사는 사람, 중산층이 자기 주머니에서 돈을 꺼냈다 다시 받는가. 공무원만 살찌게 하는 그런 일을 할 필요가 뭐 있는가.

기업가 정신을 얘기할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통상 시장경제가 발달하고 경쟁이 치열할 때 기업가 정신이 많이 발달할 것 같지만 꼭 그것만은 아니란 것이다. 벤처나 중소기업 등 자기 사업을 하려는 사람에게 가장 큰 위험은 사업이 망할 때 노숙인이 되거나 가정파탄이 되거나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이다. 이분들이 한국 사회의 복지가 어느 정도 되어서 우리가 뭘 하다 실패해도 최소한 이 정도는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활수준이 조금만 높아지면, 조금 위험하더라도 이 사업을 시도하겠다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한국 사회는 이런 생활수준이 너무 낮고 더군다나 시장에 들어가도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기업가 정신이 발현이 잘 안 되는 것이다. 복지를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서 기업가 정신도 발현되거나 안 되거나 하는 것이니까 모든 게 얽혀 있다는 걸 생각하고, 다만 복지를 어느 정도 수준에서 짤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정도의 문제이긴 하나 개념적으로는 상당히 다르다. 사유재산과 개인의 영역, 시민의 영역, 국민의 영역을 따질 때 나는 최소 단위의 것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본다. 최소 단위의 사람들이 자기 돈을 내서 집단결정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늘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다. 결정권을 가지려면 돈도 같이 내라는 것이다. (이 소장은) 그냥 태어났기 때문에 나는 이 사회에서 권리를 갖고 있는 것이란 입장을 가진 것 아닌가. 나는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회에서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보편적 복지에 대해 걱정인 것은 근로의욕이다. 스웨덴 경제학자 군나르 뮈르달은 스웨덴 복지제도와 관련해 스웨덴의 청교도적 근로의식이 확실해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청교도적 근로의욕이 있을까. 돈을 받지 않아도 세금을 내기 위해서 일할 수 있을까. 스웨덴도 잘 안 된 것 아닌가.

복지가 늘면 근로의욕과 생산성이 줄어든다는 것은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사람이 당근으로 잘 움직이냐, 채찍으로 잘 움직이냐 하는 근본적 문제인데, 현실적으로 양면이 다 있다. 사회 안전망이 혁신을 부를 수도 있고 거기에 의존해서 일을 안 할 수도 있다. 예단할 수 없기 때문에 복지수준을 높여서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게 옳다면 일단 만들고 그 위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걸 고민하는 게 맞다고 본다. 물론 비용 부담이 문제지만,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있다면 그 수준의 복지는 일단 이룩하고 그 위에서 근로의욕을 어떻게 높일지를 생각해야 한다.

사회 전초전치고는 꽤 열띤 토론인 것 같다. 제목에 ‘자유와 책임’이 들어가는 이 토론이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할지를 말해달라.

자유는 굉장히 중요하다. 특히 개인이나 작은 집단처럼 상대적으로 제도 앞에 약해질 수밖에 없는 주체에게 자유가 중요하다. 단 자유가 지켜지기 위해 책임이 필요하다. 왜소한 집단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거대한 집단, 즉 한국 사회에서는 국가와 기업의 책임이 중요하다. 그게 궁극적으로 개인과 소집단의 자유를 지켜줄 것이다. 자유와 책임을 놓고 한국 경제를 관통하는 여러 주제에 대해 생산적인 대화가 되길 바란다.

우리도 자유를 누렸으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생각의 차이는 그 책임을 누가 지느냐에 있다고 본다. 나는 자유를 누린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다. 그러니까 개별적 책임이다. 사회적 책임이 됐을 경우 그게 잘못하면 자유를 누리는 입장에서는 무책임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이게 차이다. 앞으로 이 토론이 차이점을 드러내는 것도 좋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서로 사귀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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