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CEO 이름을 기밀처럼 다루는 회사의 비밀

자유기업원 / 2011-07-01 / 조회: 1,169       시사in
 
얼마 전, 한국 500대 기업의 CEO를 하나하나 살펴볼 일이 있었다. 이상했다. 같은 이름이 반복해서 나왔다. 같은 성도 거듭 등장했다. 500대 기업의 대표이사인데도 대표성이 떨어지는 CEO가 적지 않았다. 하위권으로 갈수록 기업들이 최고경영자가 누구인지 밝히려 들지 않았다. 재벌 탓이었다. 500대 기업을 몇몇 재벌이 분점하고 있어서였다.

주인이 따로 있는 회사의 전문경영인은 허울 좋은 최고경영자일 뿐이다. 이름만 달랐지 촌수를 따져보면 재벌 친족 기업인 경우도 많았다. 그런 기업은 CEO의 이름을 기업 기밀처럼 다뤘다. 재벌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덩굴 뿌리처럼 넓고 깊게 퍼져 있었다. 케네스 갤브레이스 교수는 1967년 <새로운 산업국가>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미국은 자비로운 형태로 위장한 독점적 기업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지금 한국 사회에도 적용할 수 있는 비판이다.


‘비즈니스’와는 친구가 될 수 없음을 깨달은 MB 정부


   
얼마 전 자유기업원은 18대 국회의원의 친(親)시장 성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법안에 따라 의원들의 투표 성향을 간추려서 이념 분석을 했다. 결국 친기업 성향이다. 기업은 정치를 상시 감시할 만큼 대단해졌다. 애초에 이명박 정부가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주창하고 나선 것도 따지고 보면 비즈니스와 친구 먹지 않으면 나라 운영이 안 되기 때문이었다. 이제 와서 태도가 돌변한 것도 비즈니스와는 도저히 친구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앞선 정권들처럼 이명박 정부도 재벌과의 전쟁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전쟁의 양상은 기껏 동네 말싸움 수준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는 진작에 스스로를 무장해제시켜 버렸다.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했고 지주회사 규제를 다 풀었다. 이제 와서 동원하는 정책 수단이 대포는 내버리고 딱총 쏘아대는 격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길 수 없다. 재벌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20대 재벌 회장을 모아놓고 훈화 좀 한다고 이길 수 있는 싸움이 아니다. 500대 기업 여기저기에 감춰진 숨은 재벌이 진짜 싸울 상대다. 그들은 스스로를 드러내지도, 무언가를 책임지지도 않는다.

필패 요인은 또 있다. 한국이 이미 기업 사회로 진입해버렸기 때문이다. 기업 사회는 단순히 기업이 득세하는 세상을 일컫는 말이 아니다. 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기업의 논리로 생각하고 사고하는 세상이다. 경쟁과 효율과 결과가 최우선된다. 바깥에서는 학생들이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는 대학교가 너무 많다는 뚱딴지 같은 대답부터 내놓았다. 이참에 대학 수를 줄이고 젊은이를 공장에서 일할 기술자로 키워야 한다고 논의했다. 대학을 기업에서 일할 일꾼을 키우는 곳 정도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이다. 저출산 현상에 대한 사회적 고민도 노동인구가 감소하고 있다는 경제 걱정에서 비롯됐다. 기업적 사고방식이 사회 구석구석 스며든 결과다. 지금 한국은 대통령 CEO를 가진 (주)대한민국이다.

기업적 사고방식은 우리 안의 모순이다. 재벌을 비판하면서도 총수 일가의 옷차림을 유행으로 받든다. 이제 재벌은 스스로를 아이콘화해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스스로 효율성과 성과를 최우선하는 사고방식을 내면화한다. 그러다보면 논리적인 귀결로 효율적인 대기업을 두둔하게 된다. 정치는 국민을 따라간다. 국민이 기업처럼 생각하는 한 정부는 기업을 이길 수 없다. 정치의 패배는 필연이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경제학과 마이클 페렐먼 교수는 <기업권력의 시대>에서 이렇게 썼다. “우리의 운명은 이제 시장의 공정한 무정부성에 맡겨지게 됐다.” 일찍이 마거릿 대처는 단언했다. 신자유주의 외에 “대안은 없다”라고. 아니, 대안은 있다. 우리가 찾지 않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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