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내 세금낭비 스톱!] 포퓰리즘 반대 시민단체연합 추진

자유기업원 / 2011-07-24 / 조회: 1,066       오마이뉴스

우리의 삶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낱낱의 사건들. 그 사건들 속에서 하나의 흐름을 발견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때로는 지나친 확대 해석과 단순화가 아닐까 우려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오랜 기간 어떤 분야에 발을 담그고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다보면 확대와 단순화가 아니라고 자신할 만한 하나의 흐름을 발견해낼 수 있다.

 

요즘 교과서 개정과 관련해 교육계, 특히 사회과에선 논쟁이 한창이다. 그런데 이 중 경제 교과와 관련한 논쟁 이면에는 특별한 흐름이 존재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경제 교과와 관련해 어떤 특별한 흐름이 치밀하고 고요하면서도 체계적으로 진행되어왔고 그 흐름이 본격적으로 제 몸을 드러냈을 때 비로소 논쟁이 불거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마 나의 개인적인 경험 탓도 클 것이다.

 

‘경제교육에서 중국이 더 자본주의‘, 사실이 아니다

 

우연한 기회에 1년을 중국의 한국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돌아온 2006년 2월, 자유기업원의 대학생 논문 공모 관련 기사들이 연일 실리고 있었다. 중국 땅을 일년이나 밟고 있었으니 중국 관련 기사는 모두 나의 관심을 끌었는데 그 기사는 관심을 넘어 의혹이 일게 했다.

 

최우수상을 받은 논문 내용에 관한 기사들의 제목은 ‘경제교육에서는 중국이 더 자본주의적‘, ‘중국 학생들, 한국보다 더 자본주의적‘ 등 이었다. 기사들을 보자마자 나는 책장을 뒤졌다. 한국에 들어올 때 중국에서 출판된 사회과 교과서는 학교급을 초월해 모조리 사들고 왔으니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이런. 그 논문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었다.

 

78년 개혁, 개방 이후 중국 변화 상황에 발맞추어 중국은 자본주의적 요소들을 받아들이면서 경제 교과서에서도 변화를 꾀하였다. 하지만, 중국이 추구하는 것은 ‘완전한‘ 자본주의 체제가 아니다. 자본주의적 요소를 가미한 중국식 사회시장주의이다. 때문에 중국에서 자본주의가 도입되는 모습을 ‘사회주의의 포기, 사회주의의 붕괴‘로 받아들이며 섣불리 인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실제로 직접 내 눈으로 양적, 질적 비교를 해봤을 때 모 대학의 학생들이 자유주의기업원에서 주최한 연수에 참가, 작성한 논문, <한국의 반시장적 국민 정서의 원인 규명>이란 논문은 중국 교과서에서 아직 소수에 불과한 ‘자본주의적 요소‘들만을 모아 "중국의 경제 교육은 시장경제를 추구한다"라는 주장을 폈고, 반대로 한국의 경제 교과서에서 ‘수정 자본주의적 요소‘들만을 모아 "한국의 경제 교육은 반시장적이다"라고 서술하는 억지를 부리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중국은 여전히 맑시즘에 기반한 사회주의적 경제 교과서를 유지하고 있었고 이에 비해 우리의 경제 교과서는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하되 소득분배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 경제에서 노동의 역할 등을 가미한 사회적 시장경제를 추구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중국의 교과서를 들먹이며 ‘중국의 교과서는 (우리보다) 자본주의를 추구하고 있다‘는 섣부른 주장을 하려는 이들이 품고 있는 속내가 나는 의심스럽기 그지 없었다.

 

어쨌든 이 논문은 대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단순히 ‘대상 수상‘만으로 그치지 않고 조선, 중앙, 동아, 한경 등 수많은 언론매체에서는 이 논문의 부분 부분을 인용하며 ‘양 국가의 경제 교과서를 비교 분석한 결과 한국이 중국보다 더 사회주의적이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것은 2003년 <월간 조선>이 한 교수의 글을 인용하여 "일부 한국근현대사 교과서가 전교조 교사들에 의해 서술되어 친북적 성향을 띠고 있다"며 파장을 일으킨 것을 시작으로 이후 제 경제 단체들과 서울대 이영훈 교수를 비롯한 보수 세력이 "경제 교과서가 사회주의적이다"고 주장한 이른바 ‘교과서 사상 검증 작업‘과 무관하지 않아 보였다.

 

잘못된 분석 일색인 논문을 수많은 언론이 ‘적극 활용‘하여 ‘한국 경제 교과서는 사회주의적, 중국 경제 교과서는 자본주의적‘이라는 기사와 칼럼을 실은 것은 어쩌면 언론매체에서 인용한 논문에는 그 자체의 ‘학문적 가치‘보다, 우리 사회의 보수 세력, 자본가 집단이 활용할 만한 ‘정치적 가치‘가 크기 때문이라는 의심이 일기 충분했던 것이다. 

 

당시 나는 이런 생각들을 한 편의 글로 작성하고, 다시 내가 쓴 책에 담아내며 간접적으로나마 자유기업원이 대학생 논문 수상을 통해, 또 보수 언론이 그 논문 수상을 통해 추구하는 게 무엇인지 드러내고자 했다.

 

그리고 2007년 교육부와 재계가 우리 교과서가 반시장적이라며 새로운 친시장적 교과서를 제작, 일선에 배부하겠다는 계획에 우려를 제기하며 글을 정리했었다. 자본(기업)의 가치, 노동의 가치, 환경의 가치… 등 제 가치들이 모두 다 중요하니 이들 가치들을 제대로 평가하여 균형 있게 담아내기 위해 교과서는 신자유주의 쪽 경제학 교수, 교사뿐 아니라 제 집단의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야 하거늘, 오로지 재계, 즉 자본가라는 하나의 이익집단의 가치만을 교과서에 담고자 한다면 그 교과서는 삐뚤어지는 것이 당연할테니 말이다.

 

자유방임시장 제어할 요소가 모두 사라진 경제 교과서 구성안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2007년에 당시 근무하던 학교로 교육부와 전경련이 제작한 검인정 경제 교과서가 배부되었다. 역시나 예상대로 친시장적, 친기업적 색깔이 고스란히 배어있었다. 그래도 나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믿었다. 아이들의 피부에 와닿는 수업은 정규 경제 교과서만을 근간으로 하니 이렇게 전경련의 검인정 교과서가 흩뿌려져도 별 의미없단 생각에 그랬다. 그런데 나의 ‘다행‘은 지극히 순진한 것이었나보다. 새로이 개정되는 정규 경제 교과서의 구성안을 보는 순간, 나는 아찔하고 또 어지러웠다. 소득재분배, 기업의 사회적 역할, 시장의 한계와 국가의 역할, 경제 주체와 노동 등 자유방임시장을 제어할 수 있는 사회시장경제적 요소들이 모두 사라진 경제 교과서 구성안은 차라리 악몽에 가까웠다.

 

알튀세르는 ‘학교란 이데올로기적 국가기구다‘라고 말한 바 있다. 지배계급이 강압적 수단으로 경찰과 군대를 이용한다면, 사상과 교육의 수단으로 학교를 이용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지배계급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아 학교에서 수업하고 지도하도록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인 것이다. 영어, 수학, 과학 같은 교과와 관련해 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할지 모르지만 사회 교과와 관련해서만큼은 그렇지 않다.

 

교과서는 언뜻 보기에 ‘가치중립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더 예리해진다면 교과서 속에 숨겨진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나는 초등학교 사회 시간에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정당성과 진행 과정을 자세히 배웠다. 군사 정권 시대에는 ‘빵을 크게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빵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만든다‘는 가치가 교과서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던 거다.

 

당시의 ‘선 성장 후 분배‘ 중심의 개발독재정권의 가치를 초등학교 시절에 내가 그리도 열심히, 또 아무 생각 없이 공부했단 사실은 다시 생각해도 소름끼치는 일이다. 그런데 지금은 시장이 만능이고, 시장은 아무 문제가 없으며 노동과 기업의 사회적 역할일랑 굳이 고민할 필요없다는 방향으로 우리 경제 교과서가 다시 쓰이고 있다.

 

이런 교과서로, 이런 교육과정으로 공부하는 우리 학생들이 시간이 흘러 다시금 중고등학교 시절을 돌아볼 때 과연 그 교육이 공정하고 정의로웠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공부하던,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편향되고 모순적이었는가를 깨닫고 소름 돋았던 과거의 나처럼, 우리 아이들도 ‘왜 나는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만능이라고 배운거야!‘라고 소리치지 않을 수 있을까?

 

개정 경제 교과서에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시장의 문제와 제어장치가 축소, 삭제되는 것 외에 금융에 대한 단원이 새로이 추가된다. 이에 대해 ‘아이들이 왜 주식 투자를 공부하고 재태크 방법을 벌써부터 배워야 하느냐‘는 식의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지만 사실 나는 여기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피부에 와닿는, 현실적인 경제 교육이 사실상 부족했고 그래서 경제 교과를 배웠다해도 합리적인 경제 생활에 대한 자신감을 갖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었다.

 

하지만 삭제된 부분이 하필 재계로서는 언짢은 내용들 일색이기 때문에 나는 새로이 추가된 단원조차 그 추가의 의도가 자꾸만 의심스러워진다. 정말로 우리 아이들이 합리적인 경제인으로 세상을 살아나가길 원하기에 이 단원이 추가된 것일지 아니면 보다 펀드와 주식투자에 관심을 갖기를 원해 추가된 것인지 말이다. 

 

마지막으로 고백하자면, 나는 지난 2006년 중국의 사회교과서와 우리의 그것을 비교하며 전경련 등 재계에서 교육과정에 압력을 행사하기 시작하는 모습에 우려를 제기한 이래 경제 교과서에 관심을 가진 일이 없었다.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과정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내 학급 아이 한 명 한 명을 챙기고 하루 하루의 수업을 해나가기에 정신이 없다는 게 핑계라면 핑계다. 아니, 핑계는 또 있다.

 

선진국들과 달리 대한민국 교사들은 교사로서 지녀야할 세 가지 권리 중 하나가 없다. 즉, 교육과정 편성권(교과서의 순서를 바꿔 가르칠 권리)과 교육방법 선택권(강의식, 토론식 등 수업 방법을 선택할 권리)은 있지만 교육과정 구성권(교육과정 자체를 만드는 것, 즉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그 자체를 정할 권리)이라는 가장 본질적인 교육의 권리는 지니지 못한다.

 

어쩌면 이 때문에 나를 비롯한 많은 교사들이 교육과정이 어떤 식으로 새로이 구성되건 그건 우리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해왔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 아니 경제 교과서의 새로운 단원들을 눈으로 확인한 이틀 전부터 나의 마음속에는 끊임없이 후회가 밀려든다. ‘일이 이렇게 되기 전에 무언가 했어야 했는데‘라는. 최초에 나는 그 흐름를 분명히 엿보았다. 하지만 그 흐름의 조짐을 엿보았을 때 그것을 멈추기 위해 무엇이라도 했어야 했지만 나는 하지 못했다. 아….

 

 ‘지금에 와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일까?‘

 ‘교육과정 구성권조차 없는 대한민국 교사로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일까?‘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개정 경제 교과서에 반대하는 선생님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내일이라도 나는 그 분들에게 연락을 해 함께 힘을 모아보고 싶다. 교육은 특정 집단을 위한 것이 아니라, 되도록 많은 사람들의 되도록 공정한 삶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니. 더더욱 사회과 교육은 그래야 하는 것이니.

 

참고로 내가 쓴 <나 홀로 조기유학, 절대로 가지 마라>(아이필드, 2007년)에 실었던 중국 사회 교과서와 한국 사회 교과서의 비교에 대한 글의 일부를 여기에 소개한다.

 

지난 12월, 재정경제부, 한국은행,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KDI경제정보센터 등 5개 기관은 경제학자들에게 의뢰하여 초중고 경제 관련 교과서 114종을 분석한 결과, 무려 446곳이나 수정이 필요하며 이 중에서 편향적 시각이나 비주류적 해석이 23건, 시장경제에 대한 부정적 인상을 줄 수 있는 서술이 19건이나 들어 있다고 발표했다. 뒤이어 이들 경제 단체들은 교육부와 함께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에 적합한 교과서 작성 작업에 착수, 2007년부터 배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때 아닌 교과서 논쟁. 그런데 이번에는 신문마다 "중국이 한국 보다 제대로 경제를 가르친다"는 주장을 펼쳤다. ‘중국 학생, 한국보다 더 자본주의적‘(2006년 3월 1일, 중앙일보)‘, ‘경제 교육에선 자본주의 중국, 사회주의 한국‘(2006년 3월 1일, 조선일보 사설) 등의 제목으로 여러 신문에서 한국 경제 교과서를 비판했고 이에 대한 근거로 논문 한 편을 제시했다. 그것은 자유주의기업원에서 주최한 ‘제1회 해외경제체험‘ 관련 논문 공모에서 대상을 수상한 <한국의 반시장적 국민 정서의 원인 규명>이라는 논문이었다.

 

사회과를 담당하고 있는 나. 지난 1년 동안 중국의 한국학교에서 근무하며 중국의 경제 교과서들도 구해 읽어보았다. 그러니 당연히 나는 이 언론 보도에 관심이 생겼다.

 

‘정말 중국 경제 교과서가 우리보다 더 나은 걸까? 대체 어떤 차이가 있길래 중국에 비해 우리 경제 교과서는 엉터리라고 하는 거지?‘

 

당장 자유기업원 사이트에 접속, 해당 논문을 다운 받았다. 다음엔 논문에 쓰인 몇 가지 분석틀에 빗대 나도 한중 경제 교과서 비교 들어가보기. 오른쪽엔 한국 경제 교과서, <경제>들(5개 출판사에서 나왔기 때문에 <경제> 교과서는 5권)을 놓고 왼쪽엔 중국 경제 교과서, 1학년 <사상정치> (상) (하)를 놓고 나는 ‘작업‘에 들어갔다.

 

중국은 우리보다 경제 교육을 강조한다?

 

국가별 교과서 비교 논문은 대체로 내용 요소들의 구성과 비중에 대한 ‘양적 비교‘ 부터 시작한다. 이 논문 역시 초중고 사회 교과서들 중 경제 관련 내용이 얼마만큼인가 하는 것부터 비교했다. 결론은 중국이 한국보다 경제 관련 내용 비중이 더 높다는 것. 그러니 중국이 보다 바람직한 경제교육을 한다는 거다.

 

양적 비교 자체만을 놓고 보자면 이 분석이 완전히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중국은 초등학교 <품덕과 사회> 4학년 과정에서 8개 단원 중 2개 단원을, 중학교 <역사와 사회> 7학년 한 단원과 9학년 한 단원을 경제과 관련 내용으로 구성하고 있다. 한국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배우는 <사회> 교과서 중 4학년과 5학년 과정이 경제 관련 내용이며,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국민공통교육과정)에서 10%가 경제과 내용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중국과 한국 경제 교과서에 별반 차이가 없거나 한국이 중국보다 경제 관련 내용을 좀더 강조하고 있어 보인다.

 

하지만,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한국에서는 <경제> 교과가 선택 과목이기 때문에 그것을 ‘선택‘한 학생들만 배우게 되는 반면, 중국에서는 <경제> 교과가 고중(고등학교) 1학년 필수과목으로 ‘모든‘ 학생들이 배우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교과서에 경제 관련 내용 비율이 적다고 해서 논문의 주장처럼 그것이 곧 반시장적 정서를 조성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반시장적 정서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경제 관련 내용의 ‘양‘이 아니라 ‘질‘이다. 질적 측면, 내용 측면의 비교는 뒤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중국의 경제 교과서는 전체 49개 소단원들 중 맑시즘에 바탕을 두거나 사회주의적 요소가 있는 소단원이 대부분으로 시장경제 고유의 내용만을 다루고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즉, 전체 48개 소주제 중 체제와 무관한 경제적 내용이 단긴 소단원은 7개, 중국 사회주의 체제와 관련한 독특한 소단원은 30개, 시장경제적 내용이 담긴 소단원은 11개이다. 물론, 이 같은 나의 분류는 경제학과 교수, 교사들의 더 많은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설득력을 얻겠지만, 적어도 중국 경제 교과서가 시장 경제적 내용 일색은 아니란 소리다.

 

한편, 논문은 한국이 중국에 비해 경제 교육이 소홀하다며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렇게 될 경우 사회과의 다른 선택 과목 관련 분야의 종사자들도 할 말이 많아진다. 만일 <경제>만이 ‘필수‘ 교과가 된다면 역사학자들은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를, 변호사들은 <법과사회> 교과서를 ‘선택‘한 학생들만 그 과목을 접한다며 불평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사회과 교육은 많은 과목들을 전문적으로 세분화하여 학생들이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7차 교육과정의 ‘학생 중심 교육‘을 실현하는 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경제 교과가 필수 교과가 아니라고 무조건 비난하는 것은 한중 두 나라 교육 체제의 차이를 전혀 인정하지 않은 잘못된 비교이다.

 

한국은 경제 원리와 개념을 체계적으로 가르치지 않는다?

 

논문은, 경제교과서의 형식적인 면에서 볼 때 ‘한국에서는 시장 경제의 작동원리를 초중고등학교 과정을 거치면서 기본개념부터 차츰 복잡한 개념으로 반복적으로 학습하지 않는 반면, 중국에서는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 1학년까지의 필수과정에서 시장경제 요소를 중점적으로 학습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것 역시 한국의 교육과정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하는 말이다.

 

한국 교육과정의 기본은 ‘나선형 교육과정‘. 같은 내용을 초중고등학교 학교급별로 심화하여 제시하도록 되어 있다. 경제 분야를 예로 들면, 초등학교 4, 5학년 사회 교과서에 미시 ․거시 ․국제 경제학 내용이 아주 기초적인 수준으로 제시되고, 중학교 3학년 사회 교과서에서 미시 경제학 내용이, 고등학교 1학년 사회 교과서(8단원: 국민경제와 합리적 선택)에서 거시 ․국제 경제학 내용(2단원 : 민주시민과 경제생활, 3단원 : 시장경제의 이해)이 심화된 수준으로 나누어 제시된다.

 

즉, 초등학교 1학년 입학 후 고등학교 1학년까지의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 시기에 학생들은 경제학의 내용을 초등 수준으로 한 번, 심화된 수준으로 다시 한 번 접하게 된다. 그리고 이후 경제학에 대해 흥미,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고등학교 2,3학년 과정에서 선택 과목으로서 보다 전문화된 <경제> 교과를 배우게 된다. 때문에 ‘시장 경제 작동을 기본개념부터 차츰 복잡한 개념으로 반복적으로 가르치지 않는다‘는 주장은 7차 교육과정의 기본적인 구조조차 모르고 하는 지적이다.

 

한국은 반시장적, 중국은 친시장적 경제 교육?

 

이제 한 단계 나아가 내용면에서 살펴보도록 하자. 내용면에서 논문은 "한국 경제 교과서에는 반시장적 경제관이, 중국 경제 교과서에는 친시장적 경제관이 나타나 있다"라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한국 경제 교과서의 "자유경쟁으로 인해 자본가들은 쉽게 부를 축적하였지만 임금노동자들은 더욱 가난하게 되었다"(<경제>, 디딤돌 출판사57쪽)와 중국 경제 교과서의 "시장경제하에서는... 시장이 마치 ‘보이지 않는 손‘처럼 스스로 사람과 재화를 필요한 범위 내에서 조절하여 분배한다. 그래서 시장경제는 사회화된 상품경제이고, 기초적 자원배분기능을 한다"(<사상정치>, 인민출판사 46쪽)를 비교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 경제 교과서의 위 인용 부분은 산업혁명 직후 자유 방임주의 하에서 생겨난 빈부격차의 예에 관한 서술로서 이로 인해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게 되었음을 설명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내용이다. 그럼에도 다른 모든 것을 제쳐놓고 그저 자본가에 대해 부정적으로 서술했다는 그 하나만을 트집잡아 ‘반시장적인 엉터리 경제 교과서‘라고 몰고 가는 것은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이다.

 

현 세계에서 대부분의 국가들은 자본주의 체제를 운용하면서도 그것이 완전무결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따라서 1930년대 대공황과 같은 경기변동, 환경오염, 빈부격차 등 ‘시장이 실패할 수 있음‘을 언급하지 않은 경제 교과서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자본주의 체제의 전형인 미국에서 신입생용 경제학 교재로 가장 많이 채택하고 있는 <맨큐의 경제학>에도 ‘시장실패‘는 등장한다.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길 경우, ‘보이지 않는 손이 경제적 풍요가 공정하게 분배되도록 하지 못할 수도 있다… 보이지 않은 손은 모든 사람이 좋은 음식과 좋은 옷, 충분한 의료혜택을 누리도록 보장하지는 못한다. 소득세와 사회보장제도와 같은 제도들이 바로 경제적 후생을 보다 공평하게 누리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책들이다‘(<맨큐의 경제학> 제3판 14쪽)라고 얘기하고 있다. 또, 외부효과와 공공재 부족, 독과점의 횡포, 소득불평등 등 자유 방임 속에서 생겨날 수 있는 문제들을 하나씩 자세히 다루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경제 교과서를 ‘엉터리‘로 비난하기 위해 예로 든 중국 경제 교과서에도 시장 실패는 자세히 언급되어 있다. 즉, 중국 경제 교과서에는 "그러나 시장의 조절작용은 만능이 아니다. 예를 들면 시장은 국방, 치안, 소방 등 공공소비의 공급을 조절하지 못한다. 그밖에 마취품, 총, 탄약, 불건전한 출판물 등 일부 제품의 경영자는 크게 횡재할 수 있지만 공민의 건강, 사회치안과 사회기풍은 해를 받게 된다. 그러므로 이것도 시장에 의해 조절할 수 없다. 시장조절이 광범위하게 작용을 발휘하는 분야라 할지라도 시장에는 고유한 약점과 결점이 있다"(<사상정치> 60쪽), "… 그러나 시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양은 상응하게 확대되지 않았기에 가격이 떨어지고 또 떨어졌으며 과일농사꾼들은 손실이 막심하였으며 어떤 사람은 심지어 빚더미위에 올라앉았다"(<사상정치> 61쪽), "시장의 작용이 만능이 아니고 또 완전무결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사상정치> 61쪽)라고 쓰여 있다.

 

또, 중국 경제 교과서에는 시장경제에 모든 것을 맡겼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을 삽화로 그려 넣어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만일 이것이 한국 교과서에 실렸더라면 논문에서는 분명 이 삽화 역시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을 것이다.

 

한편, 한국 경제 교과서에서는 ‘시장 실패‘를 다룬 후 <시장 기능의 한계와 보완 대책>이라는 소제목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정부가 법적, 제도적으로 개입하고 윤리성을 회복하며 시민단체가 감시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에 비해 중국은 "시장 경제를 정상적으로 발전시키려면 시장의 작용을 남김없이 발휘시켜야 할 뿐만 아니라 국가가 거시적으로 조절통제하여야 한다. 오직 국가의 거시적 조절 통제를 강화하여야만 시장의 여러가지 결함을 극복하고 ‘유형의 손‘과 ‘무형의 손‘을 결부시켜 시장경제가 건전하고도 질서있게 발전하도록 담보할 수 있다"(<사상정치> 61쪽)며 ‘국가의 거시적 조절 통제‘ 기능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결국 표현상의 차이는 있으나 ‘시장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경제 체제‘일지라도 ‘시장에만 모든 것을 맡길 경우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정부가 손을 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한중 양국 경제 교과서는 일치를 보인다. 아니, 오히려 한국은 정부의 개입 수준인 반면, 중국은 조절하고 통제하는 ‘강력한 정부‘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이 보다 ‘반시장적‘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정부 개입에 관한 소단원 이후 중국 경제 교과서는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기본특징>이라는 소단원, 한국 경제 교과서는 <정부 실패와 그 대책>의 소단원으로 구성하고 있다. 즉, 시장의 문제점과 관련하여, 중국이 나아가야 할 길로 제시하는 것은 ‘사회주의 조건 하에서 시장경제를 발전시키며 생산력을 부단히 해방, 발전시키는 중국 특색이 있는 사회주의 건설‘(<사상정치> 65쪽)이다. 사유재산도 인정하지만 독특한 ‘공동소유‘ 방식을 활용함으로써 사회생산물이 극단적으로 배분되는 것을 막고, 효율성과 함께 형평성을 추구하며, (자본주의 국가보다 더 효과적으로) 국가의 강력한 거시적조절통제를 갖춘 사회주의 경제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한국 경제 교과서가 내리는 결론은 ‘보다 시장적‘이다. 먼저, 시장 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가 시장에 개입, 규제하며 정부의 역할을 확대하기 시작하자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저해되고, 물가가 상승하며, 실업자가 양산되는 등 ‘정부의 실패‘가 나타났다고 서술한다. 따라서, 198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정부 규제 완화와 공기업의 민영화 등 국민 경제 운용에 있어 정부의 입김을 줄이고 시장 원리에 맡기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쓰여 있다. 다름아닌 신자유주의에 대한 설명인 것이다. 그런데, 신자유주의 흐름을 반대하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문제를 제기할 요소까지 있는 이 같은 내용들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중국에 비해 ‘반시장적‘이라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한국은 반기업적, 중국은 친기업적 경제 교육?

 

한편, 논문은 "한국 경제 교과서에는 반기업적 기업관이, 중국 경제 교과서에는 친기업적 기업관이 나타나 있다"고 지적한다. 이것 역시 무리가 있다.

 

한국 경제 교과서 3단원 <경제 주체의 합리적 선택> 중 소단원 <효율적인 기업 경영과 기업 윤리>의 내용을 살펴보면 기업은 생산의 주체라는 내용을 시작으로 그 본질이 이윤을 추구하는데 있다는 사실이 서술되어 있다. 또한, 경제학자 슘페터가 주장한 기업가 정신(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기업가의 혁신적인 활동 및 정신)을 비롯해 효율적인 기업 경영이 국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내용도 서술되어 있다. 다시 말해 위 중국 교과서에서 엿보인다는건전한 기업관적 서술이 한국의 경제 교과서에도 빠짐없이 들어 있다.

 

논문은 한국 두산 경제 교과서의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결국 기업이윤의 사회 환원은 기업이 생산활동을 통해 얻은 이익을 그 기업을 키워준 사회에 다시 돌려주는 것으로, 기업의 사회에 대한 책임의 표현이자 이의 실현이라 할 수 있다"(137쪽)라는 부분이 기업 이윤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주장으로서 이 경우 금액이 기업의 비용으로 반영되어 기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그 손실을 국민 모두가 지게 되기 때문에 ‘반기업적‘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소단원을 구성하는 기업의 기능과 역할, 기업과 생산, 기업과 이윤, 기업의 경영 방향과 원칙, 상품 개발과 판로 개척, 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업과 근로자 및 소비자, 기업과 주지 및 타 기업, 기업과 지역 사회 및 해외 활동, 기업과 정부 및 자연 환경,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혁신성, 기업 경영의 윤리성 등 12개의 내용 요소들 중 ‘무제한적인 이윤 추구와 자유방임을 벗고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부분은 겨우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MS사의 이윤 중 상당 부분을 기부하고 있는 빌 게이츠와 같은 기업인의 모습은 기업이 이윤을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사회 발전과 기업 발전을 함께 이루려는 노력이 결코 ‘반시장적‘, ‘반기업적‘인 행위가 아님을 잘 말해준다.

 

논문은 중국의 경우 "기업은 시장경제의 가장 중요한 주체이다. 기업은 이익을 목적으로 하여 생산 경영활동에 종사한다. 사회에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제조직이다"(<사상정치> 66쪽)"라고 서술함으로써 기업을 최우선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기업의 이익은 기업의 경제활동의 근본적인 출발점이 된다… 기업이 이익이 증가해야만 유한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서 국가에 더욱 많은 부와 번영을 창조할 수 있다"(<사상정치> 76쪽) 등 기업의 중요성과 이윤을 추구하는 본질이 잘 소개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위에서도 밝혔듯 이와 같은 기업의 중요성과 본질에 관한 서술은 한국 경제 교과서에도 빠짐없이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기업 관련 서술 총32쪽(<사상정치> 77-109쪽) 가운데 17쪽이 사회주의의 독특한 기업 경영에 관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중국 경제 교과서의 기업 관련 단원인 제 3과 <기업소와 경영자>를 보면, 자본주의 경제 체제 고유의 기업과는 다른, 사회주의의 독특한 소유, 경영 방식을 지닌 국유대중규모기업소에 관한 설명이 나온다. <국유대중규모기업소는 국민경제의 기둥이다>는 소제목으로 "국유경제 특히 국유대중규모기업소는 국민경제의 기둥이다. 여러가지 소유경제가 존재하고 있는 우리 나라에서 국유대중규모기업소의 기둥 역할은 모두 중요해지고 있다"(<사상정치> 84쪽)고 서술하고 있다.

 

‘국유대중규모기업소‘는 일반적인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절대로 허용되지 않는 기업 유형이다. 사회주의 체제적 특색을 띈 이같은 기업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도 중국의 기업관이 ‘국가와 기업의 연관성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주의 틀 안에서 기업 활동의 자유와 경쟁을 촉진‘하는데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또, <국유기업소 경영자의 지위>라는 소단원에서는 중국의 독특한 국유기업 경영 방식인 ‘공장장(경리) 책임제‘를 소개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기업소의 생산경영활동에서의 공장장의 중심적 지위와 지휘 역할은 민주관리에 기초하여 건립되어야 한다. 기업소 종업원 대표대회는 기업소에서 민주관리를 실시하는 기본형태이며 종업원들이 주인공의 신분으로 기업소의 민주관리에 참여하는 기구이다"(<사상정치> 94쪽) 등 종업원이 법과 제도적으로 ‘어떻게 주인공적 지위‘를 보장 받는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으며, 기업소 경영자는 훌륭한 사상도덕자질과 높은 실무자질, 보다 높은 사상정치자질이 필요하다고 서술하고 있다.

 

또, 종합적으로는 "우리나라 국유기업소의 영도체제는 당조직의 정치적 핵심 역할을 충분히 발휘하며 공장장(경리)책임제를 견지하고 완벽화하며 일심전력으로 노동계급에 의거하는 것이다"(<사상정치> 97쪽)라고 결론을 내림으로써 노동자가 기업의 중심이라는 사회주의의 독특한 색깔을 보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중국 경제 교과서가 보다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중국 경제 교과서는 자본주의 체제를 추구한다?

 

중국 경제 교과서의 첫 번째 단원은 <상품과 상품경제>이다. 논문에서는 이 부분이 시장경제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고 기술하였지만, 이 부분의 내용은 맑스의 <자본론>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학에서 ‘가치‘란 희소성에서비롯된다고 보는데 비해, 사회주의 경제학에서 가치는 사용할 수 있고 교환할 수 있는 데서 비롯되며 상품이란 교환을 목적으로 하는 노동생산물이라고 본다. 중국의 교과서는 바로 후자의 입장에 따르고 있다. 

 

또, 두 번째 단원인 <사회주의초급단계의 경제제도와 사회주의시장경제>에서는 "사회주의적 공동소유의 수립은 전반 사회생산과정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사회생산의 목적은 더는 잉여가치를 최대한도로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날로 늘어나는 인민들의 물질문화 생활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이며 사회성원들간의 관계는 더는 착취와 피착취의 관계가 아니라 평등하게 노동하고 다같이 부유해지는데로 나아가는 관계이다"(<사상정치> 40쪽), "국유경제는 반드시 지배적 지위를 차지하여야 한다"(<사상정치> 41쪽) 등 사회주의 체제 고유의 내용들이 담겨 있다.

 

물론, "경작지의 양과 질에 따라 농호에서 국가와 집체에 상납하여야 할 지표를 확정하고 나머지는 농호의 소유로 돌리었다"(<사상정치> 43쪽)와 같이 세대별생산량도급경영, 분산경영 등의 소유형태도 언급하고 있지만 이것들은 모두 사회주의적 경제 체제의 보완적인 요소들일뿐 중심은 생산수단을 공유하며 국가가 중심이 되는 사회주의 체제이다.

 

다시 말해, 중국 경제 교과서의 ‘중심‘은 논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자유‘ 시장 경제가 아니라 중국의 독특한 ‘사회주의적‘ 시장 경제인 것이다.

 

맺으며

 

78년 개혁, 개방 이후 중국 변화 상황에 발맞추어 중국이 자본주의적 요소들을 받아들이면서 경제 교과서도 변화를 꾀하였다. 하지만, 중국이 추구하는 것은 ‘완전한‘ 자본주의 체제가 아니다. 자본주의적 요소를 가미한 중국식 사회시장주의이다. 때문에 중국에서 자본주의가 도입되는 모습을 ‘사회주의의 포기, 사회주의의 붕괴‘로 받아들이며 섣불리 인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중국은 아직까지 ‘공산주의‘를 최후의 지향점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현 중국의 모습은 ‘사회주의의 종언‘이나 ‘자본주의화‘가 아니라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모순을 극복하는 제3의 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아직 실험 중이다. 그런 중국을 보며 ‘사회주의는 끝났다‘, ‘중국의 교과서는 자본주의를 추구하고 있다‘는 섯부른 주장을 하려는 이들이 품고 있는 속내는 과연 무엇일까?

모 대학의 학생들이 자유주의기업원에서 주최한 연수에 참가, 작성한 논문, <한국의 반시장적 국민 정서의 원인 규명>. 결론적으로 이 논문은 중국 교과서에서 아직 소수에 불과한 ‘자본주의적 요소‘들만을 모아 "중국의 경제 교육은 시장경제를 추구한다"라는 주장을 폈고, 반대로 한국의 경제 교과서에서 ‘수정 자본주의적 요소‘들만을 모아 "한국의 경제 교육은 반시장적이다"라고 서술하는 억지를 부렸다. 

 

그럼에도 이 논문은 대상을 수상하였다. 게다가 단순히 ‘대상 수상‘만으로 그치지도 않았다. 조선, 중앙, 동아, 한경 등 수많은 언론매체에서는 이 논문의 부분 부분을 인용하며 ‘양 국가의 경제 교과서를 비교 분석한 결과 한국이 중국보다 더 사회주의적이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것은 2003년 월간 조선이 한 교수의 글을 인용하여 "일부 한국근현대사 교과서가 전교조 교사들에 의해 서술되어 친북적 성향을 띠고 있다"며 파장을 일으킨 것을 시작으로 지난 12월, 이번에는 제 경제 단체들과 서울대 이영훈 교수를 비롯한 보수 세력이 "경제 교과서가 사회주의적이다"고 주장한 이른바 ‘교과서 사상 검증 작업‘과 무관하지 않다.

 

잘못된 분석 일색인 논문을 수많은 언론이 ‘적극 활용‘하여 ‘한국 경제 교과서는 사회주의적, 중국 경제 교과서는 자본주의적‘이라는 기사와 칼럼을 실은 것은 어쩌면 언론매체에서 인용한 논문에는 그 자체의 ‘학문적 가치‘ 보다, 우리 사회의 보수 세력, 자본가 집단이 활용할만한 ‘정치적 가치‘가 컸기 때문이 아닐까?

 

정치 교과서 분석을 시작하며 인용했던 ‘학교란 이데올로기적 국가기구이다‘라는 알튀세르의 말이 다시금 떠오른다. 경제 교과서는 언뜻 보기에 ‘가치중립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어떠한 경제 체제로 나아가야 하는가의 지향점이 교과서에는 담겨 있다.

 나는 초등학교 사회 시간에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정당성과 진행 과정을 자세히 배웠다. 군사 정권 시대에는 ‘빵을 크게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빵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만든다‘는 가치가 교과서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던 거다.

 

그런데 이번에는 자본가 집단의 이데올로기가 교과서에 반영될 처지에 놓였다. 물론 각 이익단체가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입장을 교과서를 통해 차세대에게 전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오로지 자본가라는 하나의 이익집단의 가치만을 교과서에 담고자 한다면 그 교과서는 삐뚤어지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자본(기업)의 가치, 노동의 가치, 환경의 가치… 등 제 가치들이 모두다 중요하다. 이들 가치들을 제대로 평가하여 균형 있게 담아내기 위해 교과서는 경제학 분야의 교수, 교사뿐 아니라 제 집단의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교육부와 재계가 함께 경제 교과서를 만들어 2007년부터 배급한다니 걱정이 앞선다. 물론 그것이 인정 교과서로서 부교재로만 쓰인다니 다양성 인정 측면에서 허용할 수도 있다. 다만, 지금과 같은 재계와 보수 언론의 과민 반응과 딴지 걸기 등이 암시하는 ‘자본의 논리‘가 인정 교과서 제작을 넘어 실질적인 교육과정 테두리 안으로까지 들어올까 걱정이다.

 

부디 기우이기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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