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주민투표가 남긴 것

자유기업원 / 2011-08-29 / 조회: 1,140       KBS1

날짜: 2011.08.29

채널: KBS1

프로그램: 취재파일4321

방송시간: 11분 17초

주제: 주민투표

(http://news.kbs.co.kr/society/2011/08/29/2347633.html)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치러진 지난 24일. 오후 8시 투표가 끝나고 개표소에 투표함들이 속속 모여듭니다.

<녹취> "개표를 하지 아니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투표함은 열리지 못했습니다.

최종 투표율 25.7%로 유효투표율인 33.3%를 넘지 못했습니다.

서초 강남 송파 등 강남 3구는 투표율 30%를 넘겼지만 금천 관악 등에서는 20% 초반대에 머물러 지역간 격차가 확인됐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투표가 치러지기 사흘 전 시장직을 걸었고 투표 이틀 후 사퇴를 선언하기에 이릅니다.

<녹취> 지난 21일 : "한알의 씨앗이 될 수만 있다면 저 오세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고 한다 해도 더이상 후회는 없습니다."

<녹취> 지난 24일 : "시민들의 아주 소중한 뜻이 오롯이 담겨 있는 투표함을 개봉조차 할 수 없게 돼서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녹취> 지난 26일 : "저는 주민투표의 결과에 책임을 지고 오늘 시장직에서 물러나고자 합니다."

오 시장의 사퇴로 오는 10월26일 보궐선거가 치러지고 이에 따른 서울시 행정 공백은 불가피해졌습니다.

주민 생활에 중대한 사안을 결정하기 위해 주민들의 뜻을 직접 묻고자 실시하는 게 주민투표입니다.

지난 24일 논란 끝에 치러진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투표율 미달로 없던 일이 됐습니다.

서울시뿐 아니라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됐던 이번 주민투표가 남긴 것은 무엇인지 짚어봤습니다.

투표를 앞둔 서울 도심에서는 찬반 양측간 홍보전이 치열했습니다. 양측은 투표에서 묻는 무상급식 범위보다는 참여와 불참을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습니다.

<녹취>신보라(미래를여는청년포럼) : “이제 우리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이번 서울시 무상급식 투표입니다.”

<녹취>배병옥(나쁜투표거부시민운동본부) : “이런 나쁜 투표를 착한 거부로 확실히 거부해서 서울시민의 위대함을 보여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각종 기자회견과 성명, 선관위 고발 등이 이어지면서 공방은 가열됐습니다.

오세훈 시장은 직접 피켓을 들고 투표 참여를 독려하다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제지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를 보는 학부모들도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인터뷰>김성희(초등학생 학부모) : "여건이 허락하는 사람이 왜 공짜로 급식을 먹어야 되는지 모르겠어요. 의견을 물어서 결정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녹취>초등학생 학부모 : "바쁜 사람 불러가지고 투표까지 할 필요는 없죠. (당국에서) 마무리를 짓지 시민까지 끌여들여갖고 할 필요 뭐 있어요."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 여부를 떠나 투표 자체에 대해 냉담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인터뷰>김상엽(서울시 목동) : "주민들을 위해 과연 투표를 하는 것인지 의심스러운 것 같아요. 무상급식한다는 거에 반대한다는 생각이기 때문에 관심은 있는데 (투표)하러 갈 생각은 없어요."

여기에 투표율이 기준에 못미쳐 투표함을 열지 못하게 되자 투표 실시 자체가 적정했느냐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인터뷰>이 헌(변호사) : "시장과 교육감, 지방의회의 의견이 다른 경우에 있어서 바로 특정 사안에 대해서 주민들한테 직접 의사를 물음으로써 이 부분에 대한 주민들의 진정한 의사를 확인해서 집행을 하는 그런 것이기 때문에..."

<인터뷰>유종일(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하지 않으면 개봉 자체를 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가, 직접 주민투표를 해야 되겠다 그런 정도의 사안이 아니라고 하면 함부로 주민투표 제도를 남용하지 말라는 취지에서 그게 있었던 것인데 이번엔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잘못된 판단이었다."

뿌리 깊은 복지 논쟁이 첨예하게 대립한 데다 시장직까지 걸려있던 투표에서 결국 개표를 하지 못한 상황. 여당은 투표를 거부한 쪽에 화살을 돌렸습니다.

<인터뷰>홍준표(한나라당 대표/지난 24일) : "민주당의 방해공작 없이 정상적으로 투표가 진행되었다면 오세훈 시장의 정책이 맞다는 것이, 압도적으로 맞다는 것이 입증됐을 겁니다."

야당은 무상급식에 대한 민의가 투표를 통해 드러났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손학규(민주당대표) : "무상급식은 민생이고 의무교육입니다. 서울시민들이 우리 사회가 가야할 복지사회의 길을 가르쳐주셨습니다."

전문가들은 교육정책 문제가 정치 쟁점으로 변하면서 주민들의 외면을 불렀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양승함(연세대 정외과 교수) : "무상급식에 대한 정책적인 어떤 효과나 이런 것들이 서울 시민들한테 부각됐어야 되는데 마치 보수 대 진보 또는 포퓰리즘 대 그렇지 않은 세력간의 대결처럼 비쳐서 다수 국민들은 투표의 의미를 못느꼈던 거죠."

서울 시민의 정책 선택이라기보다는 여 야, 보수와 진보간의 승부가 되면서 전국적인 이슈로 번진 것입니다.

게다가 오세훈 시장이 선거 결과에 시장직을 걸면서 정책투표라기보다는 신임투표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터뷰>이광철(변호사) : "시장직을 거는 신임투표와 연계시킴으로써 정책투표를 신임투표로 변질시켜가지고 결과적으로 서울시장이 사퇴하게 한다고 해서 결국 서울시 시민들에게 무책임한..."

투표 비용을 놓고도 양측은 치열한 공방을 벌였습니다.

선관위가 밝힌 이번 주민투표 비용은 182억 원.

오는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지면 선관위 추산 약 310억 원이 들게 돼 2차례 투표에만 490여 억 원이 들어갑니다.

<인터뷰>유종일(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 "간접비용을 생각해보십시오. 투표를 독려하는 쪽, 또 반대하는 쪽에서 많은 비용을 썼고요. 이런 간접비용은 직접비용의 몇배가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주민투표는) 함부로 접근하면 안되겠다, 이런 생각입니다."

투표 찬성 측에서는 전면 무상급식에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가는데 이를 결정하기 위해 주민들의 의사를 직접 묻는 비용은 불가피했다는 주장입니다.

<인터뷰>김정호(자유기업원 원장) : "단순히 서울의 무상급식을 어떻게 할 것이냐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대한민국의 복지정책 방향을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결정하기 위한 주민의 의사를 결집하고 결정을 내리는 데 182억 원은 그렇게 큰 돈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004년 주민투표법이 제정된 이래 행정구역 개편이나 방폐장 설치 등 해당 주민들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의 경우 유효 투표율을 넘겼습니다.

하지만 지자체장 주민소환처럼 정치적 찬반이 확연히 갈린 주민소환투표의 경우 투표율 미달로 무효 처리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반대 측에서 투표 불참 운동을 벌인 결과였습니다.

이런 경우 투표 과정은 물론 그 이후에도 구성원들간에 깊은 갈등과 후유증이 남은 것도 공통점입니다.

정치적 타협이 원만히 이뤄지지 않을 때 주민의 의견을 직접 묻는 투표가 필요한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투표 과정에서 지나치게 갈등 양상만 부각되는 등 폐해도 적지 않습니다.

<인터뷰>강영진(경희대 갈등해결연구센터장) : "(주민투표는)다수 주민들한테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일 때, 그리고 다수 시민들의 참여가 보장될 때, 예상될 때. 그 때 시행하도록, 제한적으로 시행하도록 하는 게 맞을 테고요."

사안에 따라 전체 주민이 아닌 일정 규모의 주민 대표를 뽑아 대화와 타협으로 합의를 찾는 방안도 제시됩니다.

<인터뷰> "공론조사라는 게 있습니다. 시민 대표 300명에서 500명 정도를 샘플링해서 그 분들이 이 사안에 대해서 충분히 균형잡힌 정보를 가지고 토론을 해서 판단하도록 하는 거죠."

여기에 유효투표율 33.3% 제한이 현실적으로 너무 높다는 견해와 그보다 낮출 경우 주민투표가 남발될 것이라는 의견 등 논란도 다양합니다.

서울시의회에서 무상급식 조례가 통과된 지 8개월 여.

그간 서울시와 의회, 교육청 사이에 타협은 없었습니다.

정쟁으로 대치하는 교육적이지 못한 모습을 어린 학생들에게 보여준 점도 이번 선거에서 잃은 것이 될 수 있습니다.

<녹취>초등학교 5학년 : "그냥 당끼리 싸우려고 싸울 거리 만드는 것 같아요."

<녹취>중학교 1학년 : "잘 얘기를 해서 적절하게 해결 방안 내면 되는데."

다수결 투표처럼 어느 한쪽이 선택되면 다른 쪽 입장은 아예 무시될 수밖에 없는 제도는 최소한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무엇보다 주민투표가 당초 취지와는 달리 구성원들의 편가르기 식으로 이용돼서는 안된다는 점이 이번 투표가 남긴 가장 큰 교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입력시간 2011.08.29 (08:43)   송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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