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경제학은 뉴턴이 낳은 ‘사이비 학문‘!"

자유기업원 / 2011-10-21 / 조회: 1,185       프레시안

[프레시안 books] 데이비드 오렐의 <경제학 혁명>

 경제학은 응용 수학?

먹고사는 문제로 늘 분주한 우리가 먹고사는 문제 즉 경제 문제에 단 한 순간이라도 무심한 적은 없다. 그렇다면 마땅히 우리는 경제에 관해 나름대로 지식을 가져야 마땅하지 않을까? 그렇지만 다들 경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왜 그럴까? 아마도 대부분의 경우 경제학 교과서를 펼치자마자 등장하는 수요 공급 곡선을 보는 순간 머리가 띵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수요 공급 곡선 그 자체는 중학교 수준의 1차 방정식 그래프에 불과하다. 게다가 신고전파 주류 경제학에서 핵심 원리로 등장하는 ‘한계(marginal)‘의 개념 (한계 효용, 한계 소비 성향 등의 형태로 등장하는) 역시 수학에서의 미분(differential) 개념과 동일한 것이기 때문에 미적분에 대한 약간의 지식과 중학교 수준의 2차 방정식만 안다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하물며 대학원 수준의 경제학(특히 계량 경제학) 역시 이공계 고등학교 수준의 통계학과 대학 초급 수준의 미분방정식을 안다면 그리 어렵지 않다.

오늘날 주류 경제학은 응용 수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고전파 경제학의 창시자인 윌리엄 스탠리 제본스, 레옹 발라, 빌프레도 파레토 등은 모두 공학도 출신이었다. 하물며 오늘날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창시자인 밀턴 프리드먼 역시 원래는 응용 수학과 통계학 전공자였으며 늘 수학과 통계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의 제자인 주류 경제학자는 자신의 수준 높은(?) ‘수학 지식‘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런 까닭에 자연과학(특히 수학과 물리학) 또는 공학을 공부한 사람은 경제학으로의 전공 전환 또는 직업 전환이 쉽다. 미국에서 1980~90년대 이래 신자유주의의 득세에 따라 일자리를 잃은 로켓 과학자들이 대거 뉴욕 월스트리트에 취업하여 금융 공학자로 변신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덕택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책 <경제학 혁명>(김원기 옮김, 행성B웨이브 펴냄)의 저자 데이비드 오렐 역시 응용 수학 박사 출신으로 한 때 월스트리트에서 금융 공학 관련 업무를 수행했던 인물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인간으로 구성된 사회적 삶의 총체가 바로 경제라고 할 때, 과연 사회적 인간의 삶을 방정식과 통계학으로, 공학적 응용 수학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신고전파 주류경제학에 따르면, "그렇다, 가능하다."

좋다. 그렇다면, 과연 방정식과 통계학 등 응용 수학으로 구성된 신고전파 경제학은 우리가 현재 직면하는 글로벌 금융 위기를 수학적으로 표현하고 설명할 수 있을까? 응용 수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오렐에 따르면 "아니올시다."

주류 경제학의 한계 : 기상청은 왜 늘 욕을 먹는가?

뉴턴 물리학은 물질이 고체의 질량을 가진, 단단하고 관통 불가능하며 움직이는 입자들로 구성되며 그 입자들의 운동은 수학적 방정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믿는다. 마찬가지로, 뉴턴 물리학을 명시적으로 모방하여 19세기 중후반에 창시된 신고전파 경제학은 인간(가계 및 기업)을 물리학적 입자와 동일하다고 간주한다.

그리고 대량의 입자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작용하는 열역학 또는 유체 역학과 마찬가지로, 시장 경제의 수요-공급과 경제 성장, 경기 변동 역시 뉴턴 물리학과 미적분학, 열역학과 통계 역학 등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오늘날 주류 미시 경제학과 거시 경제학, 계량 경제학에 수미일관되게 관철되어 있다.

주류 경제학의 한계는 바로 뉴턴 물리학의 한계이기도 하다. 경제학에 뉴턴의 중력 법칙과 동등한 수준의 이론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수요-공급 법칙일 것이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어 나가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바로 뉴턴의 중력 법칙에 해당된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손은 시장 가격을 균형 수준에서 유지하는 중력 법칙의 역할을 하면서 오늘날 일반 균형 모형의 기초가 된다.

뉴턴 물리학이 18세기와 19세기에 대성공을 거둔 하나의 이유는 그것이 별과 행성 등 천체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예측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신고전파 경제학의 일반 균형 모형은 시장 경제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있을까?

2008년 초, 전 세계 경제가 1930년대의 대공황 이래 최악의 대불황 국면에 진입하기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주류 경제학자 중에 그것을 미리 예측한 자는 거의 없었다. 게다가 아예 수십 년 전부터 상당수의 주류 경제학자는 "경제학은 예측을 위한 학문이 아니다" 이렇게 말하며 자신들의 지적 무능력을–자가당착적으로–변명해 왔다. 왜 그런 것일까?

오렐에 따르면, 오늘날 주류 경제학이 직면한 어려움은 기상 예보의 수학적 어려움에 비유된다. 가장 정교한 기상 모형(방정식과 통계학에 기초한)조차도 구름과 대기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한다. 우리는 자주 기상청의 잘못된 예보를 비난한다. 과학자들은 구름을 구성하는 ‘부분‘인 공기, 물, 입자들에 대해서는 많은 물리학적, 화학적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이들 공기, 물, 입자들의 상호 작용의 ‘총체‘인 구름과 대기가 만들어내는 ‘창발적 속성(emergence attribute)‘은 수학적으로 표현하기 힘들다. 그런데 그 창발적 속성이야말로 바로 실제의 기상 변화다.

따라서 <경제학 혁명>은 수학적 엄밀성과 피타고라스-유클리드적인 연역적 논증의 극치까지 추구하는 형식주의에 몰두한 나머지, 정작 경제 현실의 변화와 위기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는 오늘날의 신고전파 주류 경제학을 "뉴턴주의적 사이비" 학문이라고 비판한다.

원자론적 경제학의 파탄 : 대화하고 교류하는 인간


▲ <경제학 혁명>(데이비드 오렐 지음, 김원기 옮김, 행성B웨이브 펴냄). ⓒ행성B웨이브

인간은 객체가 아닌 주체이며 물리적 입자가 아닌 고도로 진화된 생명체이다. 지적 생명체인 인간은 서로 대화하고 교류한다. 예컨대 누군가 주식 투자 또는 주택 투자로 큰돈을 벌었다면 그는 그것을 자랑하며 친구들에게 크게 한 턱을 쏜다. 그러면 그 친구들 역시 한 몫 잡아볼 요량으로 그 다음날부터 주식 또는 주택 투자에 열심히 나선다. 이는 무슨 심오한 과학적 발견이 아니라 우리가 흔히 보는 일상적 사건이다. 그런데 신고전파 주류 경제학은 바로 흔해빠진 이 현실 앞에서 그대로 무너져 버린다.

<경제학 혁명>에 따르면, 신고전파 경제학자들은 시장 경제를 원자론적 관점으로 환원한다. 미시 경제학이 그것이다. 물론 원자가 모두 동일한 것과 달리 인간들은 서로 다르다. 그렇지만 19세기의 물리학자들은 열(熱)이라는 현상이 개별적 원자 차원이 아니라 원자들의 통계적 평균에 의해 지배된다는 것을 발견했다(열역학). 신고전파의 창시자들은 열역학을 그대로 경제학에 응용하여,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평균적인 인간(가계와 기업)을 가정했다. 그리고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진 개별적 개인과 기업을 모두 일일이 고려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한 나라 또는 특정 분야의 총수요와 총공급 그리고 그것들의 평균값과 표준 편차(정규 분포) 등 통계적 특징만 파악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열역학과 통계 역학적 모델이 신고전파 주류 경제학에 도입된 것이다(제2장).

청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꽃가루의 무작위적인 운동(브라운 운동)이 개별적 원자들의 끊임없는 상호 충돌임을 증명했다. 마찬가지로 1965년 시카고학파의 유진 파머는 시장 경제에 참여하는 모든 원자들(개인 및 기업)은 무작위적인 브라운 운동을 하고 있으며, 그 결과 그 어떤 금융 상품(주식 및 채권 등)의 가격도 그 내재적 가치를 반영하도록 자동 조정된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효율적 시장 가설‘이 그것이다.

그리고 효율적 시장 가설은 2008년 이전까지–그리고 지금 이 순간 역시-모든 금융 경제학 및 금융 공학의 기본 전제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효율적 시장 가설은 금융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선물/옵션 가격에 이르는 여타 이론의 토대가 되었다. 이들 이론에 근거하여 많은 노벨 경제학 수상자가 탄생했다.

효율적 시장 가설에 따르면 시장(특히 금융 시장)의 움직임은 무작위적 브라운 운동이며 개별적 시장 가격 역시 마찬가지다. 즉, 개별적 원자(가계 및 기업 그리고 주식 등 금융 상품)의 움직임은 임의적(random walk) 또는 무작위적이다. 따라서 누구도 다른 사람보다 더 우월하게 경제 또는 주가의 상승 또는 하강을 예측할 수 없으며 그리하여 더 나은 수익률을 얻을 수 없다. 그 결과 달성되는 시장 경제의 일반 균형은 마치 태양-지구 간 거리가 늘 균형적으로 일정하듯이 지속적으로 유지된다.

효율적 시장 가설은 개인과 기업이 원자와 마찬가지로 서로 대화하고 소통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즉, 효율적 시장의 세계에서는 인간들이 함께 밥도 안 먹고 대화도 안 하며 TV도 안 보고 신문도 읽지 않는다. 철저한 원자론적 개인주의가 방법론적 토대이다. 그렇지만 현실의 개인들은 서로 만나서 밥 먹고 술 먹으며 누가 어떤 주식에 투자해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사회적 행동을 한다.

게다가 하루 종일 인터넷 신문을 보고 TV를 시청한다. 이리하여 예컨대 부동산, 중국/베트남 또는 브릭스 증권 투자로 누군가 큰돈을 벌었다는 소식이 사회 전체에 알려지게 되면 많은 원자들(개인과 기업, 하물며 은행과 펀드도)은 하나의 특정 방향 즉 부동산 투자 쪽으로 움직인다. 이것을 쏠림 현상 또는 군집 행동(herd behavior)이라고 한다.

마치 양들이 한 방향으로 떼로 움직이는 것처럼 사회적 동물인 인간들 역시 유행(fashion)과 조류(trend)에 따라 한쪽 방향으로 쏠린다. 서로 교류하고 소통하는 (그리고 때로는 하나로 단결하여 의식적으로 행동하는) 사회적 인간들의 세계는 무작위적 브라운 운동을 하는 원자들의 세계가 아니다.

그리고 쏠림 현상의 결과 시장 경제의 자동적 균형 조절은 붕괴되고 경기 과열(버블)과 경기 불황(그 극단적 형태인 공황)이 나타난다. 오늘날 로버트 실러 등의 행동 심리학과 행동 경제학은 이 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금융 위기의 원인 : 도덕학적 결함? 아니면 경제 물리학의 결함?

14년 전인 1997년,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5개국은 전대미문의 대규모 금융 위기를 경험했다. 그 규모가 얼마나 컸던지, 세계적인 경제학자들도 "1997년의 동아시아 금융 위기는 1930년대 대공황 이래 최대 규모의 세계적 사건"라며 놀라워했다.

그런데 그 위기가 도대체 왜 발생했는지에 대한 설명에서는 의견 차이가 심하게 나타났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소속 경제학자 그리고 국내의 개혁 경제학자들은 한국 등 동아시아 경제에 내재된 관치 경제, 정경유착, 재벌 의존 등의 구조적 요인, 그 본질인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로 인하여 그 위기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주도, 재벌 주도형 경제 구조를 가진 한국은 ‘도덕적 결함‘으로 인한 경제 위기의 대표적인 사례였다.

이에 반해 장하준과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1990년대 초·중반 이들 동아시아 국가에서 진행된 섣부른 금융 시장 대외 개방과 금융 및 기업 규제 완화를 위기의 더 중요한 원인으로 주목했다. 하물며 폴 크루그먼과 제프리 삭스처럼 그 전까지 한국 경제의 정부 주도, 재벌 주도 성장을 비판했던 세계적 학자들마저 장하준과 스티글리츠의 견해에 상당 부분 동의했다.

이들은 자유화(대외 개방 및 규제 완화)의 결과로 국제 금융 시장에서 나타난 거대한 ‘군집 행동‘이 동아시아 경제에 거대한 금융 버블을 만들었고 그 이후 한국 등 동아시아의 경제가 조금 침체 기미를 보이자 이 금융 버블이 양떼처럼 무더기로 탈출(패닉적 자본 탈출)하면서 경제를 급작스럽게 붕괴시켰다고 진단했다. 헤지펀드 운영자로서 양떼 행동을 고의적으로 조성하여 큰돈을 벌어온 조지 소로스 역시 이러한 진단에 동의하면서 세계화된 금융 시장의 미래를 어둡게 전망했다.

동아시아를 빠져나온 국제 금융 자본은 다시 양떼처럼 정보통신(IT) 산업 및 벤처 투자에 무더기로 몰려들어 전 세계적인 버블을 1990년대 후반에 만들어 냈으며 2001년 이후 IT 및 벤처 부문에서 무더기로 빠져 나오면서 버블의 급작스런 붕괴 사태를 전 세계적으로 야기했다.

탈규제된 국제 금융 자본은 그 이후 2000년대 초·중반에 미국, 영국, 스페인,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두바이 등의 주택 및 부동산 부문으로 양떼처럼 몰려들어 거대한 버블을 만들어 냈으며 2008년 이후에는 다시 양떼처럼 한꺼번에 그곳에서 빠져나오면서 급작스런 버블 붕괴(경착륙과 글로벌 신용경색)을 야기하였다. 폴 크루그먼과 조지 소로스의 예언이 현실화된 것이다.

자유 시장 경제는 자동 조절 기계?

자유시장의 일반 균형을 신뢰하는 신고전파 경제학자들도 물론 경제가 완벽하게 균형적이고 안정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정치적 사건, 자연적 재해, 기술 혁신 등의 외적 충격(shock)에 의해 그것은 끊임없이 교란되고 요동치지만, 자유 시장 경제는 빠르게 여기에 적응한다.

<경제학 혁명>에 따르면, 신고전파 경제학의 창시자 중 한 사람인 제본스가 공학 물리에서 배워 자유 시장의 안정적 균형 조절을 구상했을 때, 그는 자유 시장이 작은 변동성(경기 변동)에도 불구하고 마치 시계추의 운동처럼 일정한 진폭 내에서 안정적인 왕복 운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가정했다.

<경제학 혁명>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의 하나가 바로 저자가 제임스 클라크 맥스웰이 발명한 ‘조속기‘(자동 조절 기계)를 자유 시장의 자동적 균형 조정과 비유한 부분이다(제3장). 맥스웰은 바로 유명한 ‘맥스웰 법칙(전자기파의 수학 공식)‘을 발견한 그 물리학자이다. 그는 증기기관의 속도를 자동 조절하기 위한 조속기(Governor)도 발명했는데, 조속기란 바로 음의 피드백(feed back) 시스템이다. 맥스웰과 동년배인데다가 같은 영국에 살았던 제본스는 자유 시장 경제는 ‘음의 피드백‘ 시스템이라고 생각했다.

‘양의 피드백‘은 작은 변동을 더욱 증폭(magnify)시킨다. 대표적인 것이 오디오 스피커의 바로 앞에 마이크를 놓았을 때, 마이크로 들어간 소리가 스피커로 들어가서 나온 다음 다시 마이크로 들어가면서 연차적으로 증폭되어 엄청난 ‘삐~익‘ 소리를 내는 현상이다(하울링 현상). 이에 반해 ‘음의 피드백‘에서는 작은 변동이 일어나도 그 변동 그 자체가 그에 대한 역작용을 일으켜 변동의 폭을 줄이는 감폭(demagnify)의 기능이 작동한다.

양의 피드백과 음의 피드백은 제어 이론 및 제어 공학에서 나온 생각인데, <경제학 혁명>에 따르면 스미스, 제본스, 프리드먼 같은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모두 자유 시장 경제가 그 자체 음의 피드백 시스템을 내장하고 있다고 가정한다. ‘보이지 않는 손‘ 역시 일종의 음의 피드백 시스템이다. 그렇지만, 현실의 자유 시장 경제는 ‘양의 피드백‘ 시스템 역시 내장하고 있다.

현실 경제에 있어 ‘양의 피드백‘은 우리 주위에 널려 있다. 대표적인 것이 주택 또는 주식 등 금융 자산의 가격이 상승하면 그 상승의 추이(모멘텀)를 분석하여 투자하는 모멘텀 투자자들이다. 그리하여 나타나는 군집 행동이 바로 양의 피드백 메커니즘인데, 부동산 투자로의 쏠림 현상이 초래하는 부동산 가격 상승은 다시 더 많은 부동산 투자를 유발한다. 즉, 우리가 경제 기사에서 흔히 보는 ‘선순환‘ 또는 ‘악순환‘ 등이 바로 ‘양의 피드백‘ 현상을 일컫는다. 하지만 오로지 ‘음의 피드백‘-일반 균형의 자동 조절-만을 신봉하는 주류 경제학자들은 결코 선순환 또는 악순환과 같은 ‘비학문적‘ 용어를 학술 논문에서 사용하지 않는다.

정규 분포와 리스크 관리 : ‘검은 백조‘와 러셀의 역설

양의 피드백 현상은 신용 평가 및 금융 자산 가치 평가에서 그 정점에 달한다. 2010년에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그리스 및 스페인의 국채 신용 평가 등급을 낮추었다. 그러자 그리스 및 스페인의 국채를 대량으로 보유한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계 은행의 부실 자산 비율도 높아졌다. 이에 올해 들어서는 그 은행들의 신용 평가 등급도 낮추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다시 그 은행들에 대해 더 많은 구제 금융 자금을 쏟아 부어야할 처지에 놓인 프랑스 정부마저 신용 등급 하락의 위험에 빠지게 되었다. 그런데 만약 독일에 이어 유럽 2위의 경제대국인 프랑스의 국채마저 신용 등급이 하락하는 도미노(악순환)에 빠질 경우, 유럽은 걷잡을 수 없는 신용 위기(금융 위기)를 겪게 된다.

<경제학 혁명>은 17세기 파스칼에 의해 시작된 확률론이 19세기 가우스의 통계학 및 정규 분포(가우스 분포)로 발전되고 이어서 유전학자 프랜시스 골턴을 거치면서 오늘날의 모습으로 발전하였음을 보여준다(제4장).

자연과학자들이 사용하던 확률론과 통계학은 20세기 초반 들어 주가 변동의 통계적 분석을 위해 경제학에 도입되고 다시 20세기 중반 이후 계량 경제학의 형태로 신고전파 경제학에 본격 도입된다. 특히 앞에서 살펴본 효율적 시장 가설은 무작위적 투자자와 무작위적 가격 변동을 주장하면서, 금융 자산의 가격 변동을 정규 분포 및 표준 편차로 표현하기 시작하였다.

시장 가격 변동의 폭(표준 편차)은 리스크(risk)로 표현되는데, 자유 시장의 자기 조절적 일반 균형(음의 피드백)에 대한 믿음에 따라 시장 가격의 변동 폭(따라서 경기 순환의 폭)은 일정한 왕복 운동(시계추의 왕복운동과 같은)의 범위 내에 있다고, 즉 정규 분포를 이룬다고 가정되었다. 정규 분포에서 벗어나는 극단적 가격 폭락(공황) 또는 가격 상승(버블)은 통계적 이상치(outlier)로 배제되고 무시되었다.

마치 유전적 돌연변이에 의해 검은 백조가 나타날 통계적 확률이 수천만 분의 일에 불과하듯이, 대공황이 출현할 확률은 1만 년에 한 번 꼴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러한 정규 분포 통계학에 기초하여 선물 및 옵션 가격 결정론이 개발되었고 그 개발자들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리하여 금융 공학이 1980년대에 탄생하였다.

가격 변동이 무작위적(브라운 운동)이며 정규 분포를 따른다는 가정은 오늘날 은행 및 신용 평가 기관의 리스크 및 신용 평가 모델의 황금률이다. 그리고 무작위적 정규 분포는 바로 자유 시장의 자동 조절(음의 피드백)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렇지만 개별적으로는 합리적인 이러한 평가 모델이 모든 은행과 헤지펀드 그리고 신용 평가 기관 등에 앞 다투어 도입되어 사용될 경우, 그것은 전체적으로는 자가당착 현상을 일으킨다.

가령 A(가령 신용 평가 회사)가 보유한 신용 평가 모델이 그것과 ‘동일한‘ 신용 평가 모델을 가진 B(가령 은행)를 평가할 경우, 하나의 신용 평가 모델이 자기 자신을 평가 대상으로 직면하는 역설적 상황, 즉 버트란트 러셀이 말한 ‘자기 언급‘의 패러독스(자가당착) 상황이 출현한다. 따라서 이 경우, 신고전파 경제학의 초석인 수학적 집합론 및 해석학에 기반을 둔 모든 수학적 모델은 붕괴되고, 글로벌 경제 전체 차원에서 신용 평가 모델은 오류에 오류를 거듭하게 된다.

"그리하여 정통적인 리스크 평가 기법은 1997년의 아시아 위기, 2000년 닷컴 버블, 그리고 당연히 2007년부터 2008년에 이르는 신용 위기를 포함하여 지난 수십 년간 모든 금융 위기의 리스크를 평가하는데 번번이 실패했다. (…) 그 이유는 명백한 매력과 편의성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치명적인 결점이 있기 때문이다. 가격 변화가 실제로는 정규 분포를 따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125쪽)

양의 피드백 : 케인스, 마르크스, 민스키

그렇다면, 왜 가격 변화는 정규 분포를 따르지 않는 것일까? 그저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일까? 그렇지 않다. 한 때 금융 공학에 종사했던 오렐에 따르면, 모든 은행들은 사소한 조정만을 추가할 뿐 모두 동일한 신용 평가 모델 또는 금융 자산 가치 평가 모델을 사용하기 때문에, 신용 또는 가격이 변동할 경우 일제히 같은 방향으로 자산을 매입 또는 매각한다(군집 행동).

마찬가지로 무디스와 S&P 등 모든 신용 평가 회사들도 대동소이한 신용 평가 공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일제히 같은 방향으로 신용 등급을 하향 또는 상향한다(군집 행동). 좋은 의도로 설계된 (즉 개별적으로는 매우 ‘합리적‘인) 신용 리스크 평가 모델이 시장 전체에 더욱 위험한 악순환의 피드백을 야기하는 것이다.

이른바 케리 트레이드(금리가 낮은 나라에서 돈을 빌려 높은 나라에 투자하는 것) 역시 양의 피드백 현상이다. 은행들이 위험에 대비하여 리스크 대비 자기 자본을 적립하도록 하는 바젤(Basel) 규제 역시 본래의 의도는 개별 은행들의 위험을 줄이려는 합리적인 의도이나, 시장 전체로서는 양의 피드백 현상을 낳으며 그 결과 금융 시장의 변동성을 더욱 증폭(magnify)시킨다.

개별적으로는 합리적이지만 전체적으로는 비합리를 낳는 ‘양의 피드백‘을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구성의 오류‘라 불렀다. 그리고 이러한 자가당착을 철학자 헤겔은 ‘변증법‘이라 표현했고, 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자기 모순‘이라고 표현했는데,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양의 피드백(악순환) 과정 속에서 스스로 붕괴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이와 달리 케인스는 경제 주체(가계와 기업)가 소비 축소 및 투자 축소의 악순환의 피드백에 빠져 있을 때 정부가 (재정 적자 또는 부자 증세를 무릅쓰고라도) 국가 재정 투입을 통해 새로운 긍정적 방향의 양의 피드백(이것을 케인즈는 ‘투자 승수 효과‘라 불렀다)을 창출한다면 자본주의를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력 법칙에 따른 천체 균형 등 음의 피드백에 주로 주목하는 뉴턴의 생각과는 달리, 양의 피드백은 자연의 도처에 널려 있다. 눈사태와 산사태는 양의 피드백의 대표적인 자연 현상이다. <경제학 혁명>은 눈사태와 비슷한 현상인 모래 사태에 관해 말한다. 구멍을 통해 모래를 아래로 뿌리게 되면 모래 산이 형성되면서 차츰 높아진다. 모래 산의 높이가 점차 높아지고 경사가 심해지는데, 어느 순간 작은 한 모래알의 추가만으로도 그 모래산은 급작스레 무너져 버린다.

부동산 또는 주식 투자의 경우, 이 작은 모래알을 던진 사람이 바로 ‘상투 잡힌 투자자‘이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투자 게임은 ‘폭탄 돌리기(폰지 게임)‘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듯 급작스럽게 모래 산(금융 버블)이 붕괴하여 폰지 게임이 정지되고 신용 붕괴의 악순환이 시작되는 시점을 1970~80년대 미국의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의 분석에 따라 ‘민스키 모멘텀(Minsky Momentum)‘이라 부른다.

국가 개입에 의한 시장 규제 : 자유 시장의 자기 조절 균형은 불가능

유기적 생명체로 구성된 자연 생태계는 원자론적 질서와 균형, 자동 조절적 기계(기계론적 세계관)가 아니며, 따라서 정규 분포가 아니라 프랙탈 분포 또는 혼동과 진화의 세계이다. <경제학 혁명>은 복잡계 생물학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으로 효율성(efficiency)과 강건성(robustness) 사이에는 적절한 타협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언급한다.

예컨대, 가장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는 포유류인 치타는 그 효율적인 속도의 대가로 강건하지 못한 체격 조건을 지녔고 그 결과 적절한 속도와 적절한 체격 조건의 타협점을 가진 표범 또는 하이에나보다 생존력이 떨어진다.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은 그다지 강건하지 않다. 그렇지만 신고전파 주류 경제학이 늘 강조하는 것은 효율성과 수익성(그것도 단기적인)일 뿐, 강건성을 강조하는 일은 없다.

자유 시장은 효율적일지 몰라도 강건하지는 않다. 특히 금융 시장은 그러하다. 그래서 <경제학 혁명>은 효율성과 강건성 사이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국가 개입에 의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왜냐하면 인간 사회는 양떼보다 높은 지능을 가졌으며, 사회 공동체의 공동 의지를 결집한 국가 개입은 시장 경제의 양떼 현상(군집 현상) 등 ‘양의 피드백‘ 현상을 저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한 자유 시장은 곧 불공정한 양극화 : 프랙탈 분포와 소득 불평등

신자유주의 대부인 밀턴 프리드먼은 <자본주의와 자유>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자유 시장의 작동은 성별, 인종, 계급 등 다양한 특성을 없애는 방향으로 작동한다고 주장했다. 즉, 자유 시장 자본주의의 발전은 여성 차별, 인종 차별, 계급 차별을 없애며, 더 나아가 특권층의 특권적 지위도 없앤다는 것이다. 사실 18세기에 출현한 자유주의 사상은 자유 시장과 절차적 민주주의, 보편적 인권을 통해 모든 특권을 없앨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신자유주의의 또 다른 대부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역시 동일한 맥락에서, 자유 시장이야말로 가장 ‘공정하고 정의로운‘ 경제라고 말했다. 스스로 ‘자랑스러운 (신)자유주의자‘임을 자처하는 한국의 자유기업원과 한국하이에크소사이이티 회원들 역시 자유 시장이야말로 도덕적으로 가장 공정하고 정의로운 경제 체제라고 말한다.

또 마찬가지로, 자유 시장의 공정성 창출 능력을 신뢰하는 미시 경제학 교과서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사회디자인연구소의 김대호 역시 재벌과 공기업, 정규직 노동조합과 공무원, 의사 등이 누리는 특권의 철폐를 위해서는 자유 시장 논리의 강화가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경제학 혁명>은 대칭적 소득 분포(정규 분포)가 자유 시장 메커니즘 속에서 시간적으로 진화할 경우 필연적으로 비대칭적 분포(시에르핀스키 분포 및 프랙탈 패턴)로 바뀌는 것을 아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제7장). 이 부분은 <경제학 혁명>을 읽으면서 내가 감탄한 백미 중의 하나인데, 오렐은 파레토가 주장한 20 : 80의 통계적 법칙(즉, 역사 속의 어느 사회에서나 20퍼센트는 부유한데 반해 80퍼센트는 가난하다는 경험적 법칙)이 실은 자유 시장의 필연적인 법칙임을 컴퓨터 시뮬레이션(모의실험)을 통한 논증으로 보여준다.

이것은 "돈이 돈을 낳는다" 또는 "부유한 사람이 더 부유해진다"고 하는 일종의 ‘양의 피드백‘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세계화 및 시장 자유화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부와 소득의 분포가 ‘평평해질 것‘("세계는 평평하다"는 토머스 프리드먼의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를 상기하라!)는 주장과는 달리, 오히려 미국과 전 세계의 부와 소득이 프랙탈 패턴 및 시에르핀스키 분포 유형의 비대칭적 분포(불평등)로 전개되고 있음을 실제의 통계 자료를 통해 명확하게 보여준다(238쪽).

자유 시장의 양의 피드백은 소득 및 부에 있어 프랙탈 패턴 및 비대칭적 분포를 낳는다. 따라서 ‘공정한 자유 시장‘은 필연적으로 ‘불공정한 소득 및 부의 분포‘를 낳고, ‘기회의 평등‘(절차적 평등)은 ‘기회의 불평등‘(실질적 불평등)을 낳는다(243쪽).

올해 읽은 최고의 책

그 밖에도 <경제학 혁명>은 내가 이 짧은 서평에서 지면 부족으로 더 이상 상세히 언급할 수 없는 번뜩이는 통찰과 감탄할 만한 생각들로 가득하다. (에너지·생태 경제에 대한 오렐의 견해 역시 아주 훌륭하다!) 여기서 잠깐. 오렐이 응용 수학과 물리학 그리고 시스템 생물학에서 출발하였다고 하여 경제학의 역사 및 이론에 대해 잘 모를 것이라는 선입견은 버리는 것이 좋다.

그는 스미스에서 제본스, 발라, 파레토 그리고 폴 새뮤얼슨과 프리드먼 그리고 현대의 금융 경제학 및 금융 공학을 아주 깊게 이해한다. 더구나 그가 보여주는 폭넓은 자연과학 지식은 신고전파 경제학의 실체와 한계 그리고 신고전파 주류 경제학의 오류와 결합된 작금의 세계 금융 위기의 실체에 대해 매우 쉽게 이론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내가 올해 읽은 최고의 경제학 책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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