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베스트셀러 탐구]살인적 세계질서에 관한 생생한 증언

자유기업원 / 2011-11-11 / 조회: 1,238       경향신문

ㆍ▲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세계 인구 70억명 중에서 15억명은 비만을, 9억2000만명은 영양실조를 겪고 있다. 지금도 세계에서 하루에 10만명이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다. 이런 비합리적이고 살인적인 세계 질서는 어떻게 구축되었는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유엔 인권위원회 식량특별보좌관을 지낸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갈라파고스)는 근래의 베스트셀러 중에서는 별종이다. 자기계발서와 문학서, 대중 인문서 등이 지배하는 책 시장에서 2007년 출간 이래 5년 가까이 잘 팔리는 책 목록에 올라 있다.

2010년 종합베스트셀러 26위에 올랐고, 올 상반기에는 사회과학분야에서 1위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20만부 가까이 팔렸다. 세계 빈곤이라는 무거운 주제, 한국과는 직접적 이해가 닿지 않은 듯한 주제를 다룬 사회과학 도서가 이렇게 오랫동안 주목받는 것은 이례적이다.


출판계와 서점가, 평론가들은 무거운 전 지구적 주제를 대화형식으로 쉽게 설명한 것을 주된 성공 요인으로 보았다. 이 책이 청소년 추천도서로 많이 소개됐던 이유이기도 하다. 인터넷 서평가 이현우는 “빈곤이라는 무거운 사회적 이슈를 가장 쉽게 그리고 짧은 분량으로 다루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북칼럼니스트 박일호는 “저자가 기아의 현장에서 듣고 본 살인적인 세계질서에 대한 생생한 증언을 ‘논픽션’의 형태로 전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이 이 책의 최대 장점”이라고 평했다. 이 책의 해제를 쓴 우석훈 2.1연구소 소장은 “부르키나파소의 개혁가인 상카라 대통령의 일화처럼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아 답답해지는 내용이지만 책안에 빨려 들어가듯 읽을 수 있다”고 전했다.

책이 담고 있는 사회적 메시지도 시의적절했다. 문학동네의 이연실 편집자는 “이 책이 현대의 고전이 된 건 심화되어가는 빈부격차에 문제의식을 갖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면서 “신자유주의자들은 파이를 키워 복지를 하자고 하는데 남는 것이 없어 사람을 못먹이는 게 아니라 ‘굶어죽는 사람’을 필요로 하는 시스템의 잔인한 법칙을 적나라하게 밝혀 독자들의 의식을 환기했다”고 말했다.

갈라파고스의 임병산 대표는 2007년 출간 당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비정규직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 주제에 맞는 책을 찾다 프랑스 아마존에서 이 책을 발견해 출간하게 됐다고 한다. 임 대표는 “신자유주의와 빈곤문제에 대한 논란이 일던 시기와 맞물려 출간 초기에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고 말했다.


대안연구공동체의 김종락 연구원은 “신자유주의와 시장원리주의 또는 세계를 지배하는 초국적기업과 금융자본의 폐해를 ‘기아’라는 생생하고 구체적인 부작용과 설득력있게 연결시킨 점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한·미 FTA 비준을 둘러싼 갈등과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월가 점거 시위로 자본의 탐욕을 지적한 이 책이 꾸준히 독자들의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읽었다
-기아에 대한 무지 일깨워…해결책도 없이 횡설수설-

우리는 어려움을 겪는 이웃이 있다는 것을 지각하지 못하는 무지에 너무 관대했다. 우리는 학교에서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 가는 것은 전쟁이라고 배웠지 기아에 대해서는 배운 바가 없었다. 이런 무지를 확실하게 깨닫게 해준 책이다. 딱딱한 문체가 아니라 가슴으로 지구촌 최악의 문제에 대해 말하고 있다. 기아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가 구체화되고 현실화되는 것에 놀랐다. 무엇 때문에 식량이 넘쳐남에도 우리는 그들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만 봐야 하는가. 또 가졌음에도 나누어주지 않는 세계질서에는 어떤 비밀이 있고 기아로 인한 죽음에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 따져봐야 한다. 이 책은 금융자본이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을 내세워 인권을 외면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문화나 교육, 예술 등 고유의 가치를 지니는 분야까지 금전에 눈먼 욕망이 잠식해 우리 삶을 건조하게 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세계시민인 우리는 거대 자본에 맞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승리로 이끌어야 함을 보여준다. 왕상한 |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가난은 서글프다. 기아에 빠진 빈곤국들 이야기는 가슴 아프다. 더구나 기아를 무기로 정치탄압을 일삼는 독재자들은 우리를 더 슬프게 한다. 기아로 인한 떼죽음은 참으로 끔찍한 반인도적 범죄라고 말한다.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말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더 이상 읽을 가치를 주지 못한다. 그는 적당히 분노와 감동을 주면서 자신의 장사를 시작한다. 소위 ‘범죄’를 외면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과 죄의식을 갖게 하는 고단수의 수법이다. 기아 문제를 잘사는 나라들의 무관심으로 몰아가며 기아문제를 팔아 돈 버는 지식 장사꾼의 모습을 드러낸다. 그가 기아문제에 분노하는 전문가일지는 모르지만, 기아해결의 전문가는 아닌 듯하다. 기아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자급자족 경제로 가자는 주장은 황당하다. 자급자족의 원조 격인 북한의 기아를 말하면서도 그의 횡설수설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제투기자본 때문에 곡물 값이 비싸고, 민영화로 약값이 비싸졌다고 하소연이다. <최승노 | 자유기업원 대외협력실장>

▲어떤 내용인가

2005년 기준으로 10세 미만의 아동이 5초에 1명씩 굶어 죽어가고 있으며, 비타민A 부족으로 시력을 상실하는 사람이 3분에 1명꼴이다. 세계인구의 7분의 1이 심각한 만성 영양실조 상태에 있다. 120억명의 인구가 먹고도 남을 만큼 식량은 풍부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이를 확보할 경제적 수단이 없다. 세계시장에서 농산품의 가격은 투기의 영향을 받는다. 투기꾼들은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높은 식량가격을 감당할 수 있을지는 고려하지 않는다. 부자나라들은 자국의 농민들에게 최저가격을 보장한다며 남아도는 농산물을 폐기처분하거나 생산을 제한한다. 식량가격이나 생산량 결정, 식량의 공평한 분배에 구호기구는 속수무책이다. 세계시장만이 힘을 갖고 있고 그 시장은 잔인하다.

배고픔을 무기로 삼는 자들도 있다. 칠레 대통령 살바도르 아옌데(1908~1973)는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 매일 0.5ℓ의 분유를 무상으로 배급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분유 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다국적 기업 네슬레는 제값을 주고 사겠다는데도 협력을 거부한다. 미국이 사회주의 개혁 정책으로 미국기업의 이익이 침해받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다. 미국은 칠레 군부의 쿠데타를 도왔고 아옌데는 1973년 9월11일 대통령궁에서 최후를 맞는다. 부르키나파소의 젊은 장교 토마스 상카라(1949~1987)도 인두세 폐지와 토지 국유화로 4년 만에 식량을 자급자족하게 만들었지만 역시 프랑스의 사주를 받은 친구에게 살해당했다.

되풀이되는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인간을 인간으로서 대하지 못하게 된 살인적인 사회구조를 뒤엎어야 한다. 인간의 얼굴을 버린 시장원리주의 경제와 폭력적인 금융자본 등이 세계를 불평등하고 비참하게 만들고 있다. 기아에 관한 한 시장의 자율성을 맹신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못해 죄악이다. 세계시장은 규범을 필요로 하고 이는 민중의 집단적인 의지를 통해 마련되어야 한다. 희망은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낄 줄 아는 유일한 생명체인 인간의 의식변화에 있다.


<주영재 기자 jyeong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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