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남는 돈이냐, 쓸 돈이냐

자유경제원 / 2014-07-17 / 조회: 1,490       문화일보
[오피니언] 뉴스와 시각게재 일자 : 2014년 07월 17일(木)
남는 돈이냐, 쓸 돈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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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훈/경제산업부 부장대우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등장’에 반색하던 기업들의 표정이 일그러져 있다. 그가 가계 가처분 소득 증대 차원에서 기업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를 공론화한 이후다. 기업들은 “내수 진작은커녕 되레 투자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게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최 부총리가 내놓은 부동산 규제 완화, 재정 확대, 금리인하 등의 정책 수단들과 함께 사내유보금 과세 문제도 잘 쓰면 약이 되고 잘못 쓰면 독이 되는 ‘2기 경제팀’이 당면한 경기부양책의 딜레마가 되고 있다.

최 부총리가 기업 사내유보금을 활용하겠다는 생각에는 일견 수긍이 가는 측면이 있다. “시장경제 원리를 보면 가계가 저축하고 기업이 그 돈으로 부가가치를 만들어 가계에 돌려주는 게 정상적인 구조인데, 지금은 가계가 오히려 빚을 내고 기업은 저축하는 상황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고 꼬집은 대목이 그렇다. 경제가 성장해도 기업의 곳간만 채워지고, 가계의 지갑 사정은 나아지지 않는 경제구조를 바꿔보겠단 뜻이다.

실제로 국내 기업들의 총자산 대비 사내유보율은 1990∼2001년에 5% 수준이었으나 2012년 말에는 20.5%로 증가했다. 그런데도 배당성향은 2005∼2011년 22.4%로, 38%인 미국이나 40∼50%에 이르는 유럽 선진국보다는 매우 낮은 편이다. 적정 수준 이상의 사내유보금에 대해 15%의 세금을 부과하는 ‘선진 사례’(미국)도 있다.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로 가계 가처분소득 향상→내수활성화→성장잠재력 확충의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진다는 구상이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반발하는 이유도 냉철하게 따져봐야 한다. 우선 가계소득 증대 효과가 문제다. 기업들의 배당 성향이 높아져도 큰 덕을 보는 주체는 대주주, 외국인투자자, 기관투자가들이다. 당장의 내수진작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임금이나 성과급을 올리는 것도 결국 고정비용이 올라가는 것이어서 단순하게 사내유보금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기업 투자에 대한 유인 효과도 썩 밝지 않다. 사내유보금은 현금·머니마켓펀드(MMF) 등 유동자산, 토지·설비 등 비유동자산으로 다양한 형태다. ‘곳간에 쌓여 있는 현금’으로만 볼 수 없는 재원이다. CEO스코어가 조사한 결과, 10대 그룹 81개 상장사(금융사 제외)의 올 1분기 말 사내유보금은 515조9000억 원이다. 이중 투자나 가계소득으로 흘러가게 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은 15% 수준인 78조 원 정도다. 이들의 지난해 유·무형자산 투자액이 대략 85조6000억 원(자산성 연구개발투자 제외)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사내유보금이 “미래 투자를 위한 실탄”이라거나 “재무 건전성을 위한 안전판”이라는 기업들의 항변에도 상당한 근거가 있는 셈이다. 사실 기업 사내유보금 과세는 지난 1991년 비상장사를 대상으로 도입됐다가 정책 실효성이 부족하고, 이중과세라는 비판에 직면해 지난 2001년 폐지된 제도다. 현재 국회에는 이 제도를 부활시키는 내용으로 야당 의원이 발의한 법인세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이를 두고 김영용 전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16일 자유경제원 주최 토론회에서 “(주주의) 사유 재산에 대한 몰수 성격강화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실효성이 크지 않은 제도를 놓고 다투다 모처럼 조성된 기대의 불씨가 꺼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oshu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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